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시작된 '안트로폴리스' 5부작 프로젝트
올해 '오이디푸스''이오카스테''안티고네/에필로그' 선봬
"고전과 신화에는 인간, 역사에 대한 뿌리 있어"
![[서울=뉴시스] 30일 서울 중구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는 '안트로폴리스'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사진은 임일진(왼쪽부터) 무대미술가, 정영두 연출, 서지혜 연출, 강량원 연출, 박정희 예술감독(사진 =국립극단 제공) 2026.09.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9/30/NISI20260930_0002252040_web.jpg?rnd=20260930141915)
[서울=뉴시스] 30일 서울 중구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는 '안트로폴리스'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사진은 임일진(왼쪽부터) 무대미술가, 정영두 연출, 서지혜 연출, 강량원 연출, 박정희 예술감독(사진 =국립극단 제공) 2026.09.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전쟁과 폭력으로 파국을 맞은 수천년 전 신화는 지금 우리에게 무엇을 말할까. 고대 그리스 비극을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한 국립극단의 연극 '안트로폴리스' 시리즈가 후반부 여정을 시작했다.
30일 서울 중구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는 '안트로폴리스'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독일 극작가 롤란트 쉼멜페니히의 '안트로폴리스'는 고대 그리스 신화의 비극을 탐구한 작품으로 5부작으로 구성됐다.
국립극단은 지난해 1~2부인 '프롤로그/디오니소스'와 '라이오스'를 선보였다. 올해는 지난 24일 개막한 '오이디푸스'(~10월 18일)에 이어 '이오카스테'(10월 28일~11월 21일), '안티고네/에필로그'(12월 2~26일)를 무대에 올려 '안트로폴리스' 5부작을 완성한다.
박정희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은 "쉼멜페니히는 신화를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동시대에서 바로 발현할 수 있는 글쓰기를 하는 작가"라며 "서양의 고전 신화를 동시대적으로 어떻게 구현하는지, 동시대적인 질문은 무엇인지 보려고 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독일 초연에서는 한 명의 연출가가 5부작 전체를 맡아 3일에 걸쳐 작품을 몰아보는 마라톤 공연을 선보여 주목받기도 했다.
국립극단은 이와 달리 5명의 연출가가 한 작품씩 맡는 방식을 택했다.
강량원 연출은 "국립극단이 자신의 연출 언어를 비교적 분명하게 갖고 있는 연출가와 작업하는 건 변곡점에 있는 한국 연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모색해 달라는 요청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오이디푸스'를 이끌고 있는 그는 건장하고 결함 없는 완벽한 오이디푸스가 아닌 장애인이자 이주민으로 편견과 차별을 견뎌온 오이디푸스를 제시했다.
강 연출은 "수치와 상처로 가득 찬 사람의 몸을 무대에 세우고 싶었다"며 "그 몸을 통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어려움과 재난을 어떻게 견디며 살아갈 것인지 묻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간 중심의 세계관이 지금 우리가 겪는 재난을 만든 것은 아닌가 싶었다"며 "(개, 염소, 독수리 등) 인간이 아닌 존재의 몸과 관점으로 지금 현재의 인간을 들여다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4부 '이오카스테'는 오이디푸스의 어머니이자 아내인 이오카스테를 내세워 반복되는 폭력과 전쟁에 주목한다.
서지혜 연출은 "희곡을 읽고 왜 작가가 테베 가문의 파국을 5부작에 걸쳐 썼는지를 고민했다"며 "피와 폭력에서 발생한 문명은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는 이상 현대에도 비극이 계속해서 초래할 것이라는 강력한 경고로 읽었다"고 짚었다.
극 중 이오카스테는 전쟁을 막기 위해 두 아들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인다. 서 연출은 "작가가 이오카스테를 통해 비극을 반복하는 인간들에게 다시 기회를 주고, 사라진 인간성과 윤리에 대해 묻고자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무대에는 오늘날 우리가 전쟁을 접하는 풍경도 겹쳐진다. 서 연출은 "TV만 틀면 나오는 전쟁 속보와 사망자 숫자에 점차 무감해지는 상황이 왔다"며 "고대 그리스 비극의 재연뿐 아니라 현재 우리가 보는 장면을 중첩시키고 싶었다"고 했다.
큰 아들 에테오클레스가 전쟁을 선포하는 장면은 프레스룸에서의 대국민 선언으로, 둘째 아들 폴리네이케스가 전쟁 의사를 밝히는 장면은 취재진 앞에서의 입장 발표로 표현된다.
2년에 걸쳐 달려온 무대는 '안티고네/에필로그'로 마무리된다.
연출을 맡은 정영두는 "나의 신념과 다른 신념이 부딪힐 때 그걸 풀어가는 인간의 지혜는 어디서 오는지, 신념을 옳고 그름으로 나눌 수 있는지, 인간이 그런 존재인가를 작품을 통해 들여다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무용가이자 안무가로도 활동해온 정 연출은 "(국립극단에서) 말이 아닌 움직임으로 접근하는 '안티고네'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것 같다"면서 "말과 메시지에 익숙해지면 설득되기 쉽다. 하지만 스스로 시간을 들여 형태나 모양을 나의 언어로 해석하면 더 구체화되는 게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30일 서울 중구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는 '안트로폴리스'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사진은 임일진(왼쪽부터) 무대미술가, 정영두 연출, 서지혜 연출, 강량원 연출, 박정희 예술감독(사진 =국립극단 제공) 2026.09.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9/30/NISI20260930_0002252043_web.jpg?rnd=20260930142016)
[서울=뉴시스] 30일 서울 중구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는 '안트로폴리스'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사진은 임일진(왼쪽부터) 무대미술가, 정영두 연출, 서지혜 연출, 강량원 연출, 박정희 예술감독(사진 =국립극단 제공) 2026.09.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5명의 연출이 합류한 것과 달리 5부작의 무대미술은 모두 임일진 무대디자이너가 책임진다.
임 무대디자이너는 "각 작품 연출가의 색깔이 워낙 다른 만큼 그 개성을 어떻게 살릴지가 중요했다"며 "하나하나 떼어내도 각각의 작품으로 선명한 색깔을 가지면서 큰 덩어리 안에서 연결점이 확실히 보이게 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수천 년 전부터 전해 내려온 신화는 오늘날에도 관객의 마음을 끌고 있다. '안트로폴리스' 3~5부 세 작품을 묶은 선예매 패키지 300세트는 일주일 만에 완판됐다.
박정희 단장은 최근 열풍을 일으킨 영화 '오디세이'를 언급하며 "고전과 신화에는 인간의 뿌리, 역사의 뿌리가 있다. 우리가 왜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있다"며 "이 때문에 '안트로폴리스' 5부작도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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