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다시 묻다②] '그림자 농부' 양지로 나오나…고령농·청년농 잇는 농지 개혁

기사등록 2026/10/10 08:00:00

최종수정 2026/10/10 08:44:23

구글에서 선호하는 매체로 추가

상속·관행 임대차 양성화 넘어 묵은 농지 활용 과제로

농지은행 매입·수탁 확대…고령농 노후와 청년농 진입 연결

임차농 권리·기존 처분자 형평성 숙제…농지법 개정이 관건

[세종=뉴시스] 배훈식 기자 =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농지 전수조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10.08. dahora83@newsis.com
[세종=뉴시스] 배훈식 기자 =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농지 전수조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10.08.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임소현 기자 = 평생 농사를 지어온 고령농에게 농지는 은퇴 후에도 쉽게 놓기 어려운 노후자산이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농지는 고향과 연결된 끈이기도 하다. 반면 농촌에 들어와 농사를 시작하려는 청년에게 농지는 가장 먼저 넘어야 할 문턱이다.


농지 전수조사 후속조치의 다음 과제는 이 간극을 좁히는 데 있다. 정부가 투기가 아닌 농지는 처분하지 않겠다는 방침으로 농촌의 불안을 덜어줬다면, 앞으로는 농지를 보유한 사람과 실제 농사를 지을 사람을 어떻게 연결할지가 관건이다.

"내 농지는 어떻게 되나"…처분 불안 걷어내야 활용도 가능

농림축산식품부는 특별조치법을 통해 농지에 누적된 관행 임대차와 미허가 시설, 지목과 실제 이용 상태의 불일치 등을 정리할 계획이다. 특별법은 이달 발의해 연내 국회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농지은행 위탁 여부와 관계없이 일반적인 사안은 처분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농지를 맡기거나 위반 상태를 정비해야만 처분을 피할 수 있다는 현장의 우려에 선을 그은 것이다.

대신 희망하는 소유자와 경작자에게 적법한 상태로 전환할 기회를 제공한다. 정부가 검토하는 양성화 특례기간은 2~3년이다.

관행적인 임대차는 현행법상 허용 사유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특례기간에 서면 계약을 체결하면 계약기간 동안 적법한 임대차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장기간 임야로 변한 농지나 농지로 이용해온 임야 등은 실제 상태에 맞춰 지목을 정비할 수 있도록 한다.

처분 불안을 해소하는 것과 농지를 활용하는 것은 연결된 과제다. 소유자는 농지를 빼앗기거나 서둘러 팔아야 한다는 걱정 없이 임대·매도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경작자는 불안정한 구두 약속 대신 계약을 바탕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어야 한다.

송 장관은 "상속받은 농지는 부모님한테 받은 농지고 내 고향과 나를 이어주는 끈"이라며 고령농에게는 자산이고 현재 농사를 짓는 이에게는 삶의 터전인 만큼 유형별로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지난 26일 서귀포시 하논분화구 안쪽 논에서 벼가 익어가고 있다. 일부 논은 이미 수확을 마쳤고 남은 곳도 날씨를 보며 차례로 벼 베기에 들어간다. 2026.09.29. ijy788@newsis.com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지난 26일 서귀포시 하논분화구 안쪽 논에서 벼가 익어가고 있다. 일부 논은 이미 수확을 마쳤고 남은 곳도 날씨를 보며 차례로 벼 베기에 들어간다. 2026.09.29. [email protected]

고령농의 노후자산, 청년농의 생산기반으로

정부가 제시한 연결 수단은 농지은행이다. 위탁을 의무화하는 대신 농사를 그만두려는 고령농에게는 노후소득을 마련할 선택지로, 농지가 필요한 청년농에게는 영농 기반을 확보할 통로로 기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농지은행의 매입·수탁 범위를 확대하고 농지연금 등을 통한 노후소득 활용을 강화한다. 지금은 곧바로 영농에 활용할 수 있는 농업진흥지역 농지를 중심으로 매입하지만, 앞으로는 비진흥지역도 실제 농업에 활용할 수 있으면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확보한 농지는 청년농과 전업농에게 가급적 인접하게 모아 공급한다. 농지를 교환하거나 나누고 합치는 방식, 공동영농 등을 통해 규모를 키우고 스마트농업과 기계화를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농지를 얼마나 확보하느냐만큼 어디에 어떤 형태로 공급하느냐도 중요하다. 여러 곳에 흩어진 작은 필지를 연결해야 규모화와 기계화라는 정책 목적에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송 장관은 브리핑에서 상속농지가 30만㏊에 이른다고 설명하며 “규모화된 농지로 활용할 수 있게 하면 생산성도 높아지고 국민들의 식량 안보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매입·수탁 확대에는 예산과 실행 여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농지를 팔고 싶어도 농지은행이 예산이나 매입 기준 때문에 받아주지 못한다면 고령농의 은퇴와 청년농의 진입을 연결하기 어렵다.

