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푸스, 韓서 '계단식 성장' 10년 만에 첫 스타디움…트와이스 나연 깜짝 게스트

기사등록 2026/10/11 23:5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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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고양종합운동장서 다섯 번째 내한공연…3만8천명 운집

2016년 1000석 규모 예스24라이브홀서 첫 내한공연

잠실실내체육관·케이스포돔·고척돔 거쳐

"감정에 솔직해지는 건 참 좋은 일…예술 승화하는데 감정 필요"

[산타 클라라=AP/뉴시스] 찰리 푸스
[산타 클라라=AP/뉴시스] 찰리 푸스
[고양=뉴시스]이재훈 기자 = 마음의 밑바닥까지 가라앉았던 침체기의 파편을 기어이 건져 올려 노래로 벼려내는 일. 그리고 그 결함투성이의 감정을 광활한 허공에 쏘아 올려 타인의 마음에 가닿게 하는 일. 예술의 쓸모는 어쩌면 바로 그 연약함의 연대에 있다.

미국 팝스타 겸 프로듀서 찰리 푸스(35·Charlie Puth)가 11일 오후 경기 고양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펼친 단독 내한공연 '왓에버스 클레버!(Whatever's Clever!)'는 그가 지난 10년간 한국 관객과 함께 쌓아 올린 시간의 두께를 증명하는 자리였다. 이날 고양주경기장을 메운 3만8000여 명의 관객은 초가을 밤의 서늘한 공기를 단숨에 뜨거운 공명으로 바꿔놓았다.

"감정적인 것은 좋은 일"…피아노 앞에서 건넨 가장 내밀한 고백

이날 푸스가 피아노 앞에 앉아 건넨 멘트는 공연의 숨은 주제부(Theme)였다. "제 삶에도 수많은 굴곡이 있었습니다. 이 곡은 우리가 정상에 오르기 전, 가장 깊은 골짜기에 빠져 있을 때 쓴 곡입니다."

'LA 걸스(LA Girls)'를 부르기 전 서툰 시절을 털어놓은 그는, 이어진 무대 중간 피아노를 매만지며 음악의 본질에 대한 성찰을 담담히 꺼내놓았다. 하늘에서 툭 떨어진 것만 같은 낯선 소리와 멜로디에 이끌려 건반을 누르다 보면 어느새 차오르는 눈물. 그는 "이건 내게 절실히 필요했던 노래였고, 내가 그토록 듣고 싶어 했던 '다 괜찮다'는 위로였다"고 돌아봤다.

"감정적이어도 괜찮습니다. 감정에 솔직해지는 건 참 좋은 일이에요. 오늘 밤 이 자리에도 아티스트들이 와 계신 걸로 압니다. 음악도, 영화도 결국 감정이 있어야 만들어지는 거잖아요. 우리 내면에 있는 것을 끄집어내어 예술로 승화시키는 데는 감정이 필요합니다. 예술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니까요."

인간적인 결함을 숨기지 않고 드러낼 때 비로소 타인의 마음에 가닿는다는 태도. 완벽하게 연출된 가공음보다 감정의 온도를 믿는 이 고백은, 그가 왜 인공지능(AI) 시대에 아날로그 악기의 질감을 품은 정규 4집 '왓에버스 클레버!'로 돌아왔는지를 납득시켰다.

예스24라이브홀에서 고양주경기장까지…10년의 '계단식 성장'

[서울=뉴시스] 찰리 푸스. (사진 = 라이브 네이션 코리아 제공) 2026.07.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찰리 푸스. (사진 = 라이브 네이션 코리아 제공) 2026.07.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해외 뮤지션의 내한공연에는 저마다의 생장점이 새겨진다. 푸스의 내한사는 그중에서도 가장 선명한 동심원을 그리는 나무의 나이테를 닮았다. 이른바 '계단식 성장'이다.

2015년 음반 프로모션차 한국을 처음 찾았던 그는 2016년 8월 악스코리아(현 예스24라이브홀·약 1000석 안팎)에서 첫 단독 내한공연을 열었다. 이후 2018년 잠실실내체육관(양일 1만7000석), 2023년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3일간 4만5000석), 2024년 고척스카이돔(양일 5만 석)을 차례로 거쳤다.

그리고 첫 단독 공연 이후 정확히 10년이 흐른 올해 가을, 마침내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 입성했다. 콜드플레이, 오아시스 그리고 최근 위켄드 등이 거쳐 간 이 스타디움 무대는 푸스 개인에게도 '커리어 사상 최초의 스타디움 단독 공연'이다.

