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영, 미소라는 방패를 내려놓고 비로소 건넨 '괜찮아'

기사등록 2026/10/14 08:00:00

구글에서 선호하는 매체로 추가

올해 솔로 데뷔 20주년 기념 인터뷰

오늘 새 디지털 싱글 '고 어라운드(Go Around)' 발매

손호영의 스무 해가 증명한 버팀의 미학

31일~11월1일 서울 KBS아레나서 단독 콘서트 '호라이즌'

[서울=뉴시스] 손호영. (사진 = 젬스톤이앤엠 제공) 2026.10.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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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세상이 그에게 붙여준 가장 견고한 이름은 '미소천사'였다. 눈매를 반달로 접으며 티 없이 터뜨리는 웃음은 언제나 무구한 환대의 기호처럼 읽혔다. 그러나 어떤 미소는 기쁨의 잉여가 아니라, 두려움의 가장자리에서 필사적으로 쌓아 올린 방어선이기도 하다.

"겁이 많은 아이들은 무서울 때 오히려 웃곤 하잖아요. 저를 그런 아이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제가 평소에 많이 웃는 건 사실 제 성격에 자신이 없어서 그런 면이 큽니다."

올해로 솔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그룹 'god' 멤버 겸 솔로 가수 손호영(46)이 털어놓은 고백은 뜻밖에도 자신의 '유약함'을 가리키고 있었다. 14일 발표하는 새 디지털 싱글 '고 어라운드(Go Around)'와 오는 31일~11월1일 서울 KBS아레나에서 여는 단독 콘서트 '호라이즌(HORIZON)'을 앞두고 최근 서울 망원동  젬스톤이앤엠에서 만난 그는, 20년이라는 긴 시간을 통과해 비로소 자신의 그늘을 정직하게 응시하고 있었다. 2021년 3월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이후 5년 만의 솔로 컴백이다.

'예민함'을 향한 오해와 결투…하루 8시간의 연습실

손호영의 지난 20년은 '온전한 나'를 증명하기 위한 지난한 투쟁에 가까웠다. 2006년 9월 첫 솔로 정규 앨범 '예스(Yes)'를 발표했을 때, 그는 god라는 굳건한 성채 바깥에 홀로 서 있었다. 다섯 명이서 20%씩 나누어 지던 무대의 하중이 일순간 100%의 단독 무게로 어깨를 짓눌렀다.
[서울=뉴시스] 손호영. (사진 = 젬스톤이앤엠 제공) 2026.10.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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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방송 무대에 설 때부터 무언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물음표를 가득 안고 올랐던 무대였죠. '나도 활동을 오래 했고 수많은 무대를 겪었는데 왜 이렇게까지 긴장할까' 싶어 스스로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몰랐다. 자신이 타고나길 '예민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둔감함의 갑옷을 입지 못한 이는 불안을 종종 나태함이나 결함으로 오인한다. 손호영이 택한 해결책은 지독할 만큼의 육체적 혹사였다. 매일 하루 8시간씩 노래를 불렀다. 목이 버텨내는 물리적 한계치까지 밀어붙였고, 그 이하로 떨어지면 마음의 불안을 견딜 수 없었다. 운동을 하면 근육이 붙듯, 노래도 그만큼의 정직한 궤적으로 실력이 도약할 것이라 믿었던 '무식한 열정'의 시절이었다.

그러나 예술과 영혼은 기계적 등가교환의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 "노력하면 다 뚫린다"는 맹목적인 신념은 답이 없는 벽에 스스로를 부딪치게 만들었다.

지금의 손호영이 20년 전 불안에 떨던 청년 손호영에게 건네고 싶은 말은 단 하나다. "너는 예민한 사람이야. 네가 예민한 걸 인정하고 관리해야 해. 자연스럽게 예민하기 때문에 컨디션이 흔들리는 거지, 네가 이상한 게 아니야."
[서울=뉴시스] 손호영. (사진 = 젬스톤이앤엠 제공) 2026.10.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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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기질을 결함이 아닌 고유성으로 인정하는 일. 예민함을 부정하던 자학의 시선에서 벗어나 그것을 '섬세한 감각'으로 다스리기까지 스무 해의 성숙이 필요했다.

