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시와 시자, 명부 기록자…변혁의 중심에 선 '동자'

기사등록 2026/10/31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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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까지 불교중앙박물관 기획전 '동자동행'

조선 후기 조각승 개성 담긴 역대 최대 '동자전'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은 28일 서울 종로구 불교중앙박물관에서 기획전 '동자동행童子同行, 작은 몸에 담긴 세계' 기자간담회를 갖고 '화계사 목조동자상'(조선 1649년, 보물)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기획전은 동자를 주제로 한 전시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보물 6건을 포함해 전국 주요 사찰에서 전해 내려온 47건 93점의 역대 최대 규모 '동자' 성보를 전시한다. 2026.10.28.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은 28일 서울 종로구 불교중앙박물관에서 기획전 '동자동행童子同行, 작은 몸에 담긴 세계' 기자간담회를 갖고 '화계사 목조동자상'(조선 1649년, 보물)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기획전은 동자를 주제로 한 전시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보물 6건을 포함해 전국 주요 사찰에서 전해 내려온 47건 93점의 역대 최대 규모 '동자' 성보를 전시한다. 2026.10.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부처와 보살 곁에서 두 손을 모으고, 꽃과 공양물을 받쳐 든다. 때로는 붓과 벼루를 들고 죽은 이의 선악을 기록한다. 장엄한 불상과 불화에 가려 지나치기 쉬웠던 작은 동자들이다. 그 얼굴과 손끝을 따라가면 불교가 추구해 온 깨달음의 길과 삶과 죽음을 바라보던 사람들의 마음이 드러난다.

서울 종로구 불교중앙박물관에서 지난 29일 개막한 기획전 '동자동행(童子同行), 작은 몸에 담긴 세계'는 불·보살의 곁에 머물렀던 동자를 전시의 중심으로 불러낸다. 경전과 불화, 조각과 공예품에 나타난 동자를 통해 어린 형상에 담긴 구도와 실천, 신앙의 의미를 살핀다.

박물관장 서봉 스님은 "동자를 불교가 지향하는 순수하고 숭고한 실천의 표상"이라고 설명했다. 진리를 위해 몸을 던진 설산동자의 구도심과 가르침을 찾아 길을 떠난 선재동자의 여정이 작은 몸 안에 함께 담겨 있다는 것이다.

불교에서 동자는 단순히 어린아이를 뜻하지 않는다. 가르침을 구하는 구도자이자 지혜를 드러내는 보살이며, 성자를 모시고 수행을 돕는 시자이기도 하다. 욕망과 집착에 깊이 물들지 않은 어린 모습은 깨달음을 구하는 첫 마음인 초발심과 맞닿는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장 서봉스님이 28일 서울 종로구 불교중앙박물관에서 개막한 기획전 '동자동행童子同行, 작은 몸에 담긴 세계' 전시작 '상원사 목재선재동자상'(조선 1466년)을 살펴보고 있다. 2026.10.28.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장 서봉스님이 28일 서울 종로구 불교중앙박물관에서 개막한 기획전 '동자동행童子同行, 작은 몸에 담긴 세계' 전시작 '상원사 목재선재동자상'(조선 1466년)을 살펴보고 있다. 2026.10.28. [email protected]

이러한 의미를 보여주는 대표적 인물이 '화엄경'의 선재동자다. 문수보살의 가르침을 듣고 구도의 길에 나선 선재는 여러 선지식을 찾아 보살행을 배운다. 스승에는 출가 수행자뿐 아니라 국왕과 장자, 의사와 뱃사공 등 다양한 이들이 포함된다. 지혜를 얻는 길이 특정한 신분이나 공간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가르침이다.

관음보살을 올려다보는 작은 선재동자는 이러한 배움의 태도를 눈에 보이는 형상으로 전한다. 거대한 보살과 작은 동자의 대비는 성스러운 존재의 위엄을 드러내면서도, 보는 이가 선재의 시선을 따라 가르침을 구하도록 이끈다.

전시장에 나온 평창 상원사 목조선재동자입상은 이 구도의 마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들어 위를 응시하는 모습에 어린아이의 천진함과 배움의 간절함이 겹친다.

서봉 스님은 이 상에 대해 "천진함과 구도의 열정이 조형적으로 어우러진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박물관은 관람객이 선재동자와 눈을 맞춰 사색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다. 작품을 바라보는 시간이 자기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으로 이어지도록 한 구성이다.

'대반열반경' 설산동자는 진리를 구하는 또 다른 태도를 보여준다. 석가모니의 전생인 설산동자는 나찰의 모습으로 나타난 제석천에게 게송의 일부를 듣고, 나머지 구절을 듣는 대가로 자신의 몸을 내놓기로 한다. 가르침을 모두 들은 뒤에는 다른 이들에게 전하고자 나무와 돌에 새기고 몸을 던진다. 그 순간 제석천이 본래 모습으로 돌아와 그를 구한다.

설산동자의 이야기는 진리를 얻으려는 간절함에서 그치지 않는다. 깨달은 가르침을 세상에 남기고 다른 이들과 나누려는 실천까지 담고 있다.

