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에너지 의존 대가 치렀다"…EU, 美 '러 가스 재공급' 구상에 선 그어

기사등록 2026/11/03 14:47:05

구글에서 선호하는 매체로 추가

2027년까지 수입 중단 방침 고수…사전 협의 없는 美 제안에도 불만

우크라엔 가스 통과료 수입…美, 휴전·종전 뒤 시행 조건 제시

Ukraine's President Volodymyr Zelenskyy, left, listens to European Commission President Ursula von der Leyen talking to journalists as they arrive for the EU summit in Brussels, Thursday, June 18, 2026. (AP Photo/Omar Havana)
Ukraine's President Volodymyr Zelenskyy, left, listens to European Commission President Ursula von der Leyen talking to journalists as they arrive for the EU summit in Brussels, Thursday, June 18, 2026. (AP Photo/Omar Havana)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가스의 유럽 공급을 재개하자는 미국의 구상에도 2027년 안에 수입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는 2일(현지 시간) 복수의 EU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EU가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구상은 미국 측 업체가 러시아산 가스 판매를 중개하고 우크라이나 가스관을 통해 유럽에 공급하는 것이다.

EU의 러시아산 가스 수입 금지 규정은 러시아에서 직접 수입하는 가스뿐 아니라 제3국을 거쳐 간접 수입하는 러시아산 가스도 대상으로 한다. 미국 업체가 중개하더라도 러시아산 가스에 적용되는 수입 금지를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EU 이사회에 따르면 기존 장기계약에 따른 수입도 액화천연가스(LNG)는 2027년 1월1일부터, 가스관으로 공급되는 가스는 같은 해 9월30일부터 금지된다. 다만 겨울철 가스 비축 목표를 채우지 못하는 경우 가스관을 통한 수입 금지 시점은 같은 해 11월1일까지 늦춰질 수 있다.

안나카이사 이트코넨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키이우인디펜던트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우리는 러시아산 가스와 LNG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고 있다”며 마지막 공급도 내년 말까지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러시아산 에너지에 다시 의존하는 데에도 부정적이다. 파울라 피뉴 EU 집행위원회 수석대변인은 러시아산 화석연료 의존에 따른 비용을 지적하면서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로 삼았고 EU는 그 대가를 치러왔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을 먼저 끊은 쪽이 러시아였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 재러드 쿠슈너가 2026년 9월2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총회를 계기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회담에 참석하고 있다. 2026.09.22.
[뉴욕=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 재러드 쿠슈너가 2026년 9월2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총회를 계기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회담에 참석하고 있다. 2026.09.22.
또 다른 EU 고위 당국자는 페르시아만의 위기가 에너지 자립의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말과 관계없이 EU가 화석연료 의존을 줄이고 역내 에너지원을 확대하는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U 고위 당국자들은 미국이 EU와 사전 협의 없이 구상을 거듭 제시하는 데에도 불만을 드러냈다. 한 당국자는 “미국은 원하는 것을 제안할 수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동의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과 EU는 지난 10월에도 유럽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 2000억 유로를 미국 측이 관리하자는 구상을 놓고 충돌했다. EU는 당시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은 가스 공급 재개가 휴전 성사와 우크라이나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구상을 처음 보도한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대통령 특사와 협상에 참여한 재러드 쿠슈너는 지난 9월 우크라이나 측에 이 방안을 제시했다. 키이우인디펜던트는 미국 협상단이 러시아가 전쟁을 끝내거나 휴전에 합의한 뒤에만 시행한다는 조건을 우크라이나 측에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 구상이 실현되면 우크라이나는 가스관 통과료를 받을 수 있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러시아가 직접 배상금을 지급하는 데 동의할 가능성은 작지만, 우크라이나가 통과료 수입을 러시아로부터 받는 일종의 보상으로 내세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이스탄불 협상에서도 가스 통과료를 배상 성격의 수입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러시아에 제안한 바 있다.

【보야르카(우크라이나)=AP/뉴시스】러시아 가스관이 지나는 인접국가인 우크라이나 보야르카 지역의 가스 저장고의 모습이다. 지난 2006년 1월 촬영된 사진이다.
【보야르카(우크라이나)=AP/뉴시스】러시아 가스관이 지나는 인접국가인 우크라이나 보야르카 지역의 가스 저장고의 모습이다. 지난 2006년 1월 촬영된 사진이다.
이 통과료 수입을 미국이 제안한 ‘번영기금’에 넣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 기금은 전후 구상을 논의하는 협상 과정에서 검토돼 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협상단은 러시아가 가스 판매대금을 전쟁 자금으로 쓰지 못하도록 제3국의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하는 방안도 제시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에스크로는 제3자가 자금을 맡아 관리하는 방식이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미국의 구상에 관해 공개적인 언급을 삼가고 있다. 다만 일부 당국자는 이 제안을 단번에 거부하는 데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러 에너지 의존 대가 치렀다"…EU, 美 '러 가스 재공급' 구상에 선 그어

기사등록 2026/11/03 14:47:05 최초수정

이시간 핫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