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분노②] 치솟는 물가·눈덩이 나랏빚…경제 뇌관 되나

기사등록 2026/10/24 06:02:00

구글에서 선호하는 매체로 추가

EU 식료품값 5년간 34% 상승…포르투갈·스페인 집값도 급등

높은 국가채무에 정부들 고심…佛국채금리 상승에 불안

해법은 취약계층 지원 집중…생활고·재정 부담 함께 줄여야

[마드리드=AP/뉴시스] 유로뉴스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 자료를 분석해 EU의 식료품·비주류음료 가격이 2021년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34% 올랐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17일(현지 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푸에르타델솔 광장에서 시민들이 세입자 보호 법률 강화를 요구하는 시위대의 텐트 사이를 지나는 모습. 2026.10.24.
[마드리드=AP/뉴시스] 유로뉴스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 자료를 분석해 EU의 식료품·비주류음료 가격이 2021년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34% 올랐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17일(현지 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푸에르타델솔 광장에서 시민들이 세입자 보호 법률 강화를 요구하는 시위대의 텐트 사이를 지나는 모습. 2026.10.24.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유럽 각국에서 생활비 부담에 항의하는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학생들은 교육 여건 개선을,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을, 세입자들은 주거 안정을 요구했다. 나라별 요구는 다르지만 소득으로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깔려 있다.

문제는 정부의 대응 여력이다. 지원을 늘리면 국가채무가 불어나고, 지출을 줄이면 시민들의 반발이 커질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사회 불안과 재정 우려가 겹치며 국채금리까지 급등했다. 생활고에서 시작된 갈등이 경제 전반의 불안으로 번질지 주목된다.

유럽 매체 유로뉴스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 자료를 분석해 EU의 식료품·비주류음료 가격이 2021년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34% 올랐다고 보도했다. 같은 식료품을 사는 데 5년 전 100유로가 들었다면 이제는 134유로를 써야 한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세전 월 최저임금으로 살 수 있는 식료품의 양은 스페인에서 5%, 프랑스에서 4% 줄었다. 최저임금이 식료품 가격 상승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 비교에는 세금과 임대료 등 다른 지출은 반영되지 않았다.

주거비도 가계를 압박한다.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EU 주택가격은 전년 동기보다 4.7%, 임대료는 3.0% 올랐다. 집값 상승률은 포르투갈이 16.5%, 스페인이 12.1%로 EU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마드리드=AP/뉴시스] 유로뉴스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 자료를 분석해 EU의 식료품·비주류음료 가격이 2021년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34% 올랐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3일(현지 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시민들이 세입자 보호 법률 강화를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현수막에는 스페인어로 '주택이 사업이라면, 내 삶은 협상 카드인가?'라고 적혀 있는 모습. 2026.10.24.
[마드리드=AP/뉴시스] 유로뉴스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 자료를 분석해 EU의 식료품·비주류음료 가격이 2021년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34% 올랐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3일(현지 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시민들이 세입자 보호 법률 강화를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현수막에는 스페인어로 '주택이 사업이라면, 내 삶은 협상 카드인가?'라고 적혀 있는 모습. 2026.10.24.
두 나라에서는 주거난에 대한 항의가 노동계의 연대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유로뉴스는 22일 스페인과 포르투갈 노조가 공동 총파업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페인은 다음 달 11일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으며 포르투갈의 동참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양국 시위대는 일자리가 있어도 대도시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저렴한 주택 공급을 요구했다.

그리스에서는 주거난과 교육 여건 악화가 맞물렸다. AFP통신에 따르면 21일 아테네 등 그리스 여러 도시에서 학생들이 생활비 부담과 교육 여건 악화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아테네 집회에 최소 5000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부동산 자문업체 지오악시스 자료를 인용해 아테네 임대료가 지난 10년간 115% 넘게 올랐다고 전했다. 대학생 타소스 메르치아니디스는 비싼 임대료를 지적하며 "감당할 수 없는 학생들은 학업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스의 2023년 공교육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3.3%로 EU 평균 4.7%보다 낮았다. 주거비 부담에 부족한 교육 지원까지 겹치면서 청년들의 불만이 커진 것이다.

[파리=AP/뉴시스] 유로뉴스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 자료를 분석해 EU의 식료품·비주류음료 가격이 2021년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34% 올랐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2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한 여성이 '모두에 맞선 초부유층', '정의 없이는 평화도 없다' 등의 낙서가 적힌 건물 앞을 지나는 모습. 2026.10.24.
[파리=AP/뉴시스] 유로뉴스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 자료를 분석해 EU의 식료품·비주류음료 가격이 2021년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34% 올랐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2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한 여성이 '모두에 맞선 초부유층', '정의 없이는 평화도 없다' 등의 낙서가 적힌 건물 앞을 지나는 모습. 2026.10.24.
프랑스에서도 학교 인력과 시설에 대한 불만이 생활비 문제로 확대됐다. 벨기에에서는 교육비와 생활 여건에 대한 항의가 나왔고, 이탈리아에서도 물가와 경제 상황을 둘러싼 시위가 벌어졌다. 일부 집회는 충돌로 이어졌다.

