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쟁 초기 "20년간 핵 농축 전면 중단"
이란, 전쟁 전엔 '60%→20% 가능' 타진도
'핵→호르무즈' 전선 이동…협상 복잡할 듯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 정권에 60% 수준 우라늄 고농축을 포기하는 가시적 조치를 핵 합의 조건으로 요구했다. 우라늄 농축 자체를 막겠다는 기존 강경론에서는 한 걸음 물러선 모양새지만, 핵 문제보다는 제재 해제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에 집중하고 있는 이란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사진은 JD 밴스 부통령. 2026.10.08.](https://img1.newsis.com/2026/10/07/NISI20261007_0002257946_web.jpg?rnd=20261007164031)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 정권에 60% 수준 우라늄 고농축을 포기하는 가시적 조치를 핵 합의 조건으로 요구했다. 우라늄 농축 자체를 막겠다는 기존 강경론에서는 한 걸음 물러선 모양새지만, 핵 문제보다는 제재 해제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에 집중하고 있는 이란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사진은 JD 밴스 부통령. 2026.10.08.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 정권에 60% 수준 우라늄 고농축을 포기하는 가시적 조치를 핵 합의 조건으로 요구했다.
우라늄 농축 자체를 막겠다는 기존 강경론에서는 한 걸음 물러선 모양새지만, 핵 문제보다는 제재 해제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에 집중하고 있는 이란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7일(현지 시간) 알자지라, 뉴스파키스탄 등에 따르면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5일 로이터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처음부터 '이란이 핵 프로그램 재건 포기를 약속하고 실제로 조치를 취할 때 합의를 체결하겠다'고 말해왔다"며 "우리는 이란의 단순한 약속에 대해 뭔가를 해주지는 않을 것이며, 실제로 어떤 조치를 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실제 조치'의 내용에 대해 "이란은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나는 핵과학자가 아니지만, 에너지 생산에 60% 농축 우라늄이 필요하지는 않다는 것은 배웠다"며 "(60% 농축은) 핵무기에 근접한 우라늄 확보 외에 어떤 목적도 없다"고 짚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개전 초기 협상 국면에서 60% 고농축 우라늄 440㎏ 전량 반출과 함께 우라늄 농축 자체를 최소 20년간 전면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이란은 '농축 5년 중단 후 5년간 저수준 농축'을 역제안하며 협상에 나섰으나 미국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앞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15년 체결했던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은 이란이 15년간 우라늄 농축을 3.67% 이하로 유지하고 무기급 농축이 가능한 신형 원심분리기 사용을 10년간 멈추는 체제였다.
오바마 행정부를 맹비난하며 JCPOA를 파기하고 전쟁까지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농축 전면 중단' 이외의 출구를 수용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어려웠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그런데 밴스 부통령이 이날 '60% 고농축'을 특정해 조치를 요구하면서, 미국이 과거 입장에서 한 걸음 물러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우라늄은 20% 이상 농축할 경우 고농축 우라늄(HEU)으로 분류되며, 이란이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진 60%는 수일 내로 무기급인 90%에 도달할 수 있는 위험 수준 물질이다.
여기서 밴스 부통령이 JCPOA상의 3.67%나 고농축의 기준인 20%가 아닌 60%를 언급한 것은 다소 유화적인 압박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알자지라는 "전문가들은 이란이 농축 프로그램을 완전히 포기할 것을 요구했던 미국 입장이 다소 완화됐음을 시사한다고 본다"며 "밴스의 표현은 미국이 핵 농축에 관해 어느 정도 제한을 받아들일 것인 지에 여지를 남기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60% 이하 농축'은 이란이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가 아니다. 이란은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 2월 핵 협상 과정에서 고농축 우라늄 반출은 거부하는 대신 농축 수준을 60%에서 20% 이하로 낮출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던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다만 이후 8개월째 전쟁이 이어져 온 만큼, 이란이 전쟁 발발 전 입장을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또 이란 입장에서는 핵 문제보다는 제재 해제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문제에서 최대한 대가를 얻어내는 협상을 추진해갈 것으로 보인다.
사이먼 메이본 랭커스터대 교수는 "미국이 핵 관련 입장을 완화하려 하더라도, 이란에 이것은 중요한 쟁점이 아니다"라며 "해상 봉쇄, 제재 해제, 동결자산 해제 및 역내 분쟁 종식이 핵심"이라고 짚었다.
이란이 유엔총회를 계기로 트럼프 행정부에 타진했다가 거부당한 '7일 종전안' 역시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 및 동결자산 120억 달러 반환과 호르무즈 해협을 맞바꾸자는 제안이었고, 핵 문제는 그 뒤에 논의하는 순서였다.
아울러 이란이 즉각 협상에 나서야 할 유인도 크지 않다. 이란은 오는 10월27일 이스라엘 총선, 11월3일 미국 중간선거에서 네타냐후 정권과 트럼프 행정부가 패배해 전쟁 동력을 잃을 것으로 본다. 해상·항공 전면 봉쇄로 최고조에 이른 경제 제재도 더 버텨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밴스 부통령 인터뷰가 보도된 5일 "우리가 협상 테이블로 나갈 때마다 전쟁이 시작된다. 그들이 협상 직후 우리를 공격한 것만 세 차례"라며 "매일 약속을 깨는 적과 협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거리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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