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년 전통" "시대착오적"…대학가 '채플 의무' 논란 재점화

기사등록 2026/10/17 07:00:00

최종수정 2026/10/17 07: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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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 총장간담회서 채플 개선 요구…학교 "전통 유지"

학생들 "성적·전공 보고 진학…선택권 보장해야"

연세대·동국대 등 종교 수업 필수…이수 부담 불만

[서울=뉴시스] 이화여자대학교 전경. (사진=이화여대 제공) 2026.09.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화여자대학교 전경. (사진=이화여대 제공) 2026.09.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다솜 기자, 오영주 수습기자, 박준성 인턴기자 = "채플은 이화의 140년 전통이고 이화의 교육이념과 기독교 정신을 기반으로 세워진 이화의 정신을 구현하는 현장입니다."

17일 대학가에 따르면 이향숙 이화여대 총장은 지난 7일 열린 총장간담회에서  학생들의 채플(예배) 의무 이수 축소 및 온라인 도입 요구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당시 총학생회가 제시한 4대 요구안 가운데 채플 관련 요구에 가장 많은 1213건의 학생 의견이 접수됐다. 그러나 학교 측은 오랜 역사와 건학이념을 고려할 때 현행 제도를 변경하기 어렵다는 취지를 고수했다.

학생들은 채플이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대면으로 진행돼 수업 선택과 시간표 구성에 제약이 발생한다며 온라인 채플 병행을 요청했다. 실습이나 취업 준비 등으로 일정 조정이 어려운 고학년을 위해 저학년 때 채플을 미리 이수하는 선이수제와 학점 부여 방안도 제안했다.

그러나 이 총장은 "채플은 이화의 기독교적 교육이념이자 정체성을 구현하는 교육과정"이라며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함께하는 공동체적 경험, 현장성을 지니고 함께 성찰하는 것은 이화가 140년 동안 이어 온 굉장히 중요하고 소중한 전통"이라고 강조했다.

특정 종교를 건학이념으로 내세운 대학들이 종교 관련 수업을 졸업 필수 요건으로 유지하면서 학생들의 종교적 자유와 학습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대학 진학이 종교적 신념보다 입시 성적과 전공, 취업 전망 등에 따라 결정되는 현실에서 학교의 역사와 전통을 이유로 특정 종교 교육을 강제하는 것이 시대착오적이라는 주장이다.

이화여대는 학부생들이 졸업 전까지 8학기에 걸쳐 채플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채플은 한 학기 8주 동안 주 1회, 30분씩 대면으로 진행된다. 졸업에 필요한 일반 교과목 이수학점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별도의 훈련학점으로 인정돼 미이수할 경우 졸업할 수 없다.

이화여대 2학년에 재학 중인 곽모(20)씨는 천주교 신자로 대학 선택 당시 종교적 건학이념보다 성적과 희망 전공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곽씨는 "학생들의 다양한 종교적 신념과 가치관을 무시한 채 모든 학생들에게 특정 종교 수업과 채플 이수를 졸업 요건으로 거는 것이 정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 4학년 정모(23)씨 역시 천주교 신자로 채플에서 종교적 차이로 인한 거부감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모태신앙으로 계속 성당을 다녀왔기 때문에 기독교식으로 기도할 때 쓰는 표현들이 생소하게 느껴졌고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며 "이런 방식이 학생들로 하여금 그 역사와 전통에 반감을 갖게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종교 수업을 둘러싼 논란은 이화여대만의 일이 아니다. 연세대와 숭실대 등 기독교계 대학은 물론 불교계 대학인 동국대에서도 특정 종교와 관련된 수업을 졸업 필수 요건으로 운영하고 있다.

연세대는 졸업을 위해 4학기에 걸쳐 채플 2학점을 이수해야 하며 별도로 '기독교의 이해' 영역에서 3학점을 취득해야 한다. 숭실대도 채플 6학기 이수와 기독교 관련 교양과목 수강 등을 졸업 요건으로 두고 있다.

동국대 역시 '자아와 명상', '불교와 인간' 등 불교 관련 교양과목 총 4학점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신우진ᐧ우연지 인턴기자=지난 6월 23일 신촌의 한 대학교의 모습. 2026.10.16
[서울=뉴시스] 신우진ᐧ우연지 인턴기자=지난 6월 23일 신촌의 한 대학교의 모습. 2026.10.16

문제는 상당수 학생이 대학의 종교적 정체성을 고려하지 못한 채 성적에 맞춰 진학한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학교의 건학이념을 존중하는 것과 개인의 종교적 신념에 관계없이 종교 활동에 참여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연세대 졸업을 앞둔 정모(26)씨는 "기독교 학교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대학 선택 과정에서는 현실적으로 고려하지는 않았다"며 "채플에서 예배를 드리거나 찬송가를 부르는 활동은 비종교인으로서 상당히 부담스럽고 불필요한 시간으로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이어 "학교의 오랜 역사와 전통은 존중하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학생에게 종교 수업이나 신앙 활동을 의무화하는 것이 정당화되기는 어렵다"며 "학교의 설립 배경과 정신은 역사와 그 안에 담긴 가치를 배우는 방식으로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숭실대 1학년 곽서연(20)씨도 "대학을 선택할 때는 성적에 맞는지, 전공이 취업에 유리한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했고 채플 이수 의무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종교를 보고 학교를 선택하는 학생은 정말 드물기 때문에 원하지 않는 학생들에게까지 일괄적으로 이수를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종교에 대한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불교계 대학에서도 비슷한 문제의식이 제기됐다. 동국대 4학년 김모(27)씨는 "대학의 제일 목적은 종교적 이념 설파가 아닌 교육에 있다"며 "단순히 종교계 대학이라는 이유만으로 학생에게 특정 종교 수업을 의무적으로 듣게 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개인의 신념과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이수를 강제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기독교 신자인 학생 사이에서도 종교 수업의 강제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왔다.

연세대 4학년 오정은(22)씨는 "어렸을 적부터 교회에 다녔기에 해당 수업들에 대해 거부감이 있지는 않았다"면서도 "무신론자거나 다른 종교를 믿는 학생들은 강제적으로 기독교 수업을 들어야 하는 것이 큰 부담과 거부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지난해 2월 기독교 과목을 수강하지 않으면 학생들이 졸업할 수 없게 한 것은 종교의 자유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피진정인이었던 '채플 필수과목' 대학에는 비기독교 학생의 의견을 수렴해 대체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신앙의 자유에는 신앙을 가질 자유와 더불어 무신앙의 자유도 포함된다"며 "채플 및 '바이블' 과목 의무 이수 제도는 헌법 및 국제인권기준이 보장하는 소극적 종교의 자유 및 무신앙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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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년 전통" "시대착오적"…대학가 '채플 의무' 논란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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