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전 스님 신간 '자타카로 읽는 불교 2'
효행·욕망·전쟁 속 시험받는 진실·지혜
![[서울=뉴시스] 책 '자타카로 읽는 불교 2' 저자 각진스님 (사진=민족사 제공) 2026.10.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10/30/NISI20261030_0002279145_web.jpg?rnd=20261030205653)
[서울=뉴시스] 책 '자타카로 읽는 불교 2' 저자 각진스님 (사진=민족사 제공) 2026.10.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눈먼 부모를 봉양하던 청년은 독화살을 맞고 쓰러졌다. 공정한 판단으로 왕들의 신뢰를 얻은 현자는 그 지혜 때문에 목숨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뛰어난 판단력으로 나라를 구하는 이에게도 모함과 추방, 죽음의 위협이 끊이지 않았다.
선하게 살고 지혜롭게 행동해도 삶은 순탄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람은 무엇을 힘으로 삼아 살아가야 할까.
신간 '자타카로 읽는 불교 2―진실과 지혜의 이야기'(민족사) 저자 각전 스님은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인 본생담에서 그 답을 찾는다.
스님은 서문에서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내는 것일까?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라고 묻는다.
이는 동물에게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 재빠른 몸동작이 있다면 인간을 살아가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되짚는 질문이다.
성냄과 욕심, 권세와 인간관계 등 여러 가능성을 짚은 끝에 스님이 내놓은 답은 '진실'과 '지혜'다.
![[서울=뉴시스] 자타카로 읽는 불교 2 (사진=민족사 제공) 2026.10.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10/30/NISI20261030_0002279146_web.jpg?rnd=20261030205938)
[서울=뉴시스] 자타카로 읽는 불교 2 (사진=민족사 제공) 2026.10.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책 속에서 진실과 지혜를 지닌 이들이 걷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스님은 "진실과 지혜는 현실에서 거짓과 어리석음 속에서 움직인다"고 본다. 그 가치는 평온한 순간보다 고난 속에서 선택하고 행동할 때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번 책에는 '사마 본생담', '비두라 현자 본생담', '마하움막가 본생담' 등 세 편이 실렸다. 어려운 선행을 능히 실천하는 '난행의 능행'을 다뤘던 전작 '자타카로 읽는 불교 1'에 이어, 진실과 지혜가 복잡한 인간관계와 권력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살핀다.
첫 이야기의 주인공 사마는 눈먼 부모를 위해 물을 긷고 음식을 마련하며 정성껏 봉양한다. 그러나 사냥에 나선 왕이 쏜 독화살에 맞아 죽음에 이른다. 효행을 다한 이에게 왜 이런 불행이 찾아오는지, 이야기는 시작부터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스님이 주목한 것은 죽음 앞에서도 원망하지 않는 사마와 부모의 마음이다. 사마는 자신을 쏜 왕을 원망하지 않고, 부모 역시 자식의 죽음 앞에서 누군가를 탓하거나 자신을 책망하지 않는다. 이야기 속에서 사마를 되살리는 것은 이들이 지닌 진실의 힘이다.
스님은 서문에 "사마와 시위왕은 모두 선행을 하면서 죽음과 불행에 직면했던 것"이라고 짚었다.
전작에서 눈을 보시하고도 고통을 겪었던 시위왕처럼 사마 역시 선행만으로 불행을 피하지는 못한다. 본생담을 따라가다 보면 질문의 무게는 '왜 나에게 불행이 오는가'에서 '불행 앞에서 어떤 마음을 지킬 것인가'로 옮겨간다.
![[서울=뉴시스] 책 '자타카로 읽는 불교 2' 저자 각진스님 (사진=민족사 제공) 2026.10.30.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 자타카로 읽는 불교 2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10/30/NISI20261030_0002279148_web.jpg?rnd=2026103021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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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두라 현자 본생담'에서는 지혜가 욕망의 표적이 된다. 네 왕에게 지혜로운 판단을 들려준 비두라는 용왕에게 받은 마니주를 계기로 내기의 재물이 되고, 산꼭대기에 거꾸로 매달리는 위기에 처한다. 현자의 심장을 얻으려는 욕망이 그의 목숨을 겨눈 것이다.
이때 비두라의 지혜는 자신을 해치려는 상대의 사정을 듣고 오해를 푸는 힘으로 나타난다. 죽음 앞에서도 평정을 지키고, 상대가 왜 자신을 죽이려 하는지 살피면서 위기를 풀어간다.
스님은 이 이야기에서 현자가 가족을 대하는 모습도 눈여겨봤다. 죽음의 위기 속에서도 가족을 달래는 아버지이자 남편의 태도, 자신보다 덜 지혜로운 왕을 섬기면서 지켜야 할 도리를 놓치지 않는 모습이다. 지혜는 남보다 뛰어남을 드러내는 능력을 넘어 관계 속에서 책임을 다하는 태도로 이어진다.
'마하움막가 본생담'은 정치와 전쟁의 세계를 다룬 이야기다.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판단력을 보인 마호사다는 왕궁에 들어가지만, 그를 기다리는 것은 인정과 존경만이 아니다. 궁정 현자들의 질투와 모함, 왕의 의심과 배척이 거듭된다.
이야기는 첩보전과 미인계, 적국에서의 건축과 탈출 작전으로 확장된다. 마호사다는 자신을 추방하거나 죽이려 했던 왕을 구하고, 적국 왕의 가족까지 피신시키는 길을 찾는다. 상대를 꺾는 데 그치지 않고 생명을 살리는 방향으로 지혜를 발휘하는 것이다.
본생담을 읽는 시선에는 스님의 이력도 겹쳐 보인다. 서울대 정치학과와 대학원에서 정치철학을 공부한 스님은 제39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해양수산부에서 근무했다. 이후 궁극적 진리를 향한 갈망으로 공직을 내려놓고 출가했다. 대정 스님을 은사로 범어사에서 출가 생활을 시작했다.
스님의 관심은 왕과 신하,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로 향한다. 고대 왕궁에서 벌어진 의심과 질투, 권력 다툼은 오늘날 조직과 인간관계를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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