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일 서울 장충체육관서 열린 콘서트 '머무름' 리뷰
직선의 가속도 거절하고 장충체육관에 그린 원환
작고 서툰 존재들을 향한 온전한 응시
![[서울=뉴시스] 최유리. (사진 = 딜라잇 컴퍼니 주식회사 제공) 2026.10.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10/05/NISI20261005_0002255755_web.jpg?rnd=20261005164646)
[서울=뉴시스] 최유리. (사진 = 딜라잇 컴퍼니 주식회사 제공) 2026.10.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머무름은 정체가 아니다. 그것은 떠밀려가지 않기 위해 온몸의 감각을 곤두세우는 일이며,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무수한 슬픔과 결핍 앞에 기꺼이 발을 묶어두는 '윤리적 지체(遲滯)'에 가깝다.
싱어송라이터 최유리(28)가 지난 3~4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펼친 단독 콘서트 2026 '머무름'은, 물리적 팽창 앞에서도 자신의 내밀한 방을 허물지 않은 채 타인의 곁에 정박한 시간이었다. 소극장과 시어터 위주로 호흡해 온 그가 데뷔 후 처음으로 체육관에 입성하며 택한 표제어가 '도약'이나 '정복'이 아닌 '머무름'이었다는 점부터 온당하고 단단한 선언이었다.
공연은 오프닝 곡 '도약'과 함께 터져 나온 금빛 컨페티로 문을 열었다. 대개의 대형 공연이 규모의 스펙터클을 앞세워 객석을 압도하려 할 때, 무대 위로 흩뿌려진 금빛 조각들은 승전보라기보다 관객 각자의 고단한 어깨 위에 내려앉는 환대의 파편들에 가까웠다. 어깨에 묻은 반짝이를 다정하게 응시하며 "거슬리지 않는다면 그대로 계셔달라"고 건넨 말처럼, 그간 숨죽여야 가닿던 '도서관 같은' 친밀함은 체육관이라는 거대한 체적을 하나의 정밀한 사유의 방으로 바꾸어놓았다.
이 머무름의 심연에는 이름 없는 것들을 향한 온전한 응시가 깃들어 있다. 평범하지만 아련한 삶의 일상을 그러 모은 영상(VCR)에 이어 2부의 시작을 알린 '풀꽃'은 자기 소외의 저점을 통과해 온 자만이 건넬 수 있는 고백이었다. 화려한 꽃 이름을 얻지 못한 채 "그냥 풀꽃이지 뭐"라는 무심한 범주화 속에 놓였던 유년의 기억을 소환하며, 그는 작고 서툴러도 이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생의 가치를 길어 올렸다. 1부의 단정한 흑백에서 2부의 한층 우아한 흑백으로 톤을 이어가되 끝내 요란한 원색으로 전향하지 않은 의상의 결은, 결핍을 억지로 분식하지 않겠다는 그의 태도와 궤를 같이했다.
그의 머무름은 세상이 강요하는 직선의 가속도에 대한 정중한 거절이기도 하다. 자신이 단어를 먼저 건져 올린 곡 '도코 도코(Toko Toko)'를 부르며 타인의 속도와 비교하지 않고 오직 자신이 직조한 템포대로 걷자고 청한 태도는 빠름과 느림이라는 서열의 축을 무화했다. 이는 곧 모서리 없는 둥근 세계로 확장됐다.
'동그라미' 무대에서 둥근 조명이 무대 뒤를 꾸미는 등 선율의 고저에 맞춰 유려하게 상승하고 하강하는 조명 장치의 광경은 이날의 또 다른 백미였다. 삶이란 결승점을 향해 돌진하는 활주로가 아니라, 부침을 반복하며 제자리를 보듬는 원환(圓環)의 궤적임을 시각적으로 증명했다.
이날 2시간 동안 6인조 밴드(밴드마스터 문지혁 등), 6인의 현악 편성 등 정교한 앙상블과 함께 23곡을 수놓은 무대의 종착지는 고독의 공적 변환이었다. 한때 스스로를 갉아먹던 "건전하지 않은 외로움"마저 창작자의 책임감으로 다듬어 타인과 소통하는 질료로 전환해 냈다는 고백은 묵직했다.
싱어송라이터 최유리(28)가 지난 3~4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펼친 단독 콘서트 2026 '머무름'은, 물리적 팽창 앞에서도 자신의 내밀한 방을 허물지 않은 채 타인의 곁에 정박한 시간이었다. 소극장과 시어터 위주로 호흡해 온 그가 데뷔 후 처음으로 체육관에 입성하며 택한 표제어가 '도약'이나 '정복'이 아닌 '머무름'이었다는 점부터 온당하고 단단한 선언이었다.
공연은 오프닝 곡 '도약'과 함께 터져 나온 금빛 컨페티로 문을 열었다. 대개의 대형 공연이 규모의 스펙터클을 앞세워 객석을 압도하려 할 때, 무대 위로 흩뿌려진 금빛 조각들은 승전보라기보다 관객 각자의 고단한 어깨 위에 내려앉는 환대의 파편들에 가까웠다. 어깨에 묻은 반짝이를 다정하게 응시하며 "거슬리지 않는다면 그대로 계셔달라"고 건넨 말처럼, 그간 숨죽여야 가닿던 '도서관 같은' 친밀함은 체육관이라는 거대한 체적을 하나의 정밀한 사유의 방으로 바꾸어놓았다.