푸스는 내한 직전 소셜 미디어에 "비행기에서 방금 내려 머리 모양이 이 꼴이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여기서 내 '생애 첫' 스타디움 공연을 하게 됐으니까. 스타디움이라니… 뭐라고요!? 한국 팬 모두를 사랑한다"며 감격을 숨기지 않았다. 11년 전 첫 방한 때부터 곁을 지킨 백스테이지 친구 이야기를 꺼내며 "시간이 어떻게 이렇게 쏜살같이 가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그의 표정에는 오랜 시간 자신을 지지해 준 한국 관객을 향한 순정한 마음이 묻어났다.

트와이스 나연 깜짝 등장과 정국 헌사…한국과의 각별한 유대

이번 무대의 화룡점정은 예고 없던 깜짝 손님이었다. 푸스는 3일 전 소셜 미디어에 한국어로 "서프라이즈가 있어"라고 남겼는데, 그 실체는 그룹 '트와이스' 멤버 나연이었다.

공연 후반부 '위 돈트 토크 애니모어(We Don't Talk Anymore)'의 전주가 흐르고 나연이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자 장내엔 환호성이 쏟아졌다. 셀레나 고메즈의 파트를 청량하고 단단한 음색으로 소화한 나연은 푸스와 깔끔한 화음을 맞췄다. 나연은 지난해 4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의 내한공연 당시 트와이스 멤버들과 게스트 무대에 오른 데 이어, 다시 고양주경기장 무대에 서며 특별한 인연을 더했다.
[서울=뉴시스] 찰리 푸스. (사진 = 워너뮤직 코리아 제공) 2026.03.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찰리 푸스. (사진 = 워너뮤직 코리아 제공) 2026.03.3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푸스와 K-팝과의 유대는 이어졌다.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 정국이 피처링한 히트곡 '레프트 앤드 라이트(Left And Right)'를 부른 직후 푸스는 "정국과 함께한 노래다. 그에게 특별히 고맙다"며 인사를 잊지 않았다. 2018년 국내 시상식 협업 이후 이어져 온 음악적 교감이 스타디움의 밤하늘을 채웠다.

'원 콜 어웨이'에서 '시 유 어게인'까지

오프닝 곡 '비트 유어셀프 업(Beat Yourself Up)'과 '하우 롱(How Long)'으로 출발한 푸스는 탄탄한 라이브 밴드 사운드 위에서 가성과 진성을 유려하게 넘나들었다.

새 앨범 수록곡 '홈(Home)'과 케니 지의 색소폰이 녹아든 '크라이(Cry)'에서는 한층 무르익은 화음과 미니멀한 편곡이 돋보였다. '댄저러슬리(Dangerously)', '돈 포 미(Done for Me)', '마빈 게이(Marvin Gaye)'로 이어진 구간에선 재즈 피아니스트를 지향했던 뮤지션답게 즉흥적인 건반 터치와 감각적인 솔(Soul) 그루브로 객석을 이끌었다.

감정의 응집점은 '원 콜 어웨이(One Call Away)'였다. "슈퍼맨도 내겐 안 돼 / 전화 한 통이면 돼"라는 노랫말이 거대한 떼창으로 번졌고, 객석을 메운 스마트폰 불빛들은 밤하늘의 성운처럼 일렁였다. 불안한 시대를 건너가는 이들에게 노래가 슈퍼맨보다 먼저 도착해 든든한 방패막이 돼 주는 광경이었다.

'보이(BOY)', '치팅 온 유(Cheating on You)', '어텐션(Attention)'의 질주 끝에 마주한 앙코르는 푸스의 인장이 된 '시 유 어게인(See You Again)'. "다시 만나게 되면 다 말해줄게(Oh I'll tell you all about it when I see you again)." 불의의 사고로 떠난 이를 향한 추모곡은 이 무대에서 다시금 위로가, 이별가, 그리고 재회의 약속이 됐다. 마지막 곡 '체인지스(Changes)'로 90분간 약 15곡의 무대를 매듭지은 푸스는 객석을 향해 깊숙이 고개 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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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푸스, 韓서 '계단식 성장' 10년 만에 첫 스타디움…트와이스 나연 깜짝 게스트

기사등록 2026/10/11 23:55:13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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