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소청 출범 보름, '보완수사 없는 기소'라는 새 시험대

기사등록 2026/10/19 14:4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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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권지원 기자 = 검찰청이라는 78년 간판을 내리고 공소청이 문을 연 지 보름이 지났다. 현판을 바꾸고 청사 안내판에서 검찰 마크를 지워내는 등 외형적 정비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통과 못지 않게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

청사 정비와 인력 충원 문제 등으로 출범 초기 혼선을 겪은 중대범죄수사청과 비교하면, 기존 청사를 그대로 물려받은 공소청의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차분해 보인다.

하지만 일선 검사들의 표정은 복잡하다. 사석에서 만난 공소청 관계자들은 '지금이 범죄 저지르기 딱 좋은 때'라는 자조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검사의 수사권은 사라졌는데 중대범죄를 수사하는 중수청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법무부와 공소청 수장마저 비어 있는 상황이라, 수사와 기소에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검사의 보완수사권마저 폐지되면서 공소청은 '기소와 공소유지 전담 기관'이라는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직접 수사권은 사라졌지만, 사법경찰관의 수사 과정을 들여다보며 적법성을 감시하는 '사법통제'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공소청은 검사의 보완수사권 대신 사건 관계인이나 경찰관 등을 면담하는 사실관계 확인 제도를 도입했다. 비록 확인한 내용을 법정의 증거로 직접 사용하지는 못하더라도 사법경찰관 수사의 적법성을 따져 보완수사나 재수사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사법통제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사경의 부실 종결이나 사건 암장(暗葬)을 막기 위한 불송치심사부를 신설하고,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신중하게 거르기 위해 피의자 면담과 사경 의견 청취 기준도 강화했다.

그러나 현장과 학계의 우려는 여전하다. 증거능력이 없는 사실관계 확인 제도는 형식적 장치에 머물 위험이 있고, 검사가 직접 수사를 하지 못한 채 기소하면서 무죄율이 높아지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사 분리 체계에서 부실 수사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가 겉돌면서 사건 은폐나 조작을 걸러내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회적 약자 사건을 전담해 온 변호사들 역시 새 형사사법체계가 작동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무력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피해자가 억울함을 호소해도 검사가 이를 직접 조서나 증거로 사용하기 어렵고, 경찰에 가서 다시 진술하라고 돌려보내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판 단계에서 추가 증거를 내거나 법정 위증에 대응하는 일도 경찰에 고발과 수사의뢰를 다시 거쳐야 하는 등 까다로워졌다.

결국 사법통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경찰과의 유기적인 협력이다. 기소 여부를 가리는 단계에서 경찰의 송치와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가 쳇바퀴를 도는 '사건 핑퐁'을 차단하고, 공판 단계에서도 필요한 증거가 있다면 함께 준비해야 한다. 일선 검사와 사경이 현장에서 어떤 실질적인 협력 관행을 만들어가느냐에 따라 수사·기소 분리 제도의 안착 여부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해자의 인권 침해나 부작용이 확인될 때마다 법과 제도를 손질하는 정책적 유연성도 요구된다. 정성호 전 법무부 장관도 사법체계 개편 당시 문제가 예상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보완 입법 등 후속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간판 교체는 하루면 충분했지만 새 제도가 온전히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사법경찰에 대한 사법통제와 협력이 이뤄지고, 그에 맞는 제도 보완이 뒤따라야 피해자에 대한 보호 공백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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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공소청 출범 보름, '보완수사 없는 기소'라는 새 시험대

기사등록 2026/10/19 14:43:04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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