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연, DESI·초신성·우주배경복사 관측자료 종합 분석
암흑물질 밀도 더 빨리 줄면 최근 관측 결과 설명 가능
암흑에너지 복잡한 변화 가정 안 해도 돼…통계적 확정은 아직

암흑물질의 새로운 성질로 우주 팽창을 설명하는 연구 개념도. (사진=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최근 천문학계를 달군 '우주 팽창 논쟁'을 암흑에너지가 아닌 암흑물질의 성질을 바꿔 설명할 수 있다는 새로운 해석을 국내 연구진이 제시했다.
지금까지 암흑물질은 압력이 없는 물질처럼 행동한다고 가정해왔는데, 아주 작은 압력을 가진다고 보면 암흑에너지가 복잡하게 변하지 않아도 최근 우주 관측 결과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샤피엘루 알만·장준첸 박사 연구진이 암흑물질의 기존 가정을 바꿔 최근 우주 팽창 관측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모형을 제시했다고 28일 밝혔다.
우주 팽창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사실은 1998년 초신성 관측으로 확인됐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 '암흑에너지'라는 개념이 도입됐다. 이후 암흑에너지는 시간이 지나도 성질이 일정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미국 암흑에너지분광장비(DESI)의 최근 관측 결과는 암흑에너지가 시간에 따라 약해질 가능성을 제시했다. 문제는 이를 기존 이론으로 설명하려면 암흑에너지의 성질이 매우 복잡하게 변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일부 해석에서는 암흑에너지의 압력과 에너지 밀도 비율이 -1이 되는 '팬텀 경계'를 넘어야 한다. 천문연은 이 같은 변화는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까다로운 특성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암흑에너지가 변한다" 대신 "암흑물질이 다를 수 있다"
두 존재 모두 우주를 설명하는 핵심 요소지만 실제 정체와 물리적 성질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표준 우주론에서는 암흑물질에 압력이 없다고 가정한다. 쉽게 말해 우주가 커질수록 암흑물질의 밀도도 일반적인 물질과 같은 방식으로 줄어든다고 보는 것이다.
연구진은 바로 이 전제를 다시 살폈다. 최근 관측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암흑에너지의 성질만 복잡하게 바꿀 것이 아니라, 아직 정체를 모르는 암흑물질의 성질 역시 기존 가정과 조금 다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DESI가 은하와 퀘이사를 관측해 얻은 우주 거리 자료와 암흑에너지탐사(DES)의 5년간 초신성 관측자료, 초기 우주의 정보를 담은 우주배경복사(CMB) 자료를 함께 분석했다.
암흑물질에 '아주 작은 압력' 줬더니 관측 결과 맞아
이 경우 우주가 팽창할수록 암흑물질의 밀도가 일반 물질보다 조금 더 빠르게 줄어든다. 이렇게 암흑물질의 성질을 미세하게 바꾸면 암흑에너지가 팬텀 경계를 넘어 복잡하게 변화한다고 가정하지 않고도 관측자료와 맞는 우주 모형을 만들 수 있었다.
연구진은 특히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성질을 따로 떼어 보는 대신 함께 고려할 때 이런 가능성이 나타났다는 점에 의미를 뒀다.
새 모형은 초기 우주와 현재 우주에서 각각 추정한 암흑물질 양이 미묘하게 맞지 않는 현상을 설명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
관측자료와의 일치도는 암흑에너지가 팬텀 경계를 통과한다고 보는 기존 변화 모형보다 새 모형이 조금 높았다. 다만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어서 현재 자료만으로 어느 설명이 맞는지 단정할 수는 없다.
샤피엘루 알만 박사는 "이번 연구의 의의는 암흑에너지의 복잡한 변화를 가정하지 않고도 최근 우주 관측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있다"며 "특히 암흑물질이 보통 물질과 같은 방식으로 행동한다는 오랜 가정에서 벗어나, 암흑물질의 물리적 성질을 새롭게 살펴볼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김진호 천문연 우주진화연구센터장은 "아이스큐브가 입자를 직접 잡으려는 시도라면, 천문연의 이번 연구는 우주 팽창 역사라는 큰 그림에서 암흑물질의 성질을 거꾸로 추적한 것"이라며 "두 접근이 만나는 지점에 암흑물질의 정체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내년부터 관측과 시뮬레이션, 이론을 결합한 암흑물질 연구 프로젝트 'K-코스모스'를 통해 후속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 10월10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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