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하고 시험 보고, 우리랑 똑같네”…2030 위로하는 日캐릭터 열풍 [출동!인턴]

기사등록 2026/10/09 07:00:00

최종수정 2026/10/09 08:06:46

구글에서 선호하는 매체로 추가

"밤새 줄 섰다"…7시간 기다려도 오픈런

‘치이카와’가 뭐길래…2030 사로잡은 日캐릭터

"알바하고 시험 보고"…현실 세계관에 공감

굿즈 넘어 팝업·콜라보까지…커지는 열풍

[서울=뉴시스] 박지우·이수진 인턴기자 = 8일 오전 6시 서울 용산구 ‘치이카와샵’ 앞에 매장 입장을 위한 현장 대기 등록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다.2026.10.08.
[서울=뉴시스] 박지우·이수진 인턴기자 = 8일 오전 6시 서울 용산구 ‘치이카와샵’ 앞에 매장 입장을 위한 현장 대기 등록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다.2026.10.08.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박지우 인턴기자, 이수진 인턴기자 = “어젯밤 9시에 와서 대기 번호 9번 받았어요.”

8일 오전 6시께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리빙파크 3층 ‘치이카와샵’ 앞에서 만난 김모(21)씨의 말이다. 일본 인기 캐릭터 치이카와의 공식 매장인 이곳에는 전날 밤부터 굿즈를 사려는 팬들이 몰렸다. 김씨 역시 어머니와 함께 밤샘 오픈런에 나섰다.

이날 오전 10시25분께 현장 웨이팅 번호는 899번까지 늘었고, 예상 대기 시간은 7시간에 달했다. 담요와 돗자리를 챙겨온 방문객부터 새벽 첫차를 타고 달려온 팬들까지 매장 앞은 이른 시간부터 북적였다.

일본 인기 캐릭터 '치이카와'를 향한 2030세대의 ‘덕질’이 오픈런을 넘어 일상적인 소비문화로 번지고 있다.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를 좋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시험을 준비하는 치이카와의 모습에서 자신의 현실을 발견하고 위로받는다는 것이다.

‘치이카와’는 일본 만화가 나가노가 2017년 엑스(X·옛 트위터)에 공개한 일러스트에서 출발했다. 국내에서는 ‘먼작귀(뭔가 작고 귀여운 녀석들)’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졌다. 주인공 치이카와와 친구 하치와레, 우사기 등이 일상에서 겪는 크고 작은 일을 그린 작품으로, 2022년 TV 애니메이션에 이어 최근 극장판까지 개봉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아이파크몰은 2024년 12월 팝업스토어에 이어 올해 2월 정규 매장인 ‘치이카와샵 아이파크몰 용산점’을 열었다. 인형과 키링, 문구류, 생활소품 등 다양한 굿즈를 판매한다. 지난달 23일부터 극장판 관련 상품이 출시된 데 이어 7일 할로윈 신상품까지 더해지면서 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서울=뉴시스] 박지우·이수진 인턴기자 = 8일 서울 용산구 '치이카와샵' 매장에 각종 굿즈들이 전시돼 있다.2026.10.08.
[서울=뉴시스] 박지우·이수진 인턴기자 = 8일 서울 용산구 '치이카와샵' 매장에 각종 굿즈들이 전시돼 있다.2026.10.08.

밤샘 오픈런도 거뜬…7시간 대기에도 이어진 행렬

매장 앞에는 새벽부터 두 명씩 짝을 이룬 대기 행렬이 5~6줄가량 이어졌다. 교복 차림의 학생부터 가족 단위 방문객, 출근 전 매장을 찾은 직장인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담요와 바람막이로 추위를 막거나 돗자리를 깔고 간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현장 관리자는 "두 줄 맞춰 앞쪽으로 이동해달라"고 안내하며 대기 줄을 정리했다.

현장 웨이팅 등록은 오전 8시30분부터 시작됐다. 오전 10시30분께에는 "금일 현장 웨이팅은 마감됐다"는 안내가 붙었다. 10시25분께 등록한 한 방문객의 대기 번호는 899번, 예상 대기 시간은 7시간이었다.

긴 대기 시간에도 팬들은 좀처럼 자리를 뜨지 않았다. 전국의 캐릭터 굿즈 매장을 찾아다니는 이부터 오는 11월 일본 치이카와 매장을 방문할 계획이라는 팬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오픈런’을 즐겼다.

"기다리는 것 자체가 재밌어"…치이카와에 빠진 팬들

자정부터 친구와 함께 매장을 찾은 채모(27)씨도 돗자리와 담요를 챙겨 밤을 보냈다. 100번이 넘는 대기 번호를 받았지만 오랜 기다림을 마다하지 않았다.

