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혈우병 환자 2200명…무출혈 환자도 많아
혈우병 환자도 출혈 없는 일상 가능…수술도 해
![[서울=뉴시스] 박한진 한국코헴회 회장(혈우병 환우 단체)은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한국코헴회 사무국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https://img1.newsis.com/2026/10/30/NISI20261030_0002278819_web.jpg?rnd=20261030151725)
[서울=뉴시스] 박한진 한국코헴회 회장(혈우병 환우 단체)은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한국코헴회 사무국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혈우병이라고 하면 피가 멈추지 않아 결국 죽는 병이라는 오해가 많습니다. 의사들 조차 혈우병이라고 하면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혈우병 환자들도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통해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혈우병 환자이자 혈우병 환우회 회장인 박한진 한국코헴회 회장(59)이 호소한 말이다.
혈우병은 선천적으로 혈액 응고 인자가 부족해 작은 충격에도 쉽게 출혈이 발생해 지혈이 오래 걸리는 질환이다. 국내에 약 2200명의 환자가 있다. 혈우병은 평생 관리가 필요하지만, 치료 환경이 발전하면서 환자들의 삶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혈우병 관리의 목표도 출혈 발생 후 대응하는 데서 나아가 예방 치료와 관리를 통해 출혈을 줄이고 관절 건강을 유지하면서 학교생활, 직장생활, 운동, 여행 등 일반적인 일상을 이어가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뉴시스는 국내 혈우병 환자와 가족을 대표해 온 박한진 한국코헴회 회장을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한국코헴회 사무국에서 만났다.
다음은 박 회장과의 일문일답.
-혈우병은 어떤 질환이며, 환자의 신체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나
"혈우병은 혈액 응고에 필요한 인자가 부족해 출혈이 발생했을 때 지혈이 어려워지는 희귀질환이다. 크게 혈우병 A형과 B형이 있는데, A형은 제8인자, B형은 제9인자가 부족한 경우다. 이외에도 다른 응고인자가 결핍돼 출혈이 발생하는 질환들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혈우병이라고 하면 A형과 B형을 이야기한다.
혈우병은 대부분 선천적으로 발생하고 유전적인 요인이 큰 질환이다. 다만 가족 중에 혈우병 환자가 없더라도 새로운 유전자 변이로 발생할 수 있다. 환자들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몸속에서 발생하는 출혈이다. 관절이나 근육 내부에 출혈이 생길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위장관 등에서도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관절과 근육의 출혈은 반복되면 관절 손상이나 변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반 대중이 혈우병에 대해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예전에는 학교 생물 시간에 혈우병을 유전 질환의 대표적인 사례로 배웠다. 그런데 유전에 대한 설명만 접하다 보니, 혈우병이라고 하면 피가 멈추지 않아 결국 죽는 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혈우병 환자는 출혈에 주의해야 하고, 심한 출혈은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출혈이 멈추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과거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나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코피는 별로 나지 않았다. 개인마다 출혈 양상에는 차이가 있다. 다만 치아 발치 시에는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혈우병이 없는 남동생은 이를 뽑고 솜으로 조금 누르고 있으면 지혈이 됐는데, 나는 한 3~4일 정도 출혈이 이어지기도 했다."
-혈우병 환자들은 내시경이나 수술 같은 일반적인 의료행위를 받을 때도 어려움을 겪는지?
"지금은 혈우병 치료제가 많이 발전해서 적절한 사전 준비와 지혈 관리가 이뤄지면 내시경이나 수술 등 여러 의료행위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출혈 위험이 있는 시술인지, 조직검사를 하는지, 환자의 중증도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필요한 조치가 달라진다.
문제는 실제 의료현장에서 혈우병 환자를 진료하거나 수술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의료진이 있다는 것이다. 환자가 혈우병이 있다고 이야기하면 진료 자체를 꺼리는 경우도 있었다.