정면돌파라는 환상을 벗어나…우회로(Go Around)가 가르쳐준 윤리

신곡 '고 어라운드'는 그 치열했던 자책의 끝에서 길어 올린 '우회의 미학'이다. 경쾌하고 청량한 록 베이스의 팝 트랙 위로 흐르는 멜로디는 가볍지만, 그가 직접 쓴 노랫말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곡의 화두는 '돌아가도 괜찮다'는 담담한 용기다. 그는 "과거에는 무식하게 한쪽으로만 파고들던 노력파였지만, 지나고 보니 답이 아닌 곳에 혼자 계속 부딪히고 있었다"며 "그런 것들을 조금 내려놓아도 되고, 피해도 되고, 도망쳐도 된다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손호영. (사진 = 젬스톤이앤엠 제공) 2026.10.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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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과 성장의 서사가 언제나 직진과 정면돌파만을 강요하는 시대에, 손호영은 멈춤과 우회를 권한다. 가창 테크닉을 과시하거나 고음을 쏟아내며 클라이맥스를 강박적으로 증명하려던 예전의 욕심도 내려놓았다. 대신 일상 속에서 오랫동안 편안하게 귀를 기울일 수 있는 담백한 소리를 골라냈다. 같은 팀 동생 김태우의 압도적인 성량과 고음을 부러워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하던 시간들을 지나 "나와 비슷한 톤을 가진 보컬이 많지 않다"는 자신의 고유한 음색을 긍정하게 된 결과다.

"20주년이라고 해서 거창한 이야기를 하기보다, 제 나이와 위치에서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해줄 수 있는 말이 무엇일까 고민했어요. 그게 바로 '괜찮아'였습니다. 나도 완벽한 정답은 아니지만, 돌아가도 괜찮다는 위로요."

타인의 시선과 세상의 소음에 갇혀 '선명한 정답'을 강요받던 그가 비로소 '나만의 리듬'을 흥얼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버티는 것도 노력"…마침내 발견한 자신만의 수평선(HORIZON)

[서울=뉴시스] 손호영. (사진 = 젬스톤이앤엠 제공) 2026.10.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손호영. (사진 = 젬스톤이앤엠 제공) 2026.10.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손호영은 자신의 지난 20년을 회고하며 "견디고 버텨내는 과정 또한 큰 노력이었다"고 돌아봤다. 대중의 평가와 차가운 시선, 스스로에 대한 엄격함 사이에서 꺾이지 않고 자리를 지켜내는 일은 결코 수동적인 침묵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불안을 매일 아침 다시 껴안는 능동적인 용기에 가깝다.

46세가 된 지금도 그는 여전히 자신을 철저하게 관리한다. 과음을 멀리하고, 배달 음식 대신 손수 건강식을 챙겨 먹으며 매일 땀이 살짝 밸 정도의 맨몸 운동을 거르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무대 위에서 정직한 소리를 내기 위해선 그만큼의 일상적 정결함이 요구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20년이 지났지만 이제 겨우 대학생이 된 기분"이라며 맑게 웃었다. 여전히 성장할 여지가 남아 있다는 사실에 설렌다는 눈빛이었다.

다가오는 단독 콘서트의 타이틀은 '호라이즌(HORIZON)', 수평선이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아 경계를 지우는 그 아득한 선처럼, 이번 공연은 20년 전 치기 어렸던 열정과 지금의 원숙한 평온이 하나의 무대에서 조우한다. 옛 곡들의 격렬한 퍼포먼스도 피하지 않을 생각이다.

미소 뒤에 숨겨뒀던 두려움을 고백한 자는 더 이상 취약하지 않다. '미소천사'라는 정형화된 액자를 깨고 나온 손호영은, 이제 상처를 통과한 자만이 지을 수 있는 가장 투명하고 단단한 표정으로 우리 앞에 서 있다. 돌아가도 괜찮다고, 길을 잃은 그 자리에서도 새로운 멜로디는 시작된다고 다정하게 손을 내밀면서.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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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미소라는 방패를 내려놓고 비로소 건넨 '괜찮아'

기사등록 2026/10/14 08: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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