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에 매수로 돌아선 2030…2억 넘게 대출받아 집 산다

기사등록 2026/10/08 06:00:00

구글에서 선호하는 매체로 추가

서울 생애최초 매수 44.5% 증가…강동·노원·강서 등 비강남권에 몰려

20·30대 생애최초 매수 60.9% 급증…주거 불안에 대출 끌어모은 2030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20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전세 매물이 붙어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 누적 상승률은 9월 둘째 주 기준 7.79%로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의 약 4.7배에 달했다. 연간 상승률 기준으로도 이미 지난해 상승률 3.77%의 2배를 넘어섰으며, 전세 물량 부족 등의 영향으로 전세난이 심했던 2015년 10.7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2026.09.20.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20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전세 매물이 붙어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 누적 상승률은 9월 둘째 주 기준 7.79%로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의 약 4.7배에 달했다. 연간 상승률 기준으로도 이미 지난해 상승률 3.77%의 2배를 넘어섰으며, 전세 물량 부족 등의 영향으로 전세난이 심했던 2015년 10.7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2026.09.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직장이 있는 서울 송파구에 전셋집을 얻었던 김모(36)씨 부부는 최근 경기 하남시의 한 아파트를 매입했다. 전셋값이 오르는 데다 전세 매물까지 줄면서 더는 전세살이를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김씨는 당초 기존 전셋집에서 재계약하고 계속 거주할 생각이었다. 2년 전 재계약 당시에도 전세금을 2000만원 올려줬지만, 올해 집주인이 실거주를 통보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집주인이 직접 들어와 살겠다고 하면서 계약 만료를 앞두고 새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김씨는 송파구와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전셋집을 알아봤지만, 마음에 드는 매물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매물이 나오면 금세 계약이 이뤄졌고, 기존 집과 비슷한 조건의 전셋집을 찾으려면 보증금을 더 올려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결국 김씨 부부는 전세 대신 매매로 눈을 돌렸다.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집값 부담이 낮은 경기 하남시까지 범위를 넓혀 아파트를 알아본 끝에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

김씨는 "전셋집을 구하려고 계속 알아봤지만 매물도 많지 않고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며 "이왕 대출을 받아야 한다면 전세보증금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내 집을 마련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치솟는 전셋값과 매물 부족에 지친 2030세대가 내 집 마련 행렬에 뛰어들고 있다. 집을 사기보다 전월세로 거주하며 소비와 여가를 즐기던 젊은층이 주거 불안을 견디지 못하고 지출을 줄여 주택 구매에 나서는 모습이다.

특히 30대의 주택 매수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에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가정을 꾸린 20대까지 내 집 마련에 가세하고 있다. 높은 주거비를 감수하며 전월세를 전전하기보다 대출을 활용해서라도 집을 사는 것이 장기적으로 낫다는 판단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서울에서 생애 첫 집을 사는 20·30대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집값 부담이 낮은 비강남권을 중심으로 내 집 마련 수요가 몰리면서 서울 주택시장의 실수요 지형도 달라지고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8월 서울에서 생애 처음 집합건물을 매수한 사람은 5만7426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3만9728명보다 44.5% 늘어난 규모다. 집합건물은 아파트를 비롯해 연립·다세대·오피스텔 등을 포함한다.

특히 생애 첫 집 마련 수요가 강남권보다 비강남권에 집중된 점이 눈에 띈다. 집값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생애 최초 매수자가 가장 많았던 곳은 강동구로 5114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306명에서 123.1% 급증했다. 이어 노원구 4098명, 강서구 4033명, 은평구 3782명 순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각각 57.1%, 69.8%, 137% 증가했다.

중저가 구축 아파트가 많은 이른바 '금관구'(금천·관악·구로)에서도 생애 최초 매수가 크게 늘었다. 구로구가 2964명으로 가장 많았고 관악구 2234명, 금천구 1166명이 뒤를 이었다. 증가율은 각각 76.8%, 81.9%, 54.2%에 달했다.

반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생애 최초 매수자는 635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595명보다 13.6% 증가하는 데 그쳤다. 매수자 수 자체는 적지 않았지만 비강남권 주요 지역과 비교하면 증가폭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젊은층의 내 집 마련도 두드러졌다. 올해 서울에서 생애 처음 집합건물을 매수한 20·30대는 3만759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9% 증가했다. 전체 생애 최초 매수자 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20·30대 매수자는 중저가 주택이 상대적으로 많은 지역에 집중됐다. 노원구가 3051명으로 가장 많았고 강서구와 강동구가 각각 2764명으로 뒤를 이었다. 성북구에서도 2266명이 생애 첫 집을 마련했다.

전셋값과 집값 부담에도 내 집 마련에 나서는 2030세대가 늘면서 젊은층의 주택담보대출 규모도 커지고 있다. 특히 20대는 신규 주담대가 역대 최대치를 다시 경신하며 주택시장에 뛰어드는 모습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2026년 2분기 차주별 가계부채 통계'에 따르면 20대 차주가 새로 받은 주택담보대출은 평균 2억3217만원으로 전 분기보다 392만원 늘었다. 주요 연령대 가운데 신규 주담대 규모가 증가한 것은 20대가 유일했다.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직전 분기보다도 대출액이 늘면서 다시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30대의 주택 매수세도 여전히 두드러졌다. 30대 차주당 신규 주담대는 2억6358만원으로 전 분기보다 2632만원 감소했지만, 전체 신규 주담대 취급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3.7%로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은 비강남권을 중심으로 생애 첫 주택 구매가 늘어난 데다 20·30대까지 매수 대열에 합류하면서 서울 주택시장의 실수요층이 넓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과거 2030세대는 주택 가격이 높으면 전월세로 거주하는 선택을 했지만 최근에는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차이가 줄면서 차라리 대출을 받아 집을 사겠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며 "전세난이 젊은층의 주택 매수 전환을 앞당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서울 집값이 전반적으로 오른 상황에서 2030세대가 접근할 수 있는 지역은 자연스럽게 비강남권과 외곽으로 좁혀질 수밖에 없다"며 "젊은층의 생애 최초 매수가 이들 지역에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았던 지역의 집값을 끌어올리는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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