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 순유출 월평균 50% 증가…20·30대 절반 넘어
동탄·광명 등 경기 핵심지 집값 급등…전용 84㎡ 20억대
서울 접근성 좋은 지역에 수요 집중…상승세 당분간 지속
![[성남=뉴시스] 이영환 기자 = 7일 경기 성남시 불곡산에서 분당구 일대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2026.09.07. 20hwan@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9/07/NISI20260907_0021426670_web.jpg?rnd=20260907132711)
[성남=뉴시스] 이영환 기자 = 7일 경기 성남시 불곡산에서 분당구 일대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2026.09.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출퇴근 시간까지 감수했는데, 생각했던 만큼 집값이 싸지도 않아요."
지난 1일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비산동 한화꿈에그린 아파트 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를 찾은 장모(37)씨는 매물 가격표를 한참 들여다보다가 이같이 말했다. 서울 아파트값을 감당하기 어려워 경기도로 눈을 돌렸지만, 서울과 가까운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면서 선택지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이다.
장씨는 서울 직장에 다니면서 출퇴근 시간을 감수하더라도 주거비를 낮추기 위해 경기 지역으로 이사를 결정했다. 하지만 서울을 벗어나면 집값 부담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역세권이나 신축 아파트 등 선호 주거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고민이 커졌다.
장씨가 찾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예전에는 서울에서 예산이 맞지 않는 사람들이 경기도로 넘어오면 선택할 수 있는 아파트가 꽤 있었는데, 최근에는 경기 주요 지역도 가격이 많이 올라 문의하는 손님들이 다시 예산을 맞추느라 고생한다"며 "서울을 떠났다고 해서 집값 걱정이 끝나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전했다.
서울의 집값과 전월세 부담을 피해 경기도로 향하는 '탈서울' 행렬이 빨라지고 있다. 서울에서 경기도로 전입한 뒤 다시 서울로 돌아오지 않는 순유출 인구가 1년 새 월평균 50% 가까이 급증했다.
하지만 서울과 가까운 경기 주요 지역의 집값도 덩달아 오르면서 서울을 떠나도 주거비 부담을 크게 덜지 못하는 모습이다. 서울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 핵심 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이른바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 아파트까지 20억원을 넘어서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이 행정안전부에서 제출받은 ‘서울 거주자의 경기도 인구 이동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서 경기로 이동한 인구 가운데 순유출 비중은 2025년 상반기 12.6%에서 하반기 17.2%로 높아졌다. 올해 1~8월에는 17.7%까지 상승했다.
실제 서울에서 경기로 이동한 뒤 서울로 돌아오지 않은 순유출 인구는 2025년 상반기 1만7907명에서 하반기 2만3474명으로 증가했다. 올해 1~8월에는 3만5809명으로 지난해 하반기보다도 크게 늘었다.
월평균 순유출 인구도 꾸준히 증가했다. 2025년 상반기 2985명에서 하반기 3912명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 1~8월에는 4476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월평균 순유출 규모가 약 50% 증가한 셈이다.
특히 20·30대 청년층의 경기 이동이 두드러졌다. 올해 1~8월 서울에서 경기로 이동한 20대는 4만3332명, 30대는 5만5392명으로 두 연령대를 합치면 9만8724명에 달했다. 전체 이동 인구의 54.9%를 차지했다.
30대의 이동 비중은 2024년 29.8%에서 2025년 29.5%로 소폭 낮아졌지만 올해 1~8월에는 30.8%로 다시 상승했다. 서울에서 주택을 마련하기 어려운 30대를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경기 지역을 찾는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과 경기 간 인구 이동은 서울 인접 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주요 이동 경로를 보면 은평구에서 고양시로 이동한 인구가 3만7094명으로 가장 많았다. 송파구→하남시가 2만5443명으로 뒤를 이었고, 강동구→하남시 2만3526명, 송파구→성남시 2만3246명, 강서구→김포시 2만1245명 등의 순이었다.
이밖에 강남구→성남시 1만8301명, 노원구→의정부시 1만7476명, 중랑구→남양주시 1만6037명, 마포구→고양시 1만5826명, 강서구→고양시 1만5417명 등이 주요 이동 경로로 집계됐다.
경기도로 빠져나간 수요가 오히려 경기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서울 인접 지역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리면서 전용 84㎡ 아파트까지 20억원대에 진입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올해 들어 수도권에서 전용 84㎡ 아파트 최고 거래가격이 20억원을 넘어선 지역은 21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6곳에서 5곳 늘어난 수치다. 서울 성북구와 동대문구뿐만 아니라 경기 화성 동탄구, 수원 영통구, 성남 수정구 등이 새롭게 20억원대에 합류했다.
특히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전용 84㎡ 아파트에서도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전용 84㎡는 대형 고가 아파트와 달리 자녀를 둔 가구 등 일반적인 실수요층이 선호하는 면적이다. 서울의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나타나던 가격 상승세가 수도권의 대표적인 실수요 면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의미다.
경기에서는 이미 20억원을 훌쩍 넘긴 거래도 나왔다. 동탄역롯데캐슬 전용 84㎡는 지난 6월 22억25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4월 기록한 종전 최고가 18억4700만원보다 3억7800만원 오른 것으로, 불과 두 달 만에 20.5% 상승했다.
광명도 비슷한 흐름이다. 지난해 5월 입주를 시작한 철산자이더헤리티지 전용 84㎡A 입주권은 지난 7월 19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현재 시장에서 형성된 호가는 20억5000만~21억원 수준이다.
서울의 높은 주거비를 피해 경기로 이동하는 인구가 늘고 있지만, 서울과 가까운 경기 주요 지역의 주택가격 역시 상승하면서 ‘탈서울’이 곧바로 주거비 부담 완화로 이어지지는 않는 모습이다. 서울을 벗어나면 집값 부담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교통과 생활권이 갖춰진 경기 주요 지역에는 서울발 수요가 유입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의 높은 집값과 임대료로 밀려난 수요가 서울 접근성이 좋은 경기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집값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서울 집값과 전월세 가격이 오른 데다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실수요자들이 경기·인천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과거보다 서울 집값 상승세가 수도권 핵심 지역으로 빠르게 번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반도체 기업 임직원의 구매력이 실제 주택시장으로 유입되면 동탄·화성·용인 등 경기 남부 집값의 추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다만 높은 집값과 대출 규제를 고려하면 실제 거래 증가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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