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양팔 붓고 화상·물집”…이틀째 인공호흡기 치료
美대법원, 처형 이유 ‘합리적 이해’ 못 하면 사형 집행 금지
![[테네시주 녹스빌=AP/뉴시스] 1996년 3월 30일(현지 시간) 미국 테네시주 녹스빌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뒤 눈물을 흘리고 있는 크리스타 게일 파이크의 모습이다. 파이크는 지난달 30일 사형 약물을 두 차례 투여받고도 숨지 않아 형 집행이 중단됐다. 1996.03.30.](https://img1.newsis.com/2026/09/27/NISI20260927_0001615872_web.jpg?rnd=20260927130040)
[테네시주 녹스빌=AP/뉴시스] 1996년 3월 30일(현지 시간) 미국 테네시주 녹스빌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뒤 눈물을 흘리고 있는 크리스타 게일 파이크의 모습이다. 파이크는 지난달 30일 사형 약물을 두 차례 투여받고도 숨지 않아 형 집행이 중단됐다. 1996.03.30.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미국 테네시주에서 사형집행용 약물인 펜토바르비탈을 두 차례 투여받고도 살아남은 사형수가 이틀째 의식불명 상태로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다. 향후 인지 기능의 회복 여부에 따라 테네시주가 이 사형수에게 다시 사형을 집행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법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사형수 크리스타 파이크(50)의 변호인들이 이날 내슈빌이 속한 데이비슨카운티 법원에 제출한 서류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파이크는 1일 저녁까지 위중한 상태였으며 의식을 찾지 못하고 인공호흡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파이크는 지난달 30일 저녁 사형 집행 과정에서 테네시주의 약물주사 방식에 사용되는 펜토바르비탈을 두 차례 투여받았지만 숨지지 않았다. 파이크는 1995년 동급생 콜린 슬레머를 살해한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파이크의 변호인들은 병원 도착 당시 양팔이 심하게 부어 있었고 화상과 물집이 생긴 상태였다고 밝혔다. 병원 의료진은 파이크의 생명을 유지하면서 체내 펜토바르비탈의 영향을 줄이고 양팔의 심각한 부상을 치료하고 있다고 변호인단은 전했다.
변호인단은 사형 집행과 관련된 증거를 보존하도록 교정당국에 명령해 달라는 긴급 신청도 법원에 냈다. 이들은 집행 과정에서 “무능하고 무모한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집행팀의 교육·고용 기록, 사용된 의료장비, 생물학적·화학적 잔류물에 관한 자료 등의 보존을 요구했다. 테네시주 교정국은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논평을 거부했다.
변호인단은 빌 리 테네시 주지사에게 파이크의 사형을 종신형으로 감형해 달라고 요청했다. 리 주지사는 집행 과정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조사하도록 지시하고 당분간 사형 집행을 중단했다.
반면 오는 11월 주지사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마샤 블랙번 연방 상원의원은 파이크를 다시 처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블랙번 의원은 희생자 슬레머의 가족이 “신속한 정의”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파이크의 변호인들은 아직 파이크를 직접 만나지 못했다며 법원에 접견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파이크는 그동안 자신의 소송 전략과 변호인단과의 의사소통에 적극적으로 관여해 왔다. 연방 국선변호인단의 스티븐 페럴 변호사는 파이크가 충분히 회복한다면 앞으로의 소송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법적 쟁점은 크게 두 갈래다. 실패한 사형 집행을 다시 시도하는 것 자체가 헌법에 어긋나는지, 또 이번 집행으로 파이크의 인지 능력이 크게 손상됐다면 그 상태에서 사형을 집행할 수 있는지가 각각 문제가 된다.
실패한 사형을 다시 집행하는 것이 미국 헌법상 언제나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연방대법원은 1947년 ‘프랜시스 대 레스웨버’ 사건에서 전기의자의 기계적 고장으로 첫 사형 집행이 실패한 뒤 두 번째 집행을 허용했다. 다만 당시 판단은 첫 실패를 예견할 수 없는 사고로 본 데 기초했다.
연방대법원은 사형수의 정신적·인지적 상태에 대해서도 별도의 기준을 세워왔다. 2002년에는 지적장애인에 대한 사형 집행을 금지했고, 이후 판례에서는 사형수가 국가가 자신을 왜 처형하려 하는지를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사형을 집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치매 등 다른 인지장애로 이런 이해 능력을 잃은 경우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는 판단도 나왔다.
코넬대 사형제도 프로젝트를 이끄는 존 블룸 법학 교수는 파이크에게 상당한 뇌 손상이 생겨 인지 능력이 크게 떨어졌다면 이 대법원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파이크가 실제 뇌 손상을 입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애머스트대 오스틴 새럿 법학 교수는 파이크 사건을 “전례가 거의 없는 영역”이라고 표현했다. 밴더빌트대 형사사법프로그램 책임자인 크리스토퍼 슬로보긴 교수도 사형수가 자신이 죽게 된다는 사실과 국가가 살인죄에 대한 형벌로 자신을 처형한다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사형을 집행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파이크 사건에서는 첫 집행 과정 자체가 헌법상 허용될 수 없는 고통을 줬는지와, 향후 파이크가 처형 이유를 합리적으로 이해할 인지 능력을 유지하고 있는지가 별개의 쟁점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파이크를 치료하는 의료진에게도 쉽지 않은 윤리적 상황이 됐다. 지금은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 의료진의 임무지만 파이크가 회복하면 테네시주가 다시 사형 집행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존스홉킨스대 버먼 생명윤리연구소의 제프리 칸 소장은 의료진이 어려운 도덕적 상황에 놓였지만 “눈앞에 있는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는 점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테네시주=AP/뉴시스] 지난 2023년 1월 12일(현지 시간) 촬영된 크리스타 게일 파이크의 모습이다. 파이크는 지난달 30일 사형 약물을 두 차례 투여받고도 숨지 않아 형 집행이 중단됐다. 2023.01.12.](https://img1.newsis.com/2026/09/30/NISI20260930_0001625242_web.jpg?rnd=20260930034047)
[테네시주=AP/뉴시스] 지난 2023년 1월 12일(현지 시간) 촬영된 크리스타 게일 파이크의 모습이다. 파이크는 지난달 30일 사형 약물을 두 차례 투여받고도 숨지 않아 형 집행이 중단됐다. 2023.0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