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앙리 카간·日소아이 겐소, 노벨화학상 공동 수상
작은 비대칭 키우는 ‘비선형 효과·자기촉매’ 발견
약효 내는 분자만 골라 만드는 의약품 합성 기술 발전에 기여
생명체가 한쪽 거울상만 사용하는 현상 이해에도 단서
![[스톡홀름(스웨덴)=AP/뉴시스]스웨덴 왕립과학원이 7일 스톡홀름에서 2026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 발표한 프랑스의 알리 카간과 일본 소아이 겐소의 사진이 화면에 비춰지고 있다. 2026.10.07.](https://img1.newsis.com/2026/10/07/NISI20261007_0001646361_web.jpg?rnd=20261007185928)
[스톡홀름(스웨덴)=AP/뉴시스]스웨덴 왕립과학원이 7일 스톡홀름에서 2026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 발표한 프랑스의 알리 카간과 일본 소아이 겐소의 사진이 화면에 비춰지고 있다. 2026.10.07.
[서울=뉴시스]심지혜 유세진 기자 = 2026년 노벨 화학상의 영예는 서로 거울처럼 닮은 두 분자 가운데 한쪽이 압도적으로 많아질 수 있는 화학의 원리를 밝힌 프랑스와 일본의 화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앙리 B. 카간 프랑스 파리 제11대학교 명예교수와 소아이 겐소 일본 도쿄이과대학교 명예교수를 노벨 화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수상 사유에 대해 ‘비대칭 유기 합성에서 비선형 효과와 자기촉매의 발견'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의 발견은 의약품 제조 등에 활용되는 화학반응을 설계하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카간은 한쪽 거울상 분자가 예상보다 더 많이 만들어질 수 있는 ‘비선형 효과’를 발견했고, 소아이는 생성물이 다시 자신의 생성을 촉진하면서 거의 한쪽 거울상만 남도록 하는 자기촉매 반응을 실제 구현했다.
오른손과 왼손의 차이…왜 생명체는 한쪽만 쓸까
반면 실험실에서 이런 분자를 만들면 두 거울상 형태가 함께 만들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에 화학자들은 어떻게 한쪽 형태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는지, 또 생명체에서는 왜 한쪽으로 치우친 상태가 나타나는지를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이 문제는 의약품 개발에서도 중요하다. 서로 거울상인 두 분자는 비슷해 보여도 우리 몸에서는 다르게 작용할 수 있다. 한쪽은 약효를 내는 반면 다른 쪽은 불필요하거나 해로운 작용을 할 수도 있다. 노벨위원회는 1960년대 탈리도마이드 사건을 비대칭 합성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했다.
![[서울=뉴시스]카간 교수가 규명한 비선형 효과의 원리. 금속 이온에 서로 다른 방향의 키랄 분자가 결합한 '좌-우 혼합형 촉매'의 활성이 떨어지면서, '우-우 촉매'가 우세하게 반응해 특정 거울상 생성물 비율이 90%까지 대폭 증폭된다. (사진=웨덴 왕립과학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10/07/NISI20261007_0002258089_web.jpg?rnd=20261007201721)
[서울=뉴시스]카간 교수가 규명한 비선형 효과의 원리. 금속 이온에 서로 다른 방향의 키랄 분자가 결합한 '좌-우 혼합형 촉매'의 활성이 떨어지면서, '우-우 촉매'가 우세하게 반응해 특정 거울상 생성물 비율이 90%까지 대폭 증폭된다. (사진=웨덴 왕립과학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카간, 작은 비대칭 더 크게…소아이는 ‘자기증폭’ 구현
당시에는 촉매가 어느 정도 한쪽 거울상으로 치우쳐 있으면 생성물도 그에 비례해 한쪽으로 치우칠 것으로 생각했다. 촉매의 비대칭 정도와 생성물의 비대칭 정도가 일정한 비례관계를 보일 것이라는 가정이었다.
카간 교수는 촉매 자체의 작동 방식에 주목했다. 금속과 키랄 분자가 결합한 촉매에서 같은 방향의 분자끼리 결합한 경우와 서로 다른 방향의 분자가 섞인 경우 반응성이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실험 결과 실제로 생성물에서 한쪽 거울상 분자의 비율이 예상보다 더 크게 높아질 수 있었다. 촉매의 비대칭 정도와 생성물의 비대칭 정도가 단순한 직선 관계를 보이지 않는 ‘비선형 효과’였다. 카간 교수는 1986년 세 가지 비대칭 반응에서 이런 현상을 확인했다.
소아이 교수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생성된 분자가 다시 자신과 같은 형태의 분자가 만들어지는 반응을 촉진하는 자기촉매 반응을 구현했다. 이 반응은 그의 이름을 따 ‘소아이 반응(Soai reaction)’으로 불린다.
1995년 발표한 실험에서는 한쪽 거울상 분자가 2% 더 많은 상태에서 시작해 반응 뒤 그 차이가 87%까지 확대됐다. 만들어진 분자가 다시 같은 형태의 분자 생성을 촉진하면서 작은 비대칭이 계속 커진 것이다.
이후 2003년 보고된 실험에서는 한쪽이 불과 0.00005% 더 많은 상태에서 출발해 반응을 세 차례 반복하자 한쪽 거울상 분자의 비율이 99.5% 이상으로 높아졌다. 또 처음 어느 쪽이 아주 조금 더 만들어졌는지에 따라 최종적으로 우세한 거울상 분자가 달라지는 현상도 확인됐다.
의약품 합성부터 생명의 ‘한쪽성’ 이해까지
또 생명체가 왜 두 거울상 가운데 특정 한쪽 형태의 분자만 주로 사용하는지 이해하는 데도 중요한 화학적 실마리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상엽 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는 “올해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연구는 생명체가 왜 두가지 거울상 분자 중 한쪽 형태를 선택해 사용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화학적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연구 결과는 생명체에서 한쪽 거울상 선택 현상을 이해하는 데 길을 열었을 뿐 아니라, 우리의 질병 치료에 필수적인 의약품 등에서 약효를 나타내는 원하는 거울상 분자만 선택적으로 만드는 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하여 수상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이번 연구가 앞서 노벨상을 받은 비대칭 촉매 연구와 이어지는 성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최태림 취리히연방공대 재료과학과 교수(전 서울대 화학부 교수)는 “이번 수상은 노요리 료지, 윌리엄 놀스, K. 배리 샤플리스가 수상했던 2001년 노벨 화학상(비대칭 촉매 합성법)의 근본 연구를 수행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간 것”이라며 “카간 교수는 촉매와 생성물의 비율이 1대 1이 아닌 비선형 효과를 규명해 비대칭 촉매 합성법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교수는 “소아이 교수는 이를 활용해서 1%의 작은 비대칭 촉매만 있어도 자연의 아미노산, 설탕, DNA처럼 99% 이상의 비대칭 물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고했다”며 “생명의 근원인 단백질, 설탕, DNA 등의 선택성까지 이런 방법으로 하나의 거울쌍만 만들어 질 수 있다고 가설 발표하신 분”이라고 말했다.
하이너 링케 노벨 화학위원회 위원장은 “두 연구자는 단일 카이랄성이 어떻게 자발적으로 출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백 년 묵은 화학적 수수께끼를 해결했다”며 “이들이 개발한 화학 반응은 놀랍도록 탁월하다”고 밝혔다.
올해 노벨 화학상 상금은 총 1200만 스웨덴 크로나로 두 수상자가 절반씩 나눠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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