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장 선 기업들, 사과 다음은 책임 [기자수첩]

기사등록 2026/10/28 16:5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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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동효정 기자 =

"누가 결정한 겁니까?"


지난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성원 쿠팡 총괄부사장에게 물었다. 공정거래위원회 현장조사에 응하지 않기로 한 결정의 주체가 누구냐는 질의였다. 주 부사장의 답은 짧았다. "내부 논의를 거쳤다."

지속되는 질의에 주 부사장은 조사 거부가 아니라 기업의 절차적 권리구제를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법적 대응의 취지는 설명했지만 최종 의사결정권자와 구체적인 판단 과정은 끝내 밝히지 않았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가격 맞춤형 쿠폰(PMC) 할인비용 전가 의혹과 관련해 네이버·SSG닷컴·G마켓·11번가는 자료를 제출했지만 쿠팡은 제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주 부사장은 쿠팡의 직매입 구조가 "다른 플랫폼과 다르다"며 "필요한 자료 제출을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거래 구조의 차이를 설명했지만 자료 제출 여부에 대한 명확한 답은 내놓지 않았다.

쿠팡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감에서 기업의 책임 소재를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는 모호한 해명이, 대책을 묻는 질문에는 막연한 약속만 돌아왔다.

기업회생 절차를 밟는 홈플러스는 경영 정상화와 협력업체 피해 회복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최근에는 전기요금 체납으로 폐점 점포 6곳에 단전까지 예고됐다.

입점업체 피해 지원 방안을 묻자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는 "현재는 여력이 안 된다"고 답했다. M&A와 점포 매각마저 무산될 경우의 대책을 묻는 질문에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2000억원의 긴급운영자금을 투입하고도 납품 정상화는 이뤄지지 않았고 조 대표는 "죄송하다"는 말을 남겼다.

피해가 이어지는 동안 정상화 계획이 무산될 경우의 대안도, 피해를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뚜렷하지 않았다.

영업이 중단된 홈플러스 점포에서 일부 입점업체는 여전히 매장을 지키고 있다. 단전이 현실화하면 이들 업체마저 영업을 접어야 할 처지다.

GS리테일 관련 질의에서도 질문과 답변 사이의 간극은 뚜렷했다.

국감에서는 중간 유통업체를 통한 납품 구조와 판매장려금 공개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관련 내용을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 오진석 GS리테일 부사장은 "내부적으로 살펴보겠다"거나 "정확한 내용을 파악해 다시 답하겠다"고 답했다. 검토와 확인을 약속했지만, 쟁점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현장에서 나오지 않았다.

국감장에서 기업들은 해명하고, 사과하고,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내부 논의를 거쳤다'는 말 뒤에는 결정의 주체와 근거가 남아야 하고 '검토하겠다'는 약속 뒤에는 실행 여부와 결과가 따라야 한다. 사과는 책임의 끝이 아니라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첫걸음이다.

국감은 끝났지만 유통 현장의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납품업체는 대금을 기다리고, 입점업체는 영업을 이어갈 수 있을지 걱정하며, 기업의 책임을 묻는 질문은 여전히 답을 기다리고 있다. 국감장에서 내놓은 사과와 약속이 공허한 메아리로 남지 않으려면 기업은 말이 아닌 조치로 답해야 한다.

국감의 성패는 호통의 크기가 아니라 마이크가 꺼진 뒤 현장의 변화로 평가된다. 국정을 살펴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 국감의 시작이라면, 기업은 이를 바로잡고 책임을 다하는 것이 국감의 완성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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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장 선 기업들, 사과 다음은 책임 [기자수첩]

기사등록 2026/10/28 16:52:19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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