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김범석 '산재 은폐' 지시 확인…"시효 지나 처벌은 어려워"

기사등록 2026/10/22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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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쿠팡 고(故) 장덕준씨 사망 관련 수사 결과 발표

"열심히 일한 기록 남지 않게"…김범석 의장 지시 확인

"공소시효 지나서 처벌 안 돼…산재 은폐죄 적용도 어려워"

노동관계법 위반 206건 적발…산업안전 과태료 19.6억원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지난 9일 서울 광진구 쿠팡 본사가 보이고 있다. 2026.10.09.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지난 9일 서울 광진구 쿠팡 본사가 보이고 있다. 2026.10.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2020년 쿠팡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고(故) 장덕준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김범석 쿠팡Inc 의장(당시 쿠팡 대표이사)이 관계자들에게 고인의 근무 기록을 삭제·축소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정부 감독 결과 공식 확인됐다.

쿠팡 계열사 감독에서는 노동관계법 위반 206건을 적발했고, 산업안전 분야에서 19억6000여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22일 이 같은 내용의 쿠팡 계열사 기획감독 결과와 장씨 사망 관련 고발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장씨는 2020년 10월 쿠팡풀필먼트 대구센터에서 야간근무를 마치고 귀가한 뒤 숨졌다. 이후 과로사 의혹이 제기됐고, 쿠팡이 고인의 업무강도를 축소하는 등 조직적인 산재 은폐 시도가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사 결과 김 의장은 장씨가 숨진 당시 메신저로 '그가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이 남지 않도록 확실히 하라', '그가 왜 열심히 일하겠어?' 등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시간제 노동자는 성과가 아닌 시간에 따라 돈을 받는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쿠팡 관계자들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고인의 물 마시기와 화장실 가기, 기다리기, 대화하기 등을 분류하고 각각의 시간을 정리하기도 했다. 노동부는 관련 자료를 직접 입수하고 관계자 진술 등을 통해 이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쿠팡은 유족급여 신청 과정에서의 근로복지공단 조사 당시 고인이 나오지 않는 CCTV 영상을 먼저 제출한 뒤, 두 번째로 고인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냈다. 관계자가 고인의 근무환경을 실제 영상 내용과 다르게 진술한 사실도 확인됐다.

다만 이를 법적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게 노동부의 판단이다. 산재 은폐죄의 공소시효는 5년으로, 고발장이 접수되기 전인 지난해 10월 이미 시효가 완성됐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공소시효가 남아 있었더라도 산재 은폐죄 적용이 쉽지 않다고 봤다. 부적절한 지시 등은 있었으나, 형사처벌을 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산재 은폐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산재 발생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것, 발생 사실이 누설되지 않도록 하는 등 적극적인 행위가 있어야 한다"며 "이 사건은 중대재해 발생 보고도 됐고 산재 승인 과정에서 쿠팡의 방해 행위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해당 사건을 공소청에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노동부는 이와 별도로 올해 3월 16일부터 쿠팡과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쿠팡로지스틱스의 물류센터·배송캠프 105곳을 대상으로 산업안전 감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205건을 적발했다. 이 중 61건은 사법처리 절차를 진행하고, 144건에는 총 19억6000여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계열사별 과태료는 쿠팡풀필먼트서비스가 12억9000여만원으로 가장 많고, 쿠팡로지스틱스 6억3000여만원, 쿠팡 3000여만원이다.

감독 과정에서 산재 발생 사실을 은폐한 정황 2건도 새롭게 드러났다. 합의금 지급 등으로 산재요양 신청을 취하하게 한 사례와 관리자 면담을 통해 신청을 취하하게 하고 산업재해조사표를 제출하지 않은 사례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월 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설 명절 대비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2.05.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월 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설 명절 대비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2.05. [email protected]

노동부는 두 사건을 범죄인지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 사건들은 사망 재해가 아닌 부상 재해로,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 수사 과정에서 추가로 제기된 다른 산재 은폐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산업재해조사표를 제출하지 않거나 늦게 제출한 사례는 25건으로, 약 1억7000만원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컨베이어 방호조치와 지게차 접촉방지 조치 미실시 등 59건은 수사할 계획이다.

야간노동 등에 대한 특수건강진단 미실시 10건, 휴게시설 설치·관리 부적정 6건 등 119건에는 약 17억8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아울러 2024년 감독 당시 노동자 건강보호를 위해 권고한 사항 가운데 아직 이행하지 않은 내용도 확인됐다. 노동부는 소분류·상차 작업환경 개선과 프레시백 교체, 현행 3회전 배송 방식 개선 등 노동강도와 작업시간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도록 재차 지도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올해 1월 16일부터 계열사 본사와 쿠팡로지스틱스 배송캠프 7곳을 대상으로 불법파견과 성과향상프로그램(PIP) 운영, 취업방해 의혹 등 노동감독도 실시됐다.

그 결과 PIP의 주요 내용을 취업규칙에 작성·신고하지 않은 위반 사항 1건을 적발해 시정지시와 과태료 70만원 부과 조치를 하기로 했다. 산업안전 분야를 합친 전체 위반 건수는 206건으로, 사법처리 대상은 61건, 과태료 부과 대상은 145건이다.

다만 이번 감독에서 PIP 평가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한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노동부는 대상자 선정과 목표, 기간 등 구체적인 운영 방안을 근로자 대표 등과 협의하도록 지도할 예정이다.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서는 일부 퇴사자 명단을 작성해 채용 시 참고자료로 활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다른 회사 취업을 방해하기 위한 외부 공유 사실은 확인되지 않아 취업방해금지 위반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산재 은폐와 미보고는 적절한 치료와 보상을 막을 뿐만 아니라, 재해 원인분석과 위험요인 확인·개선 절차를 차단하여 유사 재해의 재발 가능성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감독을 계기로 다수의 법 위반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조치하고, 빠른 배송 및 물류 효율화에 수반될 수 있는 과로, 야간노동, 과중한 업무강도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존중하는 경영방침을 확립해서 국민들의 신뢰를 얻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부는 쿠팡 외 다른 물류센터 등에서도 다수의 노동관계법 위반이 확인된 만큼, 물류센터 전반에 대해 지속적으로 지도·감독해나갈 계획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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