이 머무름의 심연에는 이름 없는 것들을 향한 온전한 응시가 깃들어 있다. 평범하지만 아련한 삶의 일상을 그러 모은 영상(VCR)에 이어 2부의 시작을 알린 '풀꽃'은 자기 소외의 저점을 통과해 온 자만이 건넬 수 있는 고백이었다. 화려한 꽃 이름을 얻지 못한 채 "그냥 풀꽃이지 뭐"라는 무심한 범주화 속에 놓였던 유년의 기억을 소환하며, 그는 작고 서툴러도 이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생의 가치를 길어 올렸다. 1부의 단정한 흑백에서 2부의 한층 우아한 흑백으로 톤을 이어가되 끝내 요란한 원색으로 전향하지 않은 의상의 결은, 결핍을 억지로 분식하지 않겠다는 그의 태도와 궤를 같이했다.
그의 머무름은 세상이 강요하는 직선의 가속도에 대한 정중한 거절이기도 하다. 자신이 단어를 먼저 건져 올린 곡 '도코 도코(Toko Toko)'를 부르며 타인의 속도와 비교하지 않고 오직 자신이 직조한 템포대로 걷자고 청한 태도는 빠름과 느림이라는 서열의 축을 무화했다. 이는 곧 모서리 없는 둥근 세계로 확장됐다.
'동그라미' 무대에서 둥근 조명이 무대 뒤를 꾸미는 등 선율의 고저에 맞춰 유려하게 상승하고 하강하는 조명 장치의 광경은 이날의 또 다른 백미였다. 삶이란 결승점을 향해 돌진하는 활주로가 아니라, 부침을 반복하며 제자리를 보듬는 원환(圓環)의 궤적임을 시각적으로 증명했다.
이날 2시간 동안 6인조 밴드(밴드마스터 문지혁 등), 6인의 현악 편성 등 정교한 앙상블과 함께 23곡을 수놓은 무대의 종착지는 고독의 공적 변환이었다. 한때 스스로를 갉아먹던 "건전하지 않은 외로움"마저 창작자의 책임감으로 다듬어 타인과 소통하는 질료로 전환해 냈다는 고백은 묵직했다.
![[서울=뉴시스] 최유리. (사진 = 딜라잇 컴퍼니 주식회사 제공) 2026.10.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10/05/NISI20261005_0002255754_web.jpg?rnd=20261005164520)
[서울=뉴시스] 최유리. (사진 = 딜라잇 컴퍼니 주식회사 제공) 2026.10.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잘 지내자, 우리'의 후반부 무대 뒤편에서 쏟아져 나온 역광은 어둠을 단숨에 몰아내는 빛이 아니었다. 이별과 상실 앞에 서 있는 연약한 인간의 실루엣을 그 자체로 하나의 숭고한 풍경으로 비추는 빛이었다.
10대부터 객석을 지킨 최유리의 어머니를 비롯한 50대까지, 관객층의 스펙트럼은 한층 넓어졌다. 스물아홉의 문턱에서 체력적 부침과 첫 체육관 무대에 대한 중압감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도 관객의 눈을 일일이 맞추는 태도는, 스타와 팬의 간극을 넘어 동시대를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들의 연대에 가까웠다. 앙코르곡 '생각을 멈추다 보면'과 마지막 '독백'에 이르기까지, 그는 영원히 앙코르는 두 곡뿐이라는 자신만의 원칙을 지키며 단단한 마침표를 찍었다.
혼자서는 온전히 설명해낼 수 없어 말문이 막히는 그 슬픔의 자리에, 누군가의 좋은 마음이 가닿아 깃들기를 바라는 일. 최유리의 '머무름'은 서두르지 않고 타인의 고통 곁에 정박하려는 마음이자, 부서지기 쉬운 존재들이 서로의 온도를 확인하며 생을 끝내 지속하게 만드는 가장 정확하고 조용한 사랑의 다른 이름이었다.
한편 서울 공연을 성황리에 마친 최유리는 오는 11월 7~8일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 11월14일 대구 엑스코 오디토리움에서 단독 콘서트 '머무름'의 여정을 이어간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10대부터 객석을 지킨 최유리의 어머니를 비롯한 50대까지, 관객층의 스펙트럼은 한층 넓어졌다. 스물아홉의 문턱에서 체력적 부침과 첫 체육관 무대에 대한 중압감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도 관객의 눈을 일일이 맞추는 태도는, 스타와 팬의 간극을 넘어 동시대를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들의 연대에 가까웠다. 앙코르곡 '생각을 멈추다 보면'과 마지막 '독백'에 이르기까지, 그는 영원히 앙코르는 두 곡뿐이라는 자신만의 원칙을 지키며 단단한 마침표를 찍었다.
혼자서는 온전히 설명해낼 수 없어 말문이 막히는 그 슬픔의 자리에, 누군가의 좋은 마음이 가닿아 깃들기를 바라는 일. 최유리의 '머무름'은 서두르지 않고 타인의 고통 곁에 정박하려는 마음이자, 부서지기 쉬운 존재들이 서로의 온도를 확인하며 생을 끝내 지속하게 만드는 가장 정확하고 조용한 사랑의 다른 이름이었다.
한편 서울 공연을 성황리에 마친 최유리는 오는 11월 7~8일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 11월14일 대구 엑스코 오디토리움에서 단독 콘서트 '머무름'의 여정을 이어간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