10여 년 전에는 스케일링을 받으려고 미리 필요한 약까지 투여하고 치과에 갔는데, 생명과 관련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지 않으면 시술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미 당시에도 혈우병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고 수술까지 하던 시기였는데 의료진에 따라 대응이 상당히 달랐던 것이다. 그만큼 혈우병 환자의 실제 치료 환경에 대한 이해가 의료현장 전반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혈우병은 유전 질환이라는 특성 때문에 환자뿐 아니라 가족들도 심리적인 부담이나 편견을 경험한다고 들었다
"일반 사람들도 혈우병이 유전 질환이라는 사실은 대부분 알고 있다. 그런데 그 때문에 결혼이나 출산을 앞두고 '혈우병 환자가 아이를 낳으면 아이도 모두 혈우병이 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과거에는 혈우병 환아가 태어나면 아이의 어머니에게 책임을 돌리는 일이 있었다. 남편이나 시댁의 심한말을 견뎌야 하는 분들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아이의 치료 사실을 시댁에 알리지 않고 친정어머니와 함께 병원에 다니는 분들도 있었고,약을 집에 몰래 보관하거나 치료받는 사실 자체를 숨기는 경우도 있었다."
-혈우병은 어떤 방식으로 유전되는지. 여성도 혈우병 환자가 될 수 있나.
"혈우병 A형과 B형은 X염색체와 연관된 유전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어머니가 혈우병 관련 유전자 변이를 가진 보인자이고 아버지는 혈우병이 없는 경우, 아들은 각각 50%의 확률로 혈우병 환자가 될 수 있고 딸은 각각 50%의 확률로 보인자가 될 수 있다. 남녀 출생 확률이 같다고 가정하면 전체 출생아를 기준으로 혈우병 남아가 태어날 확률은 25%, 보인자인 여아가 태어날 확률은 25%인 것이다.
혈우병 환자이자 혈우병 환우회 회장인 박한진 한국코헴회 회장(59)이 호소한 말이다.
혈우병은 선천적으로 혈액 응고 인자가 부족해 작은 충격에도 쉽게 출혈이 발생해 지혈이 오래 걸리는 질환이다. 국내에 약 2200명의 환자가 있다. 혈우병은 평생 관리가 필요하지만, 치료 환경이 발전하면서 환자들의 삶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혈우병 관리의 목표도 출혈 발생 후 대응하는 데서 나아가 예방 치료와 관리를 통해 출혈을 줄이고 관절 건강을 유지하면서 학교생활, 직장생활, 운동, 여행 등 일반적인 일상을 이어가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뉴시스는 국내 혈우병 환자와 가족을 대표해 온 박한진 한국코헴회 회장을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한국코헴회 사무국에서 만났다.
다음은 박 회장과의 일문일답.
-혈우병은 어떤 질환이며, 환자의 신체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나
"혈우병은 혈액 응고에 필요한 인자가 부족해 출혈이 발생했을 때 지혈이 어려워지는 희귀질환이다. 크게 혈우병 A형과 B형이 있는데, A형은 제8인자, B형은 제9인자가 부족한 경우다. 이외에도 다른 응고인자가 결핍돼 출혈이 발생하는 질환들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혈우병이라고 하면 A형과 B형을 이야기한다.
혈우병은 대부분 선천적으로 발생하고 유전적인 요인이 큰 질환이다. 다만 가족 중에 혈우병 환자가 없더라도 새로운 유전자 변이로 발생할 수 있다. 환자들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몸속에서 발생하는 출혈이다. 관절이나 근육 내부에 출혈이 생길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위장관 등에서도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관절과 근육의 출혈은 반복되면 관절 손상이나 변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반 대중이 혈우병에 대해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예전에는 학교 생물 시간에 혈우병을 유전 질환의 대표적인 사례로 배웠다. 그런데 유전에 대한 설명만 접하다 보니, 혈우병이라고 하면 피가 멈추지 않아 결국 죽는 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혈우병 환자는 출혈에 주의해야 하고, 심한 출혈은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출혈이 멈추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과거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나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코피는 별로 나지 않았다. 개인마다 출혈 양상에는 차이가 있다. 다만 치아 발치 시에는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혈우병이 없는 남동생은 이를 뽑고 솜으로 조금 누르고 있으면 지혈이 됐는데, 나는 한 3~4일 정도 출혈이 이어지기도 했다."
