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도시 페롤에 中 전기차 공장…'스파이 우려' 보도에도 좌우 지지

기사등록 2026/10/28 16:54:07

최종수정 2026/10/28 17:2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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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00개 직접고용 기대…11월29일 총선 전 정부 승인 전망

현지 언론 "정보당국, 인근 군사시설 첩보 위험 우려"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스페인 해군의 핵심 거점인 북서부 항구도시 페롤이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의 전기차 공장을 유치하면서 일자리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대중국 안보 우려를 함께 떠안게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 시간) SAIC가 지난 6월 페롤 외곽 항구를 유럽연합(EU) 첫 생산공장 추진지로 선택하자 산업 쇠퇴에 시달려온 지역사회가 일제히 환영했다고 보도했다.

스페인 정보당국이 공장의 군사시설 인접에 우려를 나타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지만 사업은 좌우 정치권의 지지를 받고 있다. NYT는 좌우가 격렬히 대립하는 선거 국면에서도 중국 투자 유치의 필요성에는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사업은 외국인 직접투자에 대한 스페인 중앙정부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한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의 좌파 정부는 다음달 29일 조기총선 전에 승인할 것으로 예상되며, 처리되지 않더라도 보수 진영이 집권하면 사업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NYT는 전망했다. 모든 승인이 나면 내년 착공해 2028년 가동하는 일정이 추진되고 있다.

안보 논란은 지난 8월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가 국방부와 국가정보센터(CNI)의 우려를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중국 정보기관이 공장을 인근 해군시설에 대한 첩보 수집 거점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관계 당국이 경계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페롤에는 스페인 해군기지와 군함을 건조·정비하는 나반티아 조선소가 있다. 해군기지에는 미국제 미사일 요격체계를 탑재한 함정들도 배치돼 있다.

갈리시아 주정부는 보도 내용이 부정확하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주정부는 이후 국방부로부터 공장 건설에 관한 검토 결과가 호의적일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스페인 국방부와 SAIC는 NYT의 논평 요청에는 응하지 않았다.

논쟁의 핵심은 첩보 가능성만이 아니다. 중국 공급망과 원자재·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는지, 현지 기업들이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리는지, 스페인이 핵심 기술을 실제로 넘겨받을 수 있는지도 쟁점이다.

[상하이=AP/뉴시스] 사진은 2023년 7월9일 상하이자동차산업(SAIC)에서 생산한 MG 자동차가 중국 동부 상하이 하이통 국제 자동차 터미널에서 수출 운송을 위해 대기하는 모습.
[상하이=AP/뉴시스] 사진은 2023년 7월9일 상하이자동차산업(SAIC)에서 생산한 MG 자동차가 중국 동부 상하이 하이통 국제 자동차 터미널에서 수출 운송을 위해 대기하는 모습.
중국 기업을 둘러싼 안보 논란은 앞서 화웨이 계약에서도 제기됐다. 스페인 내무부는 지난해 경찰의 감청자료를 저장하는 서버와 기술지원 계약을 화웨이에 맡겼다.

미국 상·하원 정보위원장들은 이에 대해 스페인과의 정보공유 체계를 재검토하라고 미 국가정보국장에게 요청했다. 스페인 정부는 이 자료가 방첩기밀이 아닌 수사 자료이며 시스템도 외부와 분리돼 있어 중국 측의 접근 위험이 없다고 반박했다.

스페인에서 자동차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10%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다. 자국 소유의 세계적인 주력 브랜드는 드물지만 여러 해외 완성차 업체의 생산공장이 들어서 있어 독일에 이어 유럽 2위의 자동차 생산국으로 꼽힌다.

문제는 기존 내연기관차 생산체제가 전기차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스페인 정부는 중국 공장이 들어오면 현지 노동자들이 전기차와 배터리 생산기술을 익혀 유럽의 친환경 공급망에서 역할을 확보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반면 중국 기업들이 핵심 기술을 공개하지 않고 조립공정만 스페인에 둘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까지 주중 스페인대사를 지낸 라파엘 데스카야르는 “기술 이전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며 스페인이 중국 기업의 단순 조립공장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비판론자들은 중국에서 만든 부품이나 반조립 차량을 들여와 페롤에서 최종 조립할 경우 중국산 자동차에 부과되는 EU의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한 생산기지로 이용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SAIC 사업은 스페인 전역으로 확대되는 중국 친환경산업 투자의 한 사례다. 중국 배터리와 태양광 패널, 재생에너지 업체들이 스페인 곳곳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브뤼셀=AP/뉴시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2026년 10월1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0.16.
[브뤼셀=AP/뉴시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2026년 10월1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0.16.
산체스 총리는 최근 4년 동안 네 차례 중국을 방문했다. 그는 지난 4월 베이징을 찾아 중국과의 고위급 소통이 양국 수교 53년 이래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고 자평했다.

데스카야르 전 대사는 산체스 총리의 중국 접근이 미국을 대체하려는 선택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의 일부 정책이 스페인이 중시하는 가치를 흔들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미국을 대신할 국가가 없다는 설명이다.

페롤은 18세기 스페인 해군이 천혜의 항구에 병기창과 조선소를 건설하면서 성장했다. 해군 기술자들이 유리 발코니가 늘어선 거리를 만들었고, 해군 장교의 아들로 훗날 독재자가 된 프란시스코 프랑코도 이곳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스페인 해군이 일부 함대를 남부로 옮기고 아시아 업체와의 경쟁으로 조선업이 쇠퇴하면서 일자리와 인구가 함께 줄었다. 현재 인구는 약 6만5000명이며 도심에는 문을 닫은 상점이 적지 않다.

주민들에게 중국 기업이라는 사실은 부차적인 문제다. 주민 로시 바스케스는 “공장이 중국 것이면 어떤가. 모두에게 일자리가 생긴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페롤 출신인 알프레도 마르틴 가르시아 레온대 역사학자는 공장 유치가 “지난 300년간 이어진 페롤의 역사적 흐름을 바꿀 급진적인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서점 주인 마리아 호세 바예 레이바스는 NYT에 “중요한 것은 일자리와 돈”이라며 “이것은 도시를 구하는 문제다. 이곳 사람들은 모두 공장이 들어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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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도시 페롤에 中 전기차 공장…'스파이 우려' 보도에도 좌우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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