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아응급실 압수수색' 논란이 던진 질문

기사등록 2026/11/02 17: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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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아주대병원 소아응급센터 압수수색은 응급실 문 앞에서 시작된 일이 아니다. 영장은 경찰이 신청하고 당시 검찰이 청구해 법원이 발부했다. 그러나 한 달 넘게 이어진 논란은 주로 경찰에 집중됐다. 강제수사의 적절성을 따지려면 집행뿐 아니라 그에 앞선 판단도 함께 살펴야 한다.

압수수색은 지난 9월 30일 영아 사망 사건 유족의 고소에 따라 이뤄졌다. 경찰은 전자의무기록(EMR)의 원본성과 증거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진료 중이던 처치실에는 약 4시간을 기다렸다가 들어가는 등 진료 방해를 최소화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의료계는 EMR 수정 이력이 남고 폐쇄회로(CC)TV와 부검 기록도 있는 만큼 임의제출로 충분히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반박한다. 논란이 이어지면서 센터 전문의 9명 중 7명은 사직 의사를 밝혔고, 경찰 지휘부는 지난달 29일 병원을 찾아 유감을 표명했다.

쟁점 중 하나는 경찰이 영장을 신청하기 전 병원에 자료 임의제출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정감사에서는 영장 발부 뒤 집행까지 약 2주가 있었는데도 임의제출을 거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의가 나왔다. 당시 수사 책임자는 향후 제기될 수 있는 의혹을 해소하는 데 강제수사가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도 과거 다른 의료기관 수사에서 임의제출된 자료가 변조되거나 삭제된 정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임의제출을 먼저 거칠 법적 의무는 없다. 병원이 임의제출을 거부하면 수사기관은 영장 없이 자료 제출을 강제할 수도 없다. 의료과실 여부를 가려야 하는 사건에서 경찰이 증거의 원본성과 무결성을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택한 데에는 수사상 이유가 있다.

강제수사가 필요했다는 설명만으로 응급실에서의 집행까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방법으로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는지, 응급의료 현장에서의 집행이 불가피했는지는 별도로 짚어봐야 할 문제다.

형사소송법은 압수수색 같은 강제처분을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에서만 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사안에서는 영장을 신청한 경찰뿐 아니라 이를 청구한 당시 검찰과 발부한 법원이 응급의료 현장의 특수성과 대체 수단의 가능성을 얼마나 면밀하게 검토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영장 심사는 강제수사를 허용하는 절차인 동시에 불필요한 강제수사를 걸러내는 사법적 장치다. 영장 심사가 기계적인 승인 절차에 그쳐서는 안 된다. 특히 응급실처럼 현장의 특수성이 있는 공간이라면, 수사의 필요성과 집행에 따른 위험을 각 단계에서 충분히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국정감사에서는 응급실 압수수색에 관한 별도의 내부 지침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기남부경찰청장 직무대리는 의료기관 압수수색 관련 매뉴얼 마련을 약속했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도 지난달 30일 임의제출로 확보할 수 있는 자료에 대한 영장 집행을 통제할 장치와 영장 심사 과정에 의료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달라고 요구했다.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은 이번 주 필수의료 분야 수사 지침을 논의할 예정이다. 논의가 진료 방해를 줄이는 집행 요령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영장 신청 단계부터 임의제출 등 대체 수단을 검토하고, 응급실에서 강제수사가 필요한 경우 그에 필요한 요건을 구체화해야 한다. 영장 신청과 발부 단계에서도 이런 기준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의료기관이 수사의 성역일 수는 없다. 아이의 사망 경위를 밝혀달라는 유족의 요구 역시 외면할 수 없다. 다만 소아응급실은 의료진의 판단과 대응이 환자의 생명에 직결되는 공간이다. 수사의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그 방식이 응급진료에 미칠 영향까지 가볍게 볼 수는 없다.

이번 논란을 경찰 지휘부의 유감 표명으로 마무리해서는 안 된다. 경찰의 영장 신청부터 당시 검찰의 청구, 법원의 발부까지 응급의료 현장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할 판단 기준이 마련돼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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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소아응급실 압수수색' 논란이 던진 질문

기사등록 2026/11/02 17:00:06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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