-혈우병 환자들은 내시경이나 수술 같은 일반적인 의료행위를 받을 때도 어려움을 겪는지?
"지금은 혈우병 치료제가 많이 발전해서 적절한 사전 준비와 지혈 관리가 이뤄지면 내시경이나 수술 등 여러 의료행위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출혈 위험이 있는 시술인지, 조직검사를 하는지, 환자의 중증도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필요한 조치가 달라진다.
문제는 실제 의료현장에서 혈우병 환자를 진료하거나 수술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의료진이 있다는 것이다. 환자가 혈우병이 있다고 이야기하면 진료 자체를 꺼리는 경우도 있었다.
10여 년 전에는 스케일링을 받으려고 미리 필요한 약까지 투여하고 치과에 갔는데, 생명과 관련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지 않으면 시술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미 당시에도 혈우병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고 수술까지 하던 시기였는데 의료진에 따라 대응이 상당히 달랐던 것이다. 그만큼 혈우병 환자의 실제 치료 환경에 대한 이해가 의료현장 전반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혈우병은 유전 질환이라는 특성 때문에 환자뿐 아니라 가족들도 심리적인 부담이나 편견을 경험한다고 들었다
"일반 사람들도 혈우병이 유전 질환이라는 사실은 대부분 알고 있다. 그런데 그 때문에 결혼이나 출산을 앞두고 '혈우병 환자가 아이를 낳으면 아이도 모두 혈우병이 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과거에는 혈우병 환아가 태어나면 아이의 어머니에게 책임을 돌리는 일이 있었다. 남편이나 시댁의 심한말을 견뎌야 하는 분들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아이의 치료 사실을 시댁에 알리지 않고 친정어머니와 함께 병원에 다니는 분들도 있었고,약을 집에 몰래 보관하거나 치료받는 사실 자체를 숨기는 경우도 있었다."
-혈우병은 어떤 방식으로 유전되는지. 여성도 혈우병 환자가 될 수 있나.
"혈우병 A형과 B형은 X염색체와 연관된 유전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어머니가 혈우병 관련 유전자 변이를 가진 보인자이고 아버지는 혈우병이 없는 경우, 아들은 각각 50%의 확률로 혈우병 환자가 될 수 있고 딸은 각각 50%의 확률로 보인자가 될 수 있다. 남녀 출생 확률이 같다고 가정하면 전체 출생아를 기준으로 혈우병 남아가 태어날 확률은 25%, 보인자인 여아가 태어날 확률은 25%인 것이다.
![[서울=뉴시스] 박한진 한국코헴회 회장(혈우병 환우 단체)은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한국코헴회 사무국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https://img1.newsis.com/2026/10/30/NISI20261030_0002278821_web.jpg?rnd=20261030151745)
[서울=뉴시스] 박한진 한국코헴회 회장(혈우병 환우 단체)은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한국코헴회 사무국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반대로 아버지가 혈우병 환자이고 어머니가 해당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아들은 아버지에게서 혈우병 관련 X염색체를 물려받지 않지만 딸은 모두 그 유전자 변이를 물려받게 된다.
흔히 혈우병은 남자만 걸린다고 생각하지만 여성도 혈우병 환자가 될 수 있다. 보인자라고 하더라도 응고인자 활성도가 낮거나 출혈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고, 드물게 중증 혈우병으로 진단되는 여성도 있다."
