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리 "SNS 시대, 진실은 뭘까"…연극 '에너미'

기사등록 2026/10/06 17:2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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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크 입센 '민중의 적', 현대 사회 배경으로 각색

원작의 형제, 자매로 바뀌어…문소리·이봉련 출연

이준우 단장 "SNS로 목소리 내지만…대화 힘든 세상"

[서울=뉴시스] 배우 문소리가 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연극 '에너미' 제작발표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사진 = 세종문화회관제공) 2026.10.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배우 문소리가 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연극 '에너미' 제작발표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사진 = 세종문화회관제공) 2026.10.0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엄청난 속도감과 공포심이 느껴졌어요."

배우 문소리가 처음 연극 '에너미' 희곡을 읽고 받은 인상이다.

문소리는 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에너미' 제작발표회에서 "연습을 할수록 진실이 뭘까, 각자의 입장이 진실은 아닐까, 지금 이 시대에는 진실이라는 것조차 달라졌나를 생각하게 된다"며 작품에 임하는 소감을 밝혔다.

서울시극단이 선보이는 '에너미'는 1882년 발표된 헨리크 입센의 '민중의 적'을 스코틀랜드 극작가 키어런 헐리가 현대적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민중의 적'은 온천 도시의 수질 오염을 발견한 의사가 이를 세상에 알리려다 지역사회의 경제적 이해관계와 충돌하고, 끝내 자신이 '민중의 적'으로 몰리는 과정을 다룬다.

연출을 맡은 이준우 서울시극단장은 더 많은 사람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시대에 오히려 진실을 가려내기 어려워진 현실에 주목했다.

이 단장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미디어를 통해 진실이 더 투명해지고 많은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지만, 개인의 이익이나  질투, 혐오가 더해지면서 진실이 더 흐려졌다"며 "자신들을 피해자로 보지만 동시에 가해자의 위치에 있기도 하는 분열된 사회의 단면을 작품에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연극 '에너미'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강훈구(왼쪽부터) 작가, 이준우 서울시극단장, 배우 이봉련, 문소리, 강신구. (사진 = 세종문화회관제공) 2026.10.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연극 '에너미'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강훈구(왼쪽부터) 작가, 이준우 서울시극단장, 배우 이봉련, 문소리, 강신구. (사진 = 세종문화회관제공) 2026.10.0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발표된 지 140여 년이 지난 원작의 이야기는 오늘의 현실에 맞게 달라졌다. 온천은 지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추진하는 친환경 리조트로, 신문과 시민 집회를 중심으로 전개되던 여론 형성의 무대는 오늘날의 디지털 미디어 환경으로 옮겼다. 원작의 인쇄업자는 지역의 대형 유튜버로 등장한다.

원작의 형제는 자매로 바뀌어 활동가 출신 커스틴과 언니인 시장 보니의 대립이 그려진다. 배우 문소리와 이봉련이 커스틴 역에 더블캐스팅돼 리조트 개발 과정에서 수질 오염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공개했다 '민중의 적'으로 몰리는 인물을 연기한다.

문소리는 "처음 대본을 읽고는 오히려 언니가 다 맞는 말을 하고 있고, 커스틴은 논리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지금은 각자의 입장에서 핏대를 높이며 대사를 주고받고 있다"고 웃었다.

이봉련은 "보통의 어떤 한 사람이 짧은 시간 안에 겪게 되는 일"이라며 "나로부터 출발할 수도 있고, 꼭 나와 같지 않더라도 이해할 수 있겠단 생각에 흥미를 가지고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이 충분히 확인되기도 전에 여론이 형성되고, 지지와 비난이 순식간에 뒤바뀌는 모습은 오늘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번역·윤색을 맡은 강훈구 작가는 "우리 한국 사회에서도 영웅이 떠오르고, 그 영웅이 추락하는 걸 실시간으로 항상 보고 있다"며 "그 과정을 흥미롭게 보면서도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이 사회는 왜 민중의 적을 계속 만들어 나갈까, 누가 진짜 민중의 적일까라는 질문을 관객과 나눌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서울=뉴시스] 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연극 '에너미'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이준우(왼쪽부터) 서울시극단장, 강훈구 작가, 배우 문소리, 이봉련, 강신구. (사진 = 세종문화회관제공) 2026.10.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연극 '에너미'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이준우(왼쪽부터) 서울시극단장, 강훈구 작가, 배우 문소리, 이봉련, 강신구. (사진 = 세종문화회관제공) 2026.10.0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주인공이 여성으로 바뀌면서 동시대의 현실도 더 잘 반영됐다고 짚었다.

강 작가는 "여성 인물이 그런 (작품과 같은) 상황에 놓였을 때 SNS나 언론에서 더 많은 비난이 가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 커스틴이 과학을 전공한 인물인데, 여성 과학자가 전문성에 대한 의심도 더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준우 단장은 서울시극단장 취임 후 첫 연출작으로 지난 3월 선보인 '빅마더'에서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다룬 데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미디어가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들여다본다.

이 단장은 "제가 바라보는 세상과 누군가가 바라보는 세상이 전혀 다르다는 걸 많이 느낀다. 점점 더 대화하기 힘들어지는 세상이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극은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어떤 정답을 주기보다 함께 고민하자고 이야기하는 장르라고 생각한다"며 "커스틴이 공격을 받고, 자신이 살아온 시간과 모든 것이 재판이 되는 경험이 얼마나 끔찍하고 무서울지, 그런 감각을 관객에게 전하고 싶다"고 보탰다.

'에너미'는 오는 26일부터 다음 달 1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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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리 "SNS 시대, 진실은 뭘까"…연극 '에너미'

기사등록 2026/10/06 17:27:4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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