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원전 시공계약 왜 깨졌나…한수원 "위험 분담안 제시했지만 이견 못 좁혀"

기사등록 2026/11/03 16: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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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계약 원칙 지켜야"…대우건설 "설계 미확정 위험 부담↑"

단가·간접비부터 설계 책임 등 이견…재입찰 앞두고 과제 산적

[두코바니(체코)=AP/뉴시스]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 발전소의 모습. 기사와 무관한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두코바니(체코)=AP/뉴시스]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 발전소의 모습. 기사와 무관한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김동현 기자 =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을 둘러싼 한국수력원자력과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 간 시공계약 협상이 결렬되면서 양측의 책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한수원은 당초 합의한 '총액확정계약'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공사 물량 증가에 따른 시공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여러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우건설은 설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사비를 미리 정하면 추가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맞섰다.

이번 갈등은 원전 건설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사비 증가 위험을 누가, 어디까지 부담할 것인지를 둘러싼 문제로 압축된다. 한수원은 체코 발주사와 맺은 주계약의 사업비와 일정을 지켜야하는 반면, 시공사는 설계 변경과 물량 증가에 따른 손실 위험을 줄여야 하는 입장이다.

'팀코리아'는 앞으로 미국 원전 8기 건설 등 굵직한 사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이번 사태가 같은 갈등의 반복을 막는 계기가 돼야 하는 이유다. 'K-원전'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예산 내 적기 준공'을 지켜낼 수 있을지도 여기에 달렸다.

총액확정계약 원칙 vs 설계 확정 후 정산

양측이 가장 크게 충돌한 지점은 공사비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확정하느냐다.

한수원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2022년 3월 최초 입찰안내서 검토 과정에서 확정가격(Firm Price) 방식의 시공계약을 먼저 제안했다. 이후 양측은 총액확정 방식을 전제로 체코 원전 입찰에 참여했다.

그러나 수주가 가시화된 2024년 4월 최종 입찰 단계에서 대우건설이 물량 불확실성을 이유로 기본설계 완료 후 정산을 요구했고, 2025년 6월 수주 이후에는 상세설계 완료 후 정산을 요구했다는 것이 한수원의 설명이다.

한수원은 대우건설의 이 같은 요구가 '총액확정계약'의 기본 원칙을 훼손한다고 봤다. 총액확정계약은 계약 당시 정해진 공사 범위와 금액을 기준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인 만큼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량 변동을 사후 정산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한수원도 설계 미확정에 따른 시공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절충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우선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공사 물량을 계약 금액에 미리 반영하고, 2029년 7월로 예상되는 기본설계가 승인되면 그때 확인된 물량 변동을 반영해 계약 총액을 확정하자는 안이다. 여기에 공사 물량을 예측하기 어려운 토목 분야 대부분의 역무에 대해서는 실적 정산을 수용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대우건설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은 설계가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사 물량을 정확히 산정하는 것은 애초부터 어려웠다고 반박했다. 설계가 구체화된 뒤 실제 물량을 확인해 공사비를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설계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찰 당시 합의한 계약 원칙을 다시 협상해야 하는지를 두고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설계 미확정에 따른 위험 역시 입찰 단계에서 충분히 검토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사 물량은 믈리고 단가는 낮추나…공사비 산정도 충돌

공사 물량뿐 아니라 단가와 간접비를 둘러싼 이견도 협상 결렬의 주요 원인이 됐다.

대우건설은 한수원이 공사 물량 증가분을 인정하면서도 전체 공사비를 억제하기 위해 단가와 간접비 인하를 무리하게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한수원은 공사물량 증가에 따른 위험을 일부 부담하는 대신 과도하게 산정된 단가와 간접비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공사물량이 늘어나면 관리비 등 일부 간접비의 산정 비율을 조정할 여지가 있고, 기존 견적에도 바로잡아야할 항목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외부 전문기관의 검증 결과 일부 공사 단가와 간접비가 과다 산정된 것으로 확인돼 이에 대한 조정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대우건설이 시공사 선정 당시 제출한 사업개발계획서에 명시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계획서에는 ▲물량 및 단가 최적화를 통한 합리적인 시공비 산정 ▲이견 발생 시 제3의 기관을 활용한 객관적 검토 및 재조정 방안 제시 등이 담겨 있다.

그러나 실제 협상에서는 이러한 약속이 이행되지 않았고, 한수원이 외부 검증을 통해 제기한 공사비 산정 문제에 대해서도 개선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는게 한수원의 주장이다.

반면 대우건설은 설계미확정으로 공사비 증가위험이 큰 상황에서 한수원의 단가 조정 요구까지 받아들이면 적절한 시공비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공사 물량이 늘었다는 이유만으로 시공사가 제시한 단가와 간접비를 모두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개별 항목별 비용 산정의 적절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수원이 외부 검증을 거쳐 일부 비용의 조정을 요구했다면 대우건설도 해당 항목의 산출 근거를 제시하고 합리적인 조정안을 마련했어야 한다는 목소리로 해석된다.