-언제 혈우병을 진단받았다. 당시 치료 환경은 지금과 어떻게 달랐나
"중학교 1~2학년 무렵 혈우병을 진단받았다. 그때와 지금의 치료 환경은 완전히 다르다. 과거에는 치료제 자체가 부족했고, 건강보험 혜택도 지금처럼 충분하지 않았다. 혈우병 치료제도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에 걸쳐 점차 보급되기 시작했다. 당시 서울에서는 치료제를 맞는 환자들이 있었지만, 대전 같은 지방에서는 치료제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반감기가 크게 연장된 정맥주사 치료제도 개발되고 있는데, 이러한 치료제에 대한 환자들의 기대는 어떠한지?
"최근 개발된 정맥주사 치료제 중에는 기존보다 반감기가 크게 연장된 치료제들도 있다. 과거에는 응고인자를 투여해도 체내에서 빠르게 감소하기 때문에 자주 주사를 맞아야 했지만 반감기가 길어지면서 주 1회만 주사를 맞은 뒤에도 응고인자 활성도를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신약이 개발됐다고 환자가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국내 허가와 건강보험 급여 적용 여부 등에 따라 접근성이 달라질 수 있다."
-한국코헴회는 혈우병 환자들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최근 진행하는 질환 인식 개선 캠페인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
"과거에는 혈우병이라고 하면 죽을 수도 있는 병,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치료제가 발전하면서 혈우병 환자들도 직장에 다니고 사회활동을 하며 다양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우리 세대는 어릴 때 치료제가 없거나 구하기 어려워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던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지금도 관절이나 근육에 손상이 남아 있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반면 지금의 젊은 환자들은 어려서부터 예방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성장하고 있다. 그만큼 과거 세대에 비해 관절 손상을 예방하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모습을 일반 대중도 알았으면 한다. 혈우병이라고 해서 특별한 시선으로 바라보거나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국코헴회에서 '출혈 걱정 없는 일상' 질환 인식 개선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과거에는 출혈 횟수를 줄이는 것이 혈우병 치료의 주요 목표였다면, 최근에는 치료제의 발전과 함께 출혈이 발생하지 않는 무출혈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치료 목표가 변화하고 있다. 혈우병 환자들도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통해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질환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젊은 혈우병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젊은 환자들에게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어릴 때부터 치료를 잘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의료진이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으라고 하면 잘 따르고, 병원에 가기 싫다는 이유로 진료를 미루거나 약을 맞지 않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젊을 때부터 출혈을 예방하고 관절을 건강하게 관리하면 나이가 들어서도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과거에는 치료제가 없어서 아파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여러 치료 방법이 있는 만큼 이를 잘 활용했으면 한다."
-혈우병 환자들이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혈우병에서도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를 통해 허가된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했으나, 허가 단계의 혁신성이 실제 건강보험 적용과 환자의 치료 접근으로 이어지는 데에는 여전히 긴 과정과 시간이 필요하다. 어렸을 때부터 적극적인 치료 및 관리가 성인이 된 후 평생의 기간 동안의 치료 및 삶의 질에 매우 중요한 만큼 혈우병 혁신 신약의 신속한 건강보험 적용이 필요하다. "
-혈우병 환자와 대중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말은
"현재는 치료 환경이 많이 발전했음에도 혈우병에 대한 편견은 남아 있다. 나 역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다른 사람들에게 혈우병 환자라는 사실을 쉽게 이야기하지 못했다. 혈우병이라고 말하는 순간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거나 낙인을 찍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런 인식이 달라졌으면 한다. 혈우병이 있어도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통해 건강하게 사회생활을 하고 출혈 걱정 없는 일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혈우병 환자라는 이유만으로 특별하게 바라보거나 편견을 갖지 않고, 우리 사회의 평범한 구성원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달라."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흔히 혈우병은 남자만 걸린다고 생각하지만 여성도 혈우병 환자가 될 수 있다. 보인자라고 하더라도 응고인자 활성도가 낮거나 출혈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고, 드물게 중증 혈우병으로 진단되는 여성도 있다."
