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교육부 예산안 32%가 연금 몫…유럽 '노후 보장' 흔들

기사등록 2026/11/02 17:00:07

최종수정 2026/11/02 17:3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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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伊 등 부과방식 의존…고령화에 연금 지급·국가 재정부담 확대

북유럽은 직장연금 적립·투자 병행…덴마크 2070년 74세 수급 전망

[파리=AP/뉴시스] 2026년 10월8일 프랑스 파리에서 한 시위 참가자가 학교 지원 부족에 항의하며 프랑스 국기를 들고 있다. 2026.10.08.
[파리=AP/뉴시스] 2026년 10월8일 프랑스 파리에서 한 시위 참가자가 학교 지원 부족에 항의하며 프랑스 국기를 들고 있다. 2026.10.08.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고령화로 연금 지출이 늘면서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교육·국방·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할 재정 여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높은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부담하는 대신 국가로부터 안정적인 노후 소득을 보장받아온 유럽의 오랜 사회적 약속이 재정 악화와 급속한 고령화로 흔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에서는 연금 부담이 부처별 예산에서도 드러난다. 프랑스 정부의 2027년 예산안 부속 보고서에 따르면 교육부 예산의 32%, 경찰을 관할하는 내무부 예산의 30%가 국가 공무원연금 재원에 해당한다. 여기에는 국가가 고용주로서 내는 부담금과 공무원 본인이 내는 기여금이 함께 포함된다.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이 의존하는 부과방식은 현재 근로자와 고용주가 낸 보험료 등으로 은퇴자의 연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고령화로 연금을 받을 사람에 비해 보험료를 낼 근로자가 부족해지면서 정부 재정으로 부족분을 메워야 하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

프랑스는 정부 전체의 재정 여력도 빠듯하다. 프랑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공공부채는 약 3조6000억유로로 국내총생산(GDP)의 119%에 달했다. WSJ은 프랑스의 10년물 국채 조달금리가 이탈리아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금융시장과 유럽연합(EU)의 지출 삭감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연금을 받는 시기를 늦추려는 시도에는 거센 반발이 뒤따랐다. 마크롱 정부는 2023년 연금 수급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단계적으로 높이는 개혁을 하원 표결 없이 추진했다. 수개월간 시위와 파업이 이어졌고, 이후 수급연령과 보험료 납부기간을 늘리는 일정은 일부 유예됐다.

WSJ은 금융업무를 하다 지난해 12월 실직한 마리 카롱(61)의 사례를 소개했다. 카롱은 63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감액 없이 받으려면 66세까지 기다려야 한다. 올해 일곱 차례 면접을 봤지만 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그는 “나는 이 제도에 많은 돈을 납부했고 적정한 연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며 “그런데 오히려 거리로 내몰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파리=AP/뉴시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 부담과 교육 문제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린 가운데 자동차 한 대가 불에 타고 있다. 2026.11.01.
[파리=AP/뉴시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 부담과 교육 문제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린 가운데 자동차 한 대가 불에 타고 있다. 2026.11.01.
반면 롤랑 레스퀴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지난달 28일 WSJ 등과의 인터뷰에서 법정 연금 수급연령을 높이는 것은 “수학적으로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인구학은 거짓말하지 않는 유일한 과학”이라며 “오늘 아이를 낳지 않으면 20년 뒤 경제활동인구를 늘릴 수 없다”고 했다.

이런 부담에 대응하는 방식은 국가마다 다르다. WSJ은 유럽의 연금제도를 부과방식에 크게 의존하는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국가연금과 적립형 직장연금을 결합한 북유럽 국가, 그 중간에 있는 영국·독일의 세 유형으로 나눴다.

첫 번째 유형인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연금을 유지하기 위한 보험료 부담도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4년 평균임금 근로자를 기준으로 근로자와 고용주가 함께 부담하는 의무 연금보험료율은 프랑스가 임금의 27.8%, 이탈리아가 33%였다.

그리스·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은 2010년대 유로존 재정위기 때 연금 삭감이나 수급연령 연장에 나섰다. 이탈리아는 수급연령을 높이고 기대수명에 연동했으며, 스페인은 연금액 산정에 반영하는 과거 임금의 대상 기간을 늘렸다. 그리스는 연금을 최대 40% 삭감했다.

두 번째 유형인 덴마크·네덜란드·스웨덴은 기본적인 국가연금에 사실상 의무적인 직장연금을 결합한다. 직장연금에 낸 돈을 적립해 세계 각국의 주식·채권 등에 투자하고 은퇴 후 연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WSJ에 따르면 세 나라의 연금자산은 GDP의 100~200% 안팎에 달한다.

다만 이런 국가에서도 연금을 받기까지 더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WSJ은 전했다. 덴마크는 기대수명에 맞춰 연금 수급연령을 높이는 제도를 운영하며 2040년 70세까지 상향하기로 했다. 덴마크 정부는 2070년 수급연령을 74세로 예상하지만, 2045년 이후의 인상은 추가 의회 의결이 필요한 전망치다.

[파리=AP/뉴시스]에리크 롱바르 프랑스 재무장관이 지난해 12월 23일 파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04.06.
[파리=AP/뉴시스]에리크 롱바르 프랑스 재무장관이 지난해 12월 23일 파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04.06.
세 번째 유형인 영국과 독일도 구체적인 운영 방식은 다르다. 영국은 비교적 낮은 정액 국가연금에 직장연금 자동가입 제도를 결합한다. 가입 대상 근로자를 직장연금에 자동으로 편입해 국가연금을 보완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독일은 부과방식을 유지하며 공적연금의 소득 보전 수준은 프랑스보다 낮다. 그럼에도 정부의 재정 지원 규모는 크다. 독일 재무부에 따르면 올해 연금보험 지원에 편성된 연방재정은 1274억유로로, 전체 연방예산 5245억유로의 약 24%에 해당한다.

보험료나 세금을 더 걷어 연금 재원을 마련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부르크하르트 헤어 등 경제학자들은 2023년 연구에서 근로소득 과세로 조달할 수 있는 최대 재원 가운데 연금을 지급하고 남는 여유의 비율을 ‘연금 여력’으로 계산했다.

연구진의 모형에서 2020년 기준 미국과 영국의 연금 여력은 40%를 넘었지만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10% 미만이었다. 기존 정책이 바뀌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두 나라의 여력은 2030년께 소진될 것으로 추산됐다. 세율을 더 높여도 노동 공급이 줄어 추가 세수를 확보하기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보험료를 쌓아 투자하는 적립방식으로 전환하는 데도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든다. 수십년에 걸쳐 자산을 축적해야 하며, 전환기에 있는 근로자는 부모 세대의 연금과 자신의 노후자금을 동시에 부담해야 한다.

프랑스가 현재 걷는 연금보험료를 새 투자기금으로 돌리면 당장 은퇴자에게 지급할 돈이 부족해진다. WSJ은 이미 부채 부담이 큰 프랑스가 이를 메우려면 수백억유로를 추가로 빌려야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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