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적금 4000만원 몰래 해지해 탈북 브로커에 지급
법조계 "혼인무효 어려워도 혼인취소 청구는 가능"
![[그래픽=뉴시스] 재판매 및 DB금지.](https://img1.newsis.com/2025/01/10/NISI20250110_0001747986_web.jpg?rnd=20250110164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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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남편이 탈북민 신분과 북한에 아내와 딸이 있었다는 사실을 숨기고 8년간 결혼 생활을 이어갔다면 혼인을 무효로 할 수 있을까. 전문가는 출신과 과거를 속였다는 이유만으로 혼인이 무효가 되지는 않지만 혼인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사기였다면 혼인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호 법무법인 신세계로 변호사는 2일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출연해 8년간 남편의 과거를 모르고 결혼생활을 이어온 아내의 사연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사연에 따르면 아내는 2018년 동갑내기 남편과 결혼해 아들을 낳았다. 두 사람은 같은 마트에서 근무하며 처음 만났고, 남편은 자신을 연변 출신 조선족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올해 8월 모르는 여성으로부터 본인이 남편의 딸이라는 전화를 받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정착했다는 여성의 말에 남편을 추궁하자 그동안 숨겨왔던 과거가 드러났다.
남편은 실제로 2012년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들어온 탈북민이었다. 북한에서 결혼식을 올린 여성과의 사이에서 딸도 낳았지만 이를 아내에게 알리지 않았다.
게다가 남편은 북한에 남겨둔 딸을 한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탈북 브로커에게 4000만원을 지급했다. 이 돈은 부부가 아들의 학자금으로 모아둔 공동 적금을 아내와 상의 없이 해지해 마련했다.
아내는 "남편이 딸을 데려오고 싶었던 마음은 이해하지만 큰돈을 쓰면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게 화가 난다"며 혼인을 무효로 할 수 있는지 물었다.
이 변호사는 출신과 과거를 속였다는 이유만으로 혼인무효가 인정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는 "혼인무효는 혼인신고 당시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경우처럼 매우 제한적으로 인정된다"며 "사연자 부부는 서로 혼인할 의사로 신고했으므로 무효 사유에 해당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혼인취소를 청구할 가능성은 있다고 봤다.
이 변호사는 "'사기로 인해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에는 혼인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며 "출신이나 과거를 알리지 않았다는 사정이 언제나 취소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고 혼인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중요한 것이었는지가 검토 대상"이라고 했다.
혼인취소가 어렵다면 재판상 이혼을 청구하는 방법도 제시했다.
그는 "민법은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를 재판상 이혼원인으로 정하고 있다"며 "8년간 거짓 신상을 유지한 경위와 공동 적금 무단 해지, 이로 인한 신뢰 상실 등을 종합적으로 주장해 이혼 소송을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북한에 배우자를 둔 상태에서 남한에서 다시 혼인한 것이 중혼에 해당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봤다.
이 변호사는 "민법은 중혼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혼인을 취소 사유로 정하고 있다"면서도 "북한이탈주민의 경우 북한에 남은 배우자와의 혼인관계 처리에 관한 이혼 특례가 별도로 마련돼 있다"고 했다.
이어 "남편이 해당 절차를 거쳤는지, 북한에서의 혼인이 법률혼으로 평가될 수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내 몰래 사용한 공동 적금 4000만원은 향후 재산분할 과정에서 고려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변호사는 "이미 지출한 4000만원에 대해서는 공동재산을 일방적으로 처분한 사정을 기여도 산정에서 기타 사정으로 참작해 달라고 주장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남편이 브로커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추가로 빌린 돈이 있다면 공동재산 형성과 관련이 없는 개인 채무로 보고 재산분할에서 제외해 달라고 주장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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