-언제 혈우병을 진단받았다. 당시 치료 환경은 지금과 어떻게 달랐나
"중학교 1~2학년 무렵 혈우병을 진단받았다. 그때와 지금의 치료 환경은 완전히 다르다. 과거에는 치료제 자체가 부족했고, 건강보험 혜택도 지금처럼 충분하지 않았다. 혈우병 치료제도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에 걸쳐 점차 보급되기 시작했다. 당시 서울에서는 치료제를 맞는 환자들이 있었지만, 대전 같은 지방에서는 치료제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반감기가 크게 연장된 정맥주사 치료제도 개발되고 있는데, 이러한 치료제에 대한 환자들의 기대는 어떠한지?
"최근 개발된 정맥주사 치료제 중에는 기존보다 반감기가 크게 연장된 치료제들도 있다. 과거에는 응고인자를 투여해도 체내에서 빠르게 감소하기 때문에 자주 주사를 맞아야 했지만 반감기가 길어지면서 주 1회만 주사를 맞은 뒤에도 응고인자 활성도를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신약이 개발됐다고 환자가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국내 허가와 건강보험 급여 적용 여부 등에 따라 접근성이 달라질 수 있다."
-한국코헴회는 혈우병 환자들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최근 진행하는 질환 인식 개선 캠페인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
"과거에는 혈우병이라고 하면 죽을 수도 있는 병,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치료제가 발전하면서 혈우병 환자들도 직장에 다니고 사회활동을 하며 다양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우리 세대는 어릴 때 치료제가 없거나 구하기 어려워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던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지금도 관절이나 근육에 손상이 남아 있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반면 지금의 젊은 환자들은 어려서부터 예방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성장하고 있다. 그만큼 과거 세대에 비해 관절 손상을 예방하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모습을 일반 대중도 알았으면 한다. 혈우병이라고 해서 특별한 시선으로 바라보거나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국코헴회에서 '출혈 걱정 없는 일상' 질환 인식 개선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과거에는 출혈 횟수를 줄이는 것이 혈우병 치료의 주요 목표였다면, 최근에는 치료제의 발전과 함께 출혈이 발생하지 않는 무출혈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치료 목표가 변화하고 있다. 혈우병 환자들도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통해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질환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젊은 혈우병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젊은 환자들에게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어릴 때부터 치료를 잘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의료진이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으라고 하면 잘 따르고, 병원에 가기 싫다는 이유로 진료를 미루거나 약을 맞지 않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젊을 때부터 출혈을 예방하고 관절을 건강하게 관리하면 나이가 들어서도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과거에는 치료제가 없어서 아파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여러 치료 방법이 있는 만큼 이를 잘 활용했으면 한다."
-혈우병 환자들이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혈우병에서도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를 통해 허가된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했으나, 허가 단계의 혁신성이 실제 건강보험 적용과 환자의 치료 접근으로 이어지는 데에는 여전히 긴 과정과 시간이 필요하다. 어렸을 때부터 적극적인 치료 및 관리가 성인이 된 후 평생의 기간 동안의 치료 및 삶의 질에 매우 중요한 만큼 혈우병 혁신 신약의 신속한 건강보험 적용이 필요하다. "
-혈우병 환자와 대중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말은
"현재는 치료 환경이 많이 발전했음에도 혈우병에 대한 편견은 남아 있다. 나 역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다른 사람들에게 혈우병 환자라는 사실을 쉽게 이야기하지 못했다. 혈우병이라고 말하는 순간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거나 낙인을 찍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런 인식이 달라졌으면 한다. 혈우병이 있어도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통해 건강하게 사회생활을 하고 출혈 걱정 없는 일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혈우병 환자라는 이유만으로 특별하게 바라보거나 편견을 갖지 않고, 우리 사회의 평범한 구성원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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