정부가 불만을 달래려면 주거·교육·복지에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 그러나 이미 쌓인 빚이 걸림돌이다.

유로스타트가 지난 21일 발표한 잠정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유로존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88.8%였다. 1년 전 87.3%보다 1.5%포인트 높아졌다.

국가별로는 그리스 140.8%, 이탈리아 139.9%, 프랑스 119.1%, 벨기에 110.2%, 스페인 101.4%였다. 모두 국가채무가 연간 국내총생산을 웃도는 수준이다. 생활고 완화를 위해 지출을 늘리려 해도 재정 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아테네=AP/뉴시스] 유로뉴스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 자료를 분석해 EU의 식료품·비주류음료 가격이 2021년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34% 올랐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20일(현지 시간) 그리스 아테네 의회 앞 신타그마 광장에서 대학생들이 치솟는 임대료와 저렴한 학생 주택 부족에 항의하는 철야 시위를 벌이며 텐트를 설치한 모습. 2026.10.24.
[아테네=AP/뉴시스] 유로뉴스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 자료를 분석해 EU의 식료품·비주류음료 가격이 2021년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34% 올랐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20일(현지 시간) 그리스 아테네 의회 앞 신타그마 광장에서 대학생들이 치솟는 임대료와 저렴한 학생 주택 부족에 항의하는 철야 시위를 벌이며 텐트를 설치한 모습. 2026.10.24.
프랑스는 지출을 늘리기도, 세금을 더 걷기도 쉽지 않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지출은 GDP의 57.2%였다. 2024년 세금과 사회보험료 수입도 GDP의 45.2%에 달했다. 이미 지출과 조세 부담이 모두 큰 상황이다. 질베르 세트 프랑스 네오마 경영대학원 교수는 AP통신에 "프랑스의 경제정책 전체가 큰 부채 규모에 제약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 우려는 금융시장에 이미 번졌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22일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5%를 웃돌며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높은 금리가 이어지면 정부의 이자 부담이 늘어 교육·복지에 쓸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

불안이 나랏빚이 많은 다른 국가로 번지면 기업과 가계의 대출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세수가 줄면 정부 재정이 다시 악화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시위와 파업이 장기화하면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 커진다. 유럽의 수요 둔화가 수입 감소로 이어지고 금융시장 불안까지 확산된다면 역외 국가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프랑크푸르트=AP/뉴시스] 유로뉴스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 자료를 분석해 EU의 식료품·비주류음료 가격이 2021년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34% 올랐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9월2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유럽중앙은행(ECB) 인근 화물터미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2026.10.23.
[프랑크푸르트=AP/뉴시스] 유로뉴스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 자료를 분석해 EU의 식료품·비주류음료 가격이 2021년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34% 올랐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9월2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유럽중앙은행(ECB) 인근 화물터미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2026.10.23.
하지만 당장 유럽 재정위기가 재연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카르스텐 브르제스키 ING 글로벌 거시경제 총괄은 "프랑스는 재정 문제가 있지만 자금 조달 문제는 없다"고 진단했다. 프랑스 경상수지가 대체로 균형을 이루고 있고 유로존에는 과거와 달리 위기 대응 장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일정 요건에 따라 ECB가 국채를 사들이거나 유럽안정화기구(ESM)가 회원국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

24일 프랑스 대규모 집회는 갈등의 향방을 가늠할 시험대로 꼽힌다. 노동총동맹(CGT)과 유류세 인상 반대 시위에서 시작된 '노란 조끼' 운동 참가자들이 합류할 예정이다. 노조 측은 정부와의 회동에서 구체적인 제안이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유럽 각국은 취약계층의 생활고를 덜면서 재정 부담도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선별 지원과 함께 에너지 수입 의존도 등 생활비 부담을 키우는 구조적 요인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에너지 지원을 필요한 계층에 적시에 제공하고 기간을 한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비용 충격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스카르 아르세 유럽중앙은행(ECB) 경제총국장 등 ECB 이코노미스트들은 지난 21일 ECB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수입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춰 국제 정세와 에너지 가격 변동에 따른 충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일부 국가의 재정 여력이 제한돼 있다며 "재정정책이 추가 충격을 같은 정도로 완화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 간 전력망 연결과 투자를 확대해 저렴한 재생에너지 전력을 필요한 지역에 공급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파리=AP/뉴시스] 유로뉴스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 자료를 분석해 EU의 식료품·비주류음료 가격이 2021년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34% 올랐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2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한 남성이 시위 과정에서 파손된 미용실의 유리창을 닦고 있는 모습. 2026.10.23.
[파리=AP/뉴시스] 유로뉴스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 자료를 분석해 EU의 식료품·비주류음료 가격이 2021년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34% 올랐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2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한 남성이 시위 과정에서 파손된 미용실의 유리창을 닦고 있는 모습. 2026.10.23.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유럽의 분노②] 치솟는 물가·눈덩이 나랏빚…경제 뇌관 되나

기사등록 2026/10/24 06:02:00 최초수정

이시간 핫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