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크본드 시장 덮친 투매…대형 헤지펀드도 '휘청'

기사등록 2026/11/02 13:43:54

최종수정 2026/11/02 1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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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빼돌리기'에 채권 회수 비상…채권자들에 직격탄

시장 상황에 "피바람…무포지션이 되려 수익내는 셈"

[런던=AP/뉴시스] 런던 금융가 모습 (사진=뉴시스DB)
[런던=AP/뉴시스] 런던 금융가 모습 (사진=뉴시스DB)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위험 기업에 돈을 빌려준 투자자들이 앞닽워 빠져나가면서 글로벌 정크본드(투기등급 회사채)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빚더미에 오른 기업의 상환 능력에 의문이 커진 데다, 소유주들이 '자산 빼돌리기' 꼼수를 쓰면서 채권 가격 하락에 불을 붙였다. 부실기업 채권에 집중 투자해 온 대형 헤지펀드들도 큰 손실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1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글로벌 금리 상승에 인공지능(AI) 산업의 변화와 에너지 비용 부담까지 겹치면서 막대한 부채를 안은 기업들의 상환 능력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유럽에서는 프랑스의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투자자들이 재무 상태가 취약한 기업의 채권을 팔아치우면서 정크본드 가격은 급락했다. 신용등급이 최하위권인 CCC 등급 채권의 수익률은 연초 유럽 16%, 미국 15% 수준에서 각각 21%, 18%를 넘어섰다. 채권 수익률 상승은 가격 하락을 의미한다.

미국 대형 헤지펀드의 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시장 상황을 두고 "완전히 피바람이 불고 있다"며 "모두 다음번에 무너질 기업에 투자하고 있을까 봐 두려워한다. 이제는 아무 포지션도 취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수익을 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기업 소유주들의 자산 이전도 채권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일부 사모펀드 소유주들은 투자 기업의 자산을 채권자들이 회수하기 어려운 곳으로 옮기고 있다. 대출 계약의 채권자 보호 조항이 허술한 경우에는 채권자들이 빌려준 돈을 회수할 수단마저 줄어든다.

스턴라이트 캐피털 파트너스의 스테판 초네프 창업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사모펀드 소유주들이 기존 투자에서 이미 큰 손실을 본 데다 대출 계약상 채권자 보호 장치도 허술하다"며 "기업이 자산을 이전하면 채권자들이 빌려준 돈을 회수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은 부실기업 채권을 대거 사들인 헤지펀드에 직격탄이 됐다. 유럽의 신용 전문 헤지펀드 아리니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대표 펀드는 올해 수익률이 마이너스 26%까지 떨어졌다. 대형 멀티전략 헤지펀드의 신용투자 조직인 '팟(pod)' 여러 곳도 문을 닫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리니가 대규모로 보유한 애스턴마틴과 알티스 인터내셔널 채권도 올해 급락했다. 고급차 제조업체 애스턴마틴과 패트릭 드라히 소유의 통신업체 알티스는 채권자들의 자산 회수를 어렵게 하는 거래를 체결했다. 미국 통신업체 브라이트스피드 채권 투자에서도 아리니의 손실이 커졌다.

대형 펀드들의 채권 매도는 시장 하락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네이버거 버먼의 사이먼 매튜스 시니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부실기업 채권 가격이 급락하면서 일부 특수상황 투자 펀드들이 보유 무량을 서둘러 처분히했고 이로 인해 가격 하락이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통신업체들의 채권 가격 하락이 두드러졌다. 버진미디어의 220억 파운드 규모 부채를 구성하는 회사채와 대출채권은 올해 급락했다. 최고순위 채권이 액면가 수준에 거래되던 안정적인 투자 대상에서 시장의 대표적인 부실 채권으로 전락했다. 버진미디어 채권을 대량 보유한 런던 소재 헤지펀드 소나도 손실을 입었다. 리버티 글로벌의 네덜란드 이동통신 사업자인 보다폰지그고의 채권 가격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신용등급별 수익률 격차도 확대됐다. 유럽에서는 최하위권인 CCC 등급과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BB 등급 채권 간 수익률 격차가 급격히 벌어졌다.

핌코의 로프티 카루이 멀티자산 신용전략가는 "신용도가 높은 기업은 부채 부담과 이자 상환 능력이 양호하고 자본시장 접근성도 유지하고 있지만, CCC 등급 기업은 재무적 여력이 훨씬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신용도가 높은 채권의 수익률도 매력적인 만큼 CCC 등급 채권에 대한 투자 수요가 줄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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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크본드 시장 덮친 투매…대형 헤지펀드도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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