'임세원법' 후 안전대책에도 피습 반복
비상벨·보안인력 등에도 돌발 공격 한계
의협 "예방책 시급"…보안 검색 등 제안
![[서울=뉴시스] 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5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은 신촌 세브란스병원 전경. (사진=세브란스병원 제공) 2026.11.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11/05/NISI20261105_0002284425_web.jpg?rnd=20261105173239)
[서울=뉴시스] 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5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은 신촌 세브란스병원 전경. (사진=세브란스병원 제공) 2026.11.0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다솜 신유림 기자 =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진료 중 흉기에 찔리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의료현장의 안전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018년 고(故) 임세원 교수 피살 사건을 계기로 의료진 보호 대책이 마련됐지만 진료실에서 발생하는 돌발적인 흉기 공격을 막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 4일 오후 4시35분께 신촌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에서 여성 교수에게 흉기를 휘두른 50대 여성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A씨는 당초 특수상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으나 경찰은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판단해 혐의를 변경했다. 피해 교수는 약 5㎝ 길이의 자상을 입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다른 병원에서 진료받는 것을 세브란스병원 의사가 방해해 화가 났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진술의 신빙성을 비롯해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흉기 범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12월 서울 강북삼성병원에서는 임세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진료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이듬해 1월에는 서울 은평구의 한 병원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퇴원한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손을 다쳤다. 2020년 8월 부산의 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에서도 퇴원 조치에 불만을 품은 환자가 원장을 흉기로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임 교수 피살 사건 이후 의료진 보호를 위한 이른바 '임세원법'이 마련되면서 일정 규모 이상의 의료기관에는 보안장비 설치와 보안인력 배치 등이 의무화됐다.
지난 2020년 4월 시행된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100병상 이상 병원·정신병원·종합병원은 경찰 신고가 가능한 비상경보장치를 설치하고 보안 전담인력을 1명 이상 배치해야 한다. 폭력행위 예방·대응 매뉴얼 마련과 관련 교육 실시도 의무사항이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대책만으로 갑작스러운 흉기 공격을 예방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특히 정신건강의학과는 환자의 사적인 정보를 다루는 특성상 의사와 환자가 일대일로 진료하는 경우가 많아 돌발 상황에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동욱 가람정신건강의학과 원장(전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장)은 "정신건강의학과는 환자의 사적인 내용을 많이 다루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진료하는 경우가 많다"며 "상대방이 흉기를 들고 있다면 진료실에서 빠져나오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진료실 뒤편에 별도의 대피 통로를 확보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관련 시설을 마련하는 데 드는 비용을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대피 공간이나 통로를 마련하고 경찰서와 연결되는 비상벨을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을 모두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며 "정부 지원 없이 안전시설 설치 의무만 강화한다면 의료기관에서 공격성을 보이는 환자의 치료를 꺼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현행 의료진 보호 대책이 사후 대응에 치우쳐 있다며 사전 예방체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의료진에 대한 폭력행위의 사후 처벌은 강화된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예방책은 부족하다"며 "보안인력을 추가로 배치하는 것만으로는 이미 발생한 흉기 공격을 막기 어려운 만큼 사전 예방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흉기를 소지한 채 진료실에 들어오는 상황을 막기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등 위험성이 우려되는 구역에 별도의 보안 검색 절차를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정신건강의학과 구역만이라도 위험구역으로 지정해 최소한의 검색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공항 검색대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실의 금속물 반입 제한과 같은 방식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도 전날 성명을 내고 의료현장의 안전 확보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의사회는 "2018년 임세원 교수 사건 이후 의료현장 안전을 위한 조치가 마련됐으나 비상벨 의무 설치나 대피로 확보 등은 일차의료기관의 부담을 늘린 것 이상의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진이 환자로부터 공격받을 위험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은 소극적 진료나 방어진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는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하고 환자의 예후와 안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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