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4000명 증원 뒤의 질문…숙련된 수사관은 왜 떠나나

기사등록 2026/10/07 14:3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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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다솜 기자 = "탈수사는 지능 순이죠."

일선 경찰서에서 수사를 담당하는 한 경찰 간부는 최근 수사부서에 대한 내부 인식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힘들수록 보상이 큰 것도 아니고 오래 버틴다고 뚜렷한 인사상 이점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기회가 되면 수사부서를 떠나려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수사 업무는 오래전부터 '기피 대상'으로 꼽혀왔다. 사건은 많고 민원 부담은 크다. 사건 하나를 종결하기까지 수많은 판단을 내려야 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한다. 결론에 불복한 당사자의 고소·고발이나 감찰 부담까지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돌아오는 보상은 뚜렷하지 않다. 어렵게 수사 경험을 쌓더라도 승진이나 보직에서 확실한 유인이 없다면 힘든 업무를 맡을 이유는 줄어든다. 이런 인식이 조직 안에 퍼질수록 숙련자를 붙잡아두기는 더 어려워진다.

검찰청 폐지와 형사사법체계 개편으로 경찰은 올해 상·하반기에 걸쳐 약 4000명을 수사부서에 추가 배치했다. 숫자만 보면 상당한 규모다. 하지만 수사력은 사람 수에 비례해서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수사는 인원이 투입되는 순간 곧바로 생산성이 올라가는 업무가 아니다. 기록에서 쟁점을 추려내고 진술의 허점을 포착하는 능력, 압수수색이나 계좌추적이 필요한 시점을 판단하는 감각은 매뉴얼 만으로 익히기 어렵다. 복잡한 사건일수록 경험의 차이는 수사의 질 차이로 이어진다.
 
신규 인력 100명이 들어왔다고 숙련 수사관 100명의 공백이 메워지는 것은 아니다. 새 인력을 계속 투입해도 경험 있는 수사관이 빠져나가는 구조라면 증원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형사사법체계가 바뀌면서 경찰의 판단은 더 무거워졌다. 초동 단계에서 어떤 증거를 확보하고, 혐의를 어떻게 구성하며, 수사를 어디까지 이어갈지에 따라 사건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 초기 판단이 잘못되면 이후 절차에서 이를 바로잡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이런 상황에서 인력 숫자는 가장 보여주기 쉬운 대책이다. 몇 명을 충원했고, 어느 부서에 몇 명을 보냈는지는 곧바로 수치로 제시할 수 있다. 정원을 늘리고 인사 발령을 내면 조직 차원의 대응도 눈에 보인다. 

반면 숙련 수사관을 길러내고 이들이 현장을 떠나지 않게 만드는 일은 훨씬 어렵다. 수당과 승진, 보직 등 인사 체계에서 실질적인 유인을 마련해야 하고 과도한 업무량과 민원 부담도 함께 손봐야 한다. 단기간에 숫자로 성과를 증명하기 어려운 과제들이다.

그래서 4000명이라는 숫자보다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새로 배치된 인력이 몇 명인지가 아니라 이들이 언제 독립적으로 사건을 맡을 수 있을 만큼 성장하는지, 경험 있는 수사관이 얼마나 오래 현장에 남는지다. 수사 업무를 잘하고 오래 하는 사람이 조직 안에서 제대로 평가받고 있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수사력은 정원표에 적힌 숫자의 합이 아니다. 오랜 시간 축적된 경험과 판단의 총합에 가깝다.

"탈수사는 지능 순"이라는 말이 일선에서 농담처럼 통용되는 현실을 그대로 둔 채 사람만 계속 채워 넣는다면 수사력은 제자리일 수 있다.

지금 경찰이 고민해야 할 것은 몇 명을 더 보낼지가 아니다. 숙련된 수사관들이 왜 남으려 하지 않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남고 싶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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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4000명 증원 뒤의 질문…숙련된 수사관은 왜 떠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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