농식품부는 내년도 농지은행 관련 정부 예산안을 올해보다 약 25% 늘린 수준으로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매입 대기물량 해소와 추가 수요 대응을 위한 예산 확보는 국회와 협의할 계획이다.

이름 없는 경작자도 제도 안으로…임차농 보호가 핵심

농지 양성화의 또 다른 축은 실제 농사를 짓지만 계약과 행정 기록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경작자를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종중·사찰 소유 농지나 미등기 상속농지는 소유·명의관계가 복잡해 정식 임대차 계약을 맺기 어려운 사례가 있다. 농사를 짓고 있어도 이를 증명할 계약 기반이 취약하면 농업 지원체계와 연결되는 데에도 제약이 생긴다.

송 장관은 구두 약속으로 농사를 지어온 이들을 '그림자 농부'라고 표현하며 "내 이름 없이 농사지은 분들이 처음으로 조사를 통해서 내 이름을 찾았다는 분들이 계신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농지법 개정에서 이들이 적법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실경작자와 임차농의 권리를 보호할 계획이다.

송 장관은 종중·미등기 상속농지 등에서 실제 농사를 짓지만 직불금을 받지 못했던 사례를 거론하며, 임대차 계약을 제대로 체결할 수 있게 되면 직불금 지원과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성화가 소유자의 법 위반 상태를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작자의 안정적인 영농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계약을 서면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기존 경작자의 이용 관계를 어떻게 보호할지도 입법 과정에서 살펴야 할 과제다.

농지 확보와 계약 안정은 청년농 정착의 생산기반이다. 농촌 기본소득 등 생활 여건을 뒷받침하는 정책과 접점은 있지만, 특별법 자체가 소득 지원이나 청년 유입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농지 공급과 영농 지원, 주거·생활 기반을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후속 과제로 남는다.
[세종=뉴시스] 배훈식 기자 =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농지 전수조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10.08. dahora83@newsis.com
[세종=뉴시스] 배훈식 기자 =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농지 전수조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10.08. [email protected]

특별법으로 정리하고 농지법으로 정착…형평성 숙제도

특별법이 과거에 누적된 문제를 정리하는 장치라면 농지법 개정은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를 바꾸는 작업이다.

송 장관은 농지 임차 비율이 47%라고 설명하며 임대차를 현실에 맞게 제도화하고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자유전 원칙에 대해서는 농지 투기를 막고 식량 안보를 위해 농지를 제대로 이용해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헌 논의까지 가지 않아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농지법 개정을 통해 현실을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제 범위와 형평성은 아직 풀어야 할 문제다. 이번 조사에서 투기가 아닌 농지는 처분하지 않도록 하면서 과거 조사로 이미 처분명령을 받은 소유자에게도 특례를 적용할지는 결정하지 못했다. 처분명령을 받고 아직 이행하지 않은 경우와 이미 농지를 처분한 경우 사이에도 차이가 있다.

송 장관은 “이미 처분명령이 나간 분들한테도 지금 마련하는 특례를 적용할지, 어떻게 해야 되는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며 국회에서 추가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투기 판단이 지자체마다 달라지는 문제도 해소해야 한다. 정부는 명백한 투기 유형을 세 가지로 제시하고 충분한 소명을 거쳐 처분 여부를 결정하되, 전국 공통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농지 전수조사가 고령농의 불안을 덜고 청년농의 진입을 돕는 계기가 될지는 특별법 이후의 실행에 달려 있다. 묵은 농지를 확보해 경작 가능한 형태로 공급하고, 실제 농사를 짓는 사람의 계약과 권리를 보장하는 과정까지 이어져야 한다.

송 장관은 "큰 방향성은 농지의 이용과 임대차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속에서 임차인들의 권리가 손상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뉴시스] 배훈식 기자 =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농지 전수조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10.08. dahora83@newsis.com
[세종=뉴시스] 배훈식 기자 =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농지 전수조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10.08.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농지, 다시 묻다②] '그림자 농부' 양지로 나오나…고령농·청년농 잇는 농지 개혁

기사등록 2026/10/10 08:00:00 최초수정 2026/10/10 08:44:23

이시간 핫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