동자가 보살의 가르침을 구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과 실천을 상징하는 보현보살이 동자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어린아이가 가르침을 전하는 스승이 되는 셈이다. 깨달음의 깊이를 나이와 외형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불교적 관점이 드러난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은 28일 서울 종로구 불교중앙박물관에서 기획전 '동자동행童子同行, 작은 몸에 담긴 세계' 기자간담회를 갖고 보물 6건을 포함해 전국 주요 사찰에서 전해 내려온 47건 93점의 역대 최대 규모 '동자' 성보를 선보이고 있다. 2026.10.28.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은 28일 서울 종로구 불교중앙박물관에서 기획전 '동자동행童子同行, 작은 몸에 담긴 세계' 기자간담회를 갖고 보물 6건을 포함해 전국 주요 사찰에서 전해 내려온 47건 93점의 역대 최대 규모 '동자' 성보를 선보이고 있다. 2026.10.28. [email protected]

서울 흥천사 목조남순동자상은 관음 신앙 속 동자의 역할을 보여준다. '남순'이란 이름은 남쪽으로 가르침을 찾아 떠난 선재동자의 여정과 연결된다. 이 동자는 연꽃 받침 위에 놓인 정병을 두 손으로 받치고 있다. 정면에서는 곧게 선 듯하지만 옆에서 보면 상체를 앞으로 기울여 공경하는 몸짓을 드러낸다.

전시장에는 1882년 그려진 범어사 백의관음보살도와 흥천사의 남순동자상·해상용왕상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서로 다른 사찰에서 전해진 불화와 조각을 통해 관음보살과 그 곁을 지키는 존재들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읽게 한다.

성자를 모시는 동자는 불화에 생동감과 해학도 더한다. 엄숙한 나한 곁에서 공양을 준비하거나 물건을 나르는 동자의 몸짓은 수행의 세계를 일상의 풍경으로 가까이 끌어온다. 전시를 기획한 신지아 학예연구사는 동자를 단순히 성자를 보좌하는 존재를 넘어 정성껏 모시며 수행을 함께하는 존재로 설명했다.

머리 모양과 신발, 손에 든 물건을 비교하는 재미도 있다. 머리를 양 갈래로 묶거나 댕기를 늘어뜨리고, 맨발로 서 있거나 짚신을 신는다. 연꽃과 벼루를 든 동자들 사이에는 오늘날의 크로스백을 연상시키는 물건을 멘 모습도 보인다. 용도가 명확하지 않은 지물까지 더해져 조각가의 다채로운 조형 감각을 드러낸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은 28일 서울 종로구 불교중앙박물관에서 기획전 '동자동행童子同行, 작은 몸에 담긴 세계' 기자간담회를 갖고 '흥천사 목조남순동'(조선 1701년, 보물)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기획전은 동자를 주제로 한 전시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보물 6건을 포함해 전국 주요 사찰에서 전해 내려온 47건 93점의 역대 최대 규모 '동자' 성보를 전시한다. 2026.10.28.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은 28일 서울 종로구 불교중앙박물관에서 기획전 '동자동행童子同行, 작은 몸에 담긴 세계' 기자간담회를 갖고 '흥천사 목조남순동'(조선 1701년, 보물)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기획전은 동자를 주제로 한 전시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보물 6건을 포함해 전국 주요 사찰에서 전해 내려온 47건 93점의 역대 최대 규모 '동자' 성보를 전시한다. 2026.10.28. [email protected]

동자는 독립된 조각상 밖에서도 발견된다. 1745년 조성된 보문사 영산전 불상 대좌에는 허리를 굽힌 두 동자가 표현돼 있다. 나무를 뚫어 무늬를 내는 투각으로 장식한 대좌 아래에서 물고기를 잡거나 연꽃 가지를 든 듯한 모습이다. 불교 공예품 구석에도 동자들의 세계가 자리한 것이다.

명부세계로 들어가면 역할은 다시 달라진다. 선악동자는 죽은 이를 심판하는 시왕 곁에서 인간의 선행과 악행을 기록하고 보고한다. 여기서 선악은 착한 아이와 나쁜 아이를 나누는 말이 아니라 기록의 대상인 인간의 행위를 가리킨다.

장부와 붓, 벼루를 든 동자들은 자기 행위에 결과가 따른다는 인과 원리를 보여준다. 사후세계의 심판을 그린 장면이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의 말과 행동을 돌아보게 하는 가르침으로 이어진다.

명부 동자가 엄격함만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옥천사 명부전 동자상들은 저마다 다른 지물을 들고 부드러운 얼굴을 하고 있다. 연꽃과 과일, 공양물을 든 모습에는 망자의 천도와 평안을 바라는 사람들의 정성도 겹친다. 불교와 도교, 민간신앙이 어우러진 조선 후기 신앙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전시는 마지막에 인간의 업을 비추는 거울인 '업경'에서 착안한 공간을 마련했다. 동자의 얼굴과 몸짓을 따라온 관람객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한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은 28일 서울 종로구 불교중앙박물관에서 기획전 '동자동행童子同行, 작은 몸에 담긴 세계' 기자간담회를 갖고 '덕사 석조동자좌상'(조선 1678년)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기획전은 동자를 주제로 한 전시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보물 6건을 포함해 전국 주요 사찰에서 전해 내려온 47건 93점의 역대 최대 규모 '동자' 성보를 전시한다. 2026.10.28.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은 28일 서울 종로구 불교중앙박물관에서 기획전 '동자동행童子同行, 작은 몸에 담긴 세계' 기자간담회를 갖고 '덕사 석조동자좌상'(조선 1678년)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기획전은 동자를 주제로 한 전시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보물 6건을 포함해 전국 주요 사찰에서 전해 내려온 47건 93점의 역대 최대 규모 '동자' 성보를 전시한다. 2026.10.28. [email protected]

구도자와 보살, 시자와 기록자로 살아온 동자들을 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내년 2월 28일까지 이어진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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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시와 시자, 명부 기록자…변혁의 중심에 선 '동자'

기사등록 2026/10/31 09:3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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