[서울=뉴시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두코바니 이행점검 협의체'에서 카렐 하블리첵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 등과 화상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제공) 2026.10.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두코바니 이행점검 협의체'에서 카렐 하블리첵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 등과 화상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제공) 2026.10.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설계 오류·부지 제공 지연 책임도 공방

추가 공사와 설계 변경에 따른 비용 보상, 시공사의 책임 범위를 놓고도 양측의 입장이 엇갈렸다. 

한수원은 최초 입찰 이후 확인된 추가 공사 범위를 계약 금액에 반영했으며 이후 발생하는 별도의 설계 변경이나 공사 범위 조정은 계약 변경 절차를 통해 보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은 추가 작업과 설계 변경에 따른 비용이 충분히 보상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대우건설은 한수원의 설계 오류를 발견하지 못할 경우 시공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 등 설계·조달·시공(EPC) 주관사가 부담해야 할 위험을 시공사에 떠넘겼다고 반발했다. 또 부지 제공 지연에 따른 공사 차질과 비용 부담 역시 시공사에 불리한 조건으로 꼽았다.

반면 한수원은 시공사에 건설과 관련된 책임을 요구했을 뿐 설계 오류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시공사에 요구한 것은 설계 오류에 대한 책임이 아니라 설계문서 검토를 통한 시공성 개선과 최적화 역할이라는 것이다.

부지 확보에 대해선 발주사의 책임이라는 점을 시공사에 알렸으며 시공사에 해당 책임을 전가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부지 제공 지연에 따른 추가 비용도 계약상 보상 절차가 마련돼 있다는 입장이다.

15개월간 90여차례 협상…한수원 "더는 연장 어려워"

협상 종료 시점과 절차를 놓고도 양측의 주장은 맞섰다.

한수원은 약 15개월 동안 90여 차례의 협의와 조정 절차를 거쳤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황으로 사업 일정상 더 이상 협상을 지속할 수 없었기 때문에 협상 종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우건설이 10월 7일 새로운 조건을 제시한 뒤 3주만에 수용을 강요했고, 이후 협상기한을 요청했지만 한수원 측이 이를 거부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수원은 먼저 10월 7일 제시한 조건은 기존의 시공사가 요구한 물량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으며 기존의 단가 및 간접비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할 것을 제안한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이어 한수원이 요청한 단가 및 간접비 조정은 주계약 체결 후 약 15개월 전부터 요청한 사항으로 시공사가 검토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협상 기한 연장에 대해선 "체코 발주사는 최초 9월 말까지 시공사와 계약을 마무리하라는 입장"이라며 "한수원은 한국과 체코 정부와 소통하고 있는 이행점검협의체(DSC)에서 10월 말까지 협상에 대해 결론을 내겠다고 계획을 공유해 협상 기한 연장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이와함께 한수원은 마지막 협상에서 대우건설이 제시한 안도 기존 요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전했다.

설계 미확정에 따른 물량·비용 위험은 여전

한수원은 기존에 맺었던 공동 협력 협약이 종료되기 전 제시했던 최종안을 대우건설이 수용할 경우 후속 협의에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대우건설이 거부할 경우 새로운 시공사 선정 절차를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시공사 교체시 공사비와 관련된 문제가 재발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신규 시공사 선정은 경쟁 입찰로 전환해 계약금액, 계약조건 등을 최적화해 합리적인 계약조건을 확보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경쟁입찰을 추진함에 있어 사전설명회 등을 통해 공사범위, 기술요건 및 주요 계약조건에 대한 상세한 설명 및 협의를 통해 적기에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일각에선 시공사가 바뀌더라도 설계가 완성되지 않은 만큼 공사 물량·비용 등 사업의 구조적 불확실성은 그대로 남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시공사가 바뀐다고 해서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향후 재입찰에서 중요한 것은 공사비를 다시 산정하는데 그치지 않고 설계 변경과 물량 증가에 따른 비용 부담 원칙을 계약 단계에서 명확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 신규 원전 사업에 대한 본 계약을 4일(현지시간) 발주사인 체코 두코바니II 원자력 발전소(EDU II)와 체결했다. 투자 규모로도 체코 역사상 최대 규모다. 체코 정부가 예상한 사업비는 1기 약 2000억 코루나(약 12조5000억원), 2기 약 4070억 코루나(약 26조원)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 신규 원전 사업에 대한 본 계약을 4일(현지시간) 발주사인 체코 두코바니II 원자력 발전소(EDU II)와 체결했다. 투자 규모로도 체코 역사상 최대 규모다. 체코 정부가 예상한 사업비는 1기 약 2000억 코루나(약 12조5000억원), 2기 약 4070억 코루나(약 26조원)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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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26/11/03 16:17:57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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