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이란 위협에 국가위협 대응 임무, 테러 대응과 비슷한 규모로 확대
이란 연계 작전으로 1년간 50명 넘게 체포…AI 악용 대응센터도 출범
![[런던=AP/뉴시스] 영국 정보기관 MI5의 켄 맥컬럼 총국장이 런던으 ㅣ테임즈 하우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0.11.16.](https://img1.newsis.com/2022/11/16/NISI20221116_0019472225_web.jpg?rnd=20221116223017)
[런던=AP/뉴시스] 영국 정보기관 MI5의 켄 맥컬럼 총국장이 런던으 ㅣ테임즈 하우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0.11.16.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영국 국내정보기관 MI5가 러시아와 이란 등의 국가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냉전 당시보다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외국 정부와 연계된 위협이 커지면서 국가위협 대응 작전의 규모도 테러 대응과 거의 맞먹는 수준에 이르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켄 맥컬럼 MI5 국장이 이날 런던에서 열린 연례 위협평가 연설에서 영국이 "새로운 국가안보 시대"에 들어섰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MI5에 따르면 외국 정부와 연계된 간첩 활동과 공격 모의 등 국가위협 관련 사건은 지난 10년간 4배로 증가했다. 맥컬럼 국장은 국가위협에 대응하는 데 투입하는 자원도 냉전 당시보다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 테러와 국가위협에 대응하는 작전 임무는 거의 같은 규모"라며 "이 자체가 최근 몇 년 사이 엄청난 변화"라고 말했다. 이는 MI5가 테러조직의 공격을 막는 데 주력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러시아와 이란 등 외국 정부가 배후에 있는 간첩 활동과 파괴공작을 막는 데도 비슷한 규모의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MI5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대응에 중점을 두던 시기와 달라진 모습이다. WSJ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이란 전쟁,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이 유럽 각국의 정보기관에 훨씬 다양한 위협에 대응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MI5가 가장 큰 국가위협으로 지목한 나라는 러시아다. 맥컬럼 국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전역에서 시설 파괴와 운영 방해를 노리는 사보타주(파괴공작)를 벌여왔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소셜미디어로 모집한 범죄자나 자신이 어떤 활동에 가담하는지 충분히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영국에서는 지난 9월 잉글랜드 남부 스윈던의 드론 공장을 공격하기 위한 사보타주를 준비한 혐의로 한 남성이 기소됐다. 맥컬럼 국장은 이를 러시아의 유럽 내 공작 활동을 설명하는 사례로 제시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막대한 비용을 치르면서도 군사적 진전은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런 시기에 러시아의 공격 세력이 다른 유럽 국가들을 불안하게 만들려 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란의 위협도 커지고 있다. 맥컬럼 국장은 이란이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2026년 들어 영국을 겨냥한 하이브리드 공격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이브리드 공격은 정규군의 직접적인 무력 공격 외에 파괴공작과 사이버 공격, 여론 조작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는 방식이다.
그는 "지난 12개월 동안 이란과 연계된 작전으로 영국에서 50명이 넘는 사람이 체포됐다"고 말했다. 이는 MI5가 대응한 이란 관련 작전에서 나온 체포 인원이다.
이란의 기존 공격 대상은 주로 유대인 시설과 이란 정권에 반대하는 인사들이었다. 그러나 영국 정보당국은 이란이 올해 들어 경계가 삼엄한 군사시설까지 공격 대상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군이 이란 공습에 활용한 영국 공군(RAF) 페어포드 기지다. 영국 정부는 지난 9월 발생한 이 기지 공격 모의 사건에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이 사건과 관련해 남성 7명이 체포돼 조사를 받은 뒤 보석으로 석방됐다. 경찰 수사는 계속되고 있으며, 미군은 사건 이후 페어포드 기지에 배치했던 폭격기를 철수시켰다.
미국 고위 당국자들은 드론과 다른 장치를 이용해 기지 내 인력을 공격하려는 이란의 더 광범위한 계획에 관한 정보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다만 WSJ에 따르면 영국 당국은 이란이 영국 본토에서 그처럼 정교한 공격을 실행할 역량까지 갖췄다고 보지는 않고 있다.
맥컬럼 국장은 이란이 영국에서 주로 온라인으로 모집한 범죄자들을 대리인으로 활용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작전 수행 능력은 대체로 높지 않지만, 이란이 중동의 다른 군사시설을 공격한 사례가 있는 만큼 영국에서 비슷한 공격이 벌어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외국 정부의 위협은 시설 파괴나 공격 모의에 그치지 않는다. 맥컬럼 국장은 적대국들이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사회의 공포와 분열을 증폭시키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적들은 우리의 기반시설을 교란하려 할 뿐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느끼는지까지 조작하려 한다"고 말했다.
AI 기술의 악용 가능성도 새로운 안보 과제로 떠올랐다. 맥컬럼 국장은 테러범들이 AI를 이용해 공격 대상을 정찰하거나 공격 방법을 개선하려는 시도가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특정 개인에게 맞춘 극단주의 선전물을 제작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특히 AI가 테러단체의 생물무기 개발 능력을 높일 위험을 우려했지만, 이런 생물무기 악용 사례가 이미 현실화됐다는 뜻은 아니라고 구분했다.
영국은 새로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MI5 내에 AI 위협평가센터를 출범시켰다. 이 센터에는 영국의 AI 보안과 사이버보안, 범죄 대응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AI가 공격에 악용되는 실제 사례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구별해 분석하고, 정부의 안보 대응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페어포드=AP/뉴시스] 27일(현지 시간) 영국 공군(RAF) 페어포드 기지에 미 공군의 B-1 폭격기가 보이고 있다. 2026.09.29.](https://img1.newsis.com/2026/09/28/NISI20260928_0001617728_web.jpg?rnd=20260928021449)
[페어포드=AP/뉴시스] 27일(현지 시간) 영국 공군(RAF) 페어포드 기지에 미 공군의 B-1 폭격기가 보이고 있다. 2026.09.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