채씨는 "극장판 개봉 이후 치이카와에 대한 애정이 더 커졌다"며 "소셜미디어(SNS)에서 치이카와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계속 보다 보니 하나씩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친구와 함께 기다리니 오픈런 자체가 재미있다"며 "일본까지 가지 않고 국내에서 한정판 굿즈를 살 수 있다는 점도 좋다"고 했다.

이촌에서 온 최모(28)씨는 새벽 1시부터 매장 앞에서 노트북으로 개인 작업을 하며 대기했다. 앞서 매장을 찾았다가 구매하지 못한 굿즈를 다시 구하기 위해서다.

최씨는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도 구할 수 있지만 가격이 비싸 직접 매장을 찾았다"며 "극장판 굿즈와 할로윈 신상품을 구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지우·이수진 인턴기자 =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치이카와샵’ 앞에서 현장 대기 등록을 마친 방문객들이 매장에 입장하고 있다.2026.10.08.
[서울=뉴시스] 박지우·이수진 인턴기자 =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치이카와샵’ 앞에서 현장 대기 등록을 마친 방문객들이 매장에 입장하고 있다.2026.10.08.

"귀여운 줄만 알았는데"…서늘한 세계관에도 공감

팬들이 치이카와에 끌리는 이유는 단순히 외형적인 '귀여움'에만 있지 않다.

치아카와는 언뜻 보면 대충 그린 듯한 작화와 작은 몸,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에 생생한 표정이 더해진 이른바 '하찮은 귀여움'이 대표적인 매력으로 꼽힌다.

홍모(21)씨는 "완벽하고 정교한 캐릭터보다 어딘가 서투르고 부족해 보이는 모습이 더 귀엽다"고 말했다. 유모(19)씨 역시 "귀여움을 넘어 안정감을 주는 점이 치이카와의 매력"이라며 굿즈에만 15만원가량을 썼다고 했다.

귀여운 외모 뒤 숨겨진 ‘어두운 세계관’도 팬들을 끌어당기는 요소다. 한없이 아기자기한 치이카와 캐릭터들이 살아가는 세계는 의외로 서늘하고 냉혹하다.

주인공들은 먹고살기 위해 풀을 뽑거나 상품에 스티커를 붙이는 일을 한다. 더 많은 보수를 받기 위해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지만 떨어지고, 괴물을 토벌하러 갔다가 오히려 잡아먹히기도 한다.

귀여운 캐릭터들이 노동과 불안, 생존을 고민하는 모습은 현실의 삶을 떠올리게 만들어, 젊은 세대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

김모(22)씨는 "치이카와가 우리처럼 일하고 공부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내 모습이 떠올라 정이 간다"고 말했다.

하치와레를 가장 좋아한다는 이모(24)씨는 "극중 하치와레가 ‘될 대로 되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런 모습이 내 성격과 비슷하다"며 "마냥 귀엽기만 했다면 이렇게 인기를 끌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지우·이수진 인턴기자 = 8일 치이카와샵 쇼핑을 마친 방문객들이 구매한 인형 키링을 들어 보이고 있다.2026.10.08.
[서울=뉴시스] 박지우·이수진 인턴기자 = 8일 치이카와샵 쇼핑을 마친 방문객들이 구매한 인형 키링을 들어 보이고 있다.2026.10.08.

캐릭터 굿즈 넘어 팝업·협업까지…이어지는 소비

치이카와를 둘러싼 소비는 굿즈 구매에서 그치지 않는다. LG 트윈스는 지난 2월 치이카와와 협업한 유니폼과 응원용품 등을 선보였고, 지난달에는 스파오가 ‘먼작귀 플라워 컬렉션’을 출시했다. 더현대 서울과 성수동 무신사 스토어 등에서도 관련 팝업이 이어졌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귀여운 캐릭터를 향한 관심이 현대인의 외로움과 정서적 위안을 찾으려는 심리와 맞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인터넷 발달로 네트워크는 확장됐지만 인간관계는 점차 줄어들고 외로움은 커지고 있다"며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 언제나 곁을 지키며 행복감을 주는 귀여운 대상을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한 것을 다양한 형태로 소유하고 싶어한다"며 "애니메이션에서 얻은 감동을 팝업이나 굿즈 등으로 이어가려는 수요에 맞춰 산업도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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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하고 시험 보고, 우리랑 똑같네”…2030 위로하는 日캐릭터 열풍 [출동!인턴]

기사등록 2026/10/09 07:00:00 최초수정 2026/10/09 08: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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