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육영수 이름 딴 정수직업훈련원…韓 기술노동↑

기사등록 2026/10/05 07:00:00

최종수정 2026/10/05 07:34:23

구글에서 선호하는 매체로 추가

국가, 직업훈련사업 등 통해 기술노동 장려

공업사회로 전환 초점…이상과 현실의 차이

승진 차별 등에 학벌사회 강화로 이어지기도

[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 ◇
[서울=뉴시스] 정수직업훈련원졸업식 (사진=국가기록원 제공) 2026.10.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정수직업훈련원졸업식 (사진=국가기록원 제공) 2026.10.0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정수직업훈련원은 육영수 여사가 세운 훈련소로 특별히 애정을 가지고 운영했어요. 미국 지원을 받아 만들었는데 상당히 흥미로운 공간이죠. 그때 파다했던 소문은 '가난해야 뽑힌다'였어요."

"일반 공업계고등학교에 비하면 훈련 기간은 짧은데 실습 시간은 같아요. 하드 트레이닝을 시키는 공간인데 다 공짜였어요. 기숙사도, 밥도. 직업훈련이 돈 많이 드는 사업이거든요."

장미현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일본군 '위안부' 문제연구소 아카이브 팀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당신의 기술노동은 존중받고 있습니까? - 산업화 시기, 기술노동을 통해 살펴보는 한국 사회(1950~80년대)'를 주제로 강연하며 이렇게 말했다. 당시 대통령까지 나섰던 이유가 뭘까.
[서울=뉴시스] 박정희 대통령 정수직업훈련원 시찰 (사진=국가기록원 제공) 2026.10.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정희 대통령 정수직업훈련원 시찰 (사진=국가기록원 제공) 2026.10.0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여기서 기술노동은 특히 제조업에서 기계와 함께 특정한 지식과 숙련 과정이 필요한 노동을 일컫는다.

정수직업훈련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세운 기술학교로, 박 전 대통령의 '정'과 육 여사의 '수'를 따서 '정수'라는 이름을 지었다.

현 한국폴리텍대학의 모태이기도 한 정수직업훈련원은 우리나라가 농업 사회에서 공업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정부가 정책을 통해 어떻게 기술인력을 공급했는지를 보여주는 한 사례다.

당시 사회는 '기능우대사회'를 목표로 직업훈련사업과 기능경기대회, 국가기술자격제도를 동시에 추진했다. '기능을 배우면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기술노동을 배우고 뽐내고 인정받을 공식적 체계를 갖춘 셈이다.

이는 사회적 요구와 그에 대한 응답이기도 했다. 1966년 제1회 전국기능경기대회 목형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유성근씨가 금성통신 직업훈련소 회보 '코오노'에 남긴 글을 보면 기능직에 대한 천대와 그로 인해 느끼는 서러움이 담겨있다.

"기능인을 우대하겠다는 약속을 국가가 공론화한 시대이고, 이때 청소년 기능직 노동자는 기능인을 우대하겠다는 약속을 처음으로 믿은 세대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20년이 지난 1987년 대우조선 노동자들은 노동자 대투쟁에 나서며 '세상은 살기 좋아진다고 믿는데, 기능인들은 그렇지 않다'는 목소리를 낸다. 1966~1987년 사이 기대한 만큼 보상 받거나 처우가 개선되지 않았기에 터져 나온 불만으로 볼 수 있다.
[서울=뉴시스] 제4회 전국기능올림픽 경기실황 모습 (사진=국가기록원 제공) 2026.10.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제4회 전국기능올림픽 경기실황 모습 (사진=국가기록원 제공) 2026.10.0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오늘날처럼 당시에도 직업을 고를 때 학력, 경제력 등 개인이 가진 자본과 함께 정책 등 사회적 자본의 영향도 받는다. 곧 어떤 직업이 유행하는 건 사회가 어떤 노동에 가치를 더 두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물론 인적자본 형성 과정 역시 사회적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산업화 시기는 성공적인 경제개발계획을 위한 노동력 공급과 실업률 감소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기능직을 장려한 배경이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에게 환영대회를 열어준 것처럼 당시 기능경기대회를 운영하면서 사회적 상승을 전시하는 무대로 활용했죠."

기능장려 정책은 국가적 사업으로 거듭난다. 당시 정수직업훈련원을 다닌 이들은 지역 파출소장이 추천서를 써주고, 중학교 선생님이 권유해 들어갔다고 한다. 추천하는 이나 추천받는 이 모두 일종의 신분 상승 '기회'로 여겼던 셈이다. 다만 이상과 달리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장 팀장은 제도가 오래 유지 되지 못한 것, 기능경기대회 수상 특혜가 대학 진학과 긴밀히 연결된 것 등에서 '탈출'이 발생했다고 그 한계를 짚었다.

[서울=뉴시스] 국제기능올림픽선수단 접견 메달 수여 (사진=국가기록원 제공) 2026.10.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국제기능올림픽선수단 접견 메달 수여 (사진=국가기록원 제공) 2026.10.0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문제는 당시 노동자의 권리를 말할 노동조합은 약한 상태였으며, 사실상 정부가 기업에 정책을 강요하기도 힘들다는 점이었다.

박정희 정권 노동정책은 교육과 노동 사이, 다르게 말하면 학생이 노동자가 되는 과정에서 국가가 나서 새로운 질서를 만든 시도로 볼 수 있지만, 기능직에서 기술직으로 탈출을 부추기는 경향을 만들고 학벌주의나 여성 차별을 강화하는 기폭제가 됐다.

결국 학생들의 미래에 기댄 기술 장려 정책이 산업 전환을 이뤄내는 데는 역할을 했지만, 당사자들은 국가가 나서서 권한 것에 비하면 미미한 보상으로 자신들이 이용당했다고 느끼게 된 것이다.

결정적으로 정책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거나 도입하던 시기에는 드러나지 않던 직군간 차별이 직장 내에서 강해지는 시대적 배경을 간과헸다. 하지만 공과 한 쪽만 부각하기도 힘들다.

"10년 전 구술연구를 할 때는 노동자로서 이들이 가진 희열이나 자부심, 보람이나 기쁨을 느끼지 못했어요. 열악하고 힘든 시기들이 불필요하다고만 생각하기는 힘든 거죠. 의미와 한계를 정확히 짚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한수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은 강연에 앞서 "산업화 태동기부터 1980년대까지 우리나라에서 흔히 말하는 고도성장 뒤에 그런 성취를 실제로 해낸 사람들이 있다"며 "꼭 잊지 않아야 하는 여러 역사적 장면을 쉽게 넘기지 않는 박물관이 되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UNDP와 ILO의 도움을 받아 한국 정부가 서울 군산동에 설립한 국립직업훈련원 모습 (사진=국가기록원 제공) 2026.10.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UNDP와 ILO의 도움을 받아 한국 정부가 서울 군산동에 설립한 국립직업훈련원 모습 (사진=국가기록원 제공) 2026.10.0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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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육영수 이름 딴 정수직업훈련원…韓 기술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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