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무대 경계 허문 1인극…노재원·정새별·김아영 출연
엄마의 우울증 지켜본 아이가 삶을 이해하는 과정 그려
![[서울=뉴시스] 연극 '내게 빛나는 모든 것'에 출연 중인 배우 노재원. (사진 =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 제공) 2026.10.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10/23/NISI20261023_0002272560_web.jpg?rnd=20261023175304)
[서울=뉴시스] 연극 '내게 빛나는 모든 것'에 출연 중인 배우 노재원. (사진 =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 제공) 2026.10.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아이스크림, 물싸움, 밤에 몰래 TV 보기, 노란색….
일곱 살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적어 내려간다. 우울증을 앓는 엄마에게 세상에는 살아갈 만한 이유가 많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지난 17일 개막한 연극 '내게 빛나는 모든 것'은 세상에서 빛나는 것들에 대한 리스트를 쓰는 주인공을 통해 삶의 기쁨과 슬픔을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아이가 적어 내려간 목록은 너무나 사소해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것들이다. 하지만 엄마를 웃게 하고 다시 살아갈 힘을 주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주인공은 잠시 잊고 지낸 리스트를 다시 발견하고 채워간다. 이제는 자신을 위해서다. 사랑과 이별 등 삶의 중요한 순간들을 겪으며 새로운 항목들이 더해진다.
우울증과 자살 등 무거운 소재를 다루지만 이야기는 비관적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오히려 곳곳에 스며든 유머에 객석에서도 자주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그 중심에는 배우와 관객의 호흡이 있다.
작품은 배우 한 명이 극을 이끄는 1인극이다. 그러나 실제로 무대에 서는 이들은 더 많다. 관객들도 이야기 속 인물이 돼 함께 무대를 채우기 때문이다.
배우의 부름에 무대로 나온 관객들은 수의사, 아버지, 상담 선생님, 교수님, 연인 등 다양한 역할을 맡는다.
갑자기 낯선 이야기에 휘말린 관객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예상치 못한 감동을 선사하기도 한다. 아버지의 결혼식 축사나 상담 선생님이 들려주는 행복에 관한 이야기가 그렇다. 서툴지만 진심을 담아 주인공에게 건네는 말이어서 일 테다.
![[서울=뉴시스] 연극 '내게 빛나는 모든 것'에 출연 중인 배우 노재원. (사진 =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 제공) 2026.10.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10/23/NISI20261023_0002272561_web.jpg?rnd=20261023175321)
[서울=뉴시스] 연극 '내게 빛나는 모든 것'에 출연 중인 배우 노재원. (사진 =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 제공) 2026.10.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관객들의 예측할 수 없는 반응을 능숙하게 받아내는 배우의 연기도 눈길을 끈다. 이번 시즌에는 노재원, 정새별, 김아영이 출연하고 있다.
노재원은 천진난만하면서도 어딘가 그늘이 드리운 얼굴로 인물의 복잡한 감정을 풀어낸다.
첫눈에 빠진 사랑에 대해 이야기할 땐 설렘 가득해 보이다가도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그냥 하지 마세요!"라고 외칠 때는 절박함이 묻어난다. "나아질 거예요. 항상 빛나진 않더라도 분명 좋아질 거예요"라고 말할 때는 간절한 위로가 전해진다.
"제일 두려웠던 건 엄마처럼 되는 일이었다"고 고백할 때는 오랜 시간 마음속에 품어온 두려움과 아픔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극 후반 주인공은 "리스트는 엄마를 구할 수도, 바꿀 수도 없었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나 어느덧 100만 개를 채운 이 목록이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어느새 이 목록은 주인공 자신이 살아갈 이유를 되새기는 계기가 된다.
누군가의 따스한 눈빛이나 함께 웃었던 기억처럼 일상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순간들. 삶이 고통으로 가득한 것처럼 느껴질 때도, 우리 곁에 이처럼 소중한 것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것만으로도 작품은 위로가 된다.
어쩌면 이처럼 다정한 연극을 본 시간도 누군가의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것들' 목록에 더해질지 모른다.
공연은 다음 달 8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열린다.
![[서울=뉴시스] 연극 '내게 빛나는 모든 것'에 출연 중인 배우 정새별, 김아영. (사진 =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 제공) 2026.10.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10/23/NISI20261023_0002272563_web.jpg?rnd=20261023175339)
[서울=뉴시스] 연극 '내게 빛나는 모든 것'에 출연 중인 배우 정새별, 김아영. (사진 =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 제공) 2026.10.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