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금융증권부 조현아. (사진=뉴시스 DB).](https://img1.newsis.com/2026/02/06/NISI20260206_0002057766_web.jpg?rnd=20260206135245)
[서울=뉴시스]금융증권부 조현아. (사진=뉴시스 DB).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올해 금융권 인사에서 가장 의외의 장면을 꼽는다면 단연 KB금융의 회장 교체다. 차기 회장 후보로 이재근 KB금융 부문장이 낙점되면서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양종희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것이다. 올해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까지 연임에 성공한 상황에서 현직 회장의 교체는 금융권에 적잖은 파장을 던졌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내세운 이유는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였다. 금융권에서는 현직 회장의 연임이 당연한 수순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이사회의 이번 선택에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한 차례의 이례적인 인선으로 이사회의 독립성이 충분히 확보됐다고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적어도 현직 회장의 연임이 당연시되던 관행에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는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더욱이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연임에 따른 이사회의 '참호 구축'을 문제 삼고, 3연임을 제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던 상황에서 이사회가 스스로 교체를 선택했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러나 정작 금융당국이 올해 초부터 예고한 지배구조의 '새로운 룰'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 초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고 이사회 독립성과 CEO 승계 절차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 전에 나올 예정이던 지배구조 개선안은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감감무소식이다.
그 사이 금융회사 CEO 인선을 둘러싼 당국의 압박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자회사 CEO 선임을 앞둔 금융지주 회장들을 만나 특정 계파나 친소관계가 아닌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능력에 기반한 적임자를 선별해달라고 주문했다. 당국의 메시지가 구체화되자 금융권도 민첩하게 움직였다. 각 금융지주는 잇따라 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후보 추천권을 부여하는 등 승계 구조 손질에 나섰다.
승계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방향 자체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명확한 기준 없이 감독의 잣대부터 엄격해지면 금융사 입장에서는 승계 절차의 어떤 부분을, 어느 수준까지 보완해야 눈높이를 충족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일관된 기준에 따라 자율적인 승계 시스템을 구축하기보다 그때그때 나오는 당국의 메시지와 기류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KB금융 회장 교체를 두고 일각에서 이사회가 당국의 기류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사회의 선택을 두고 여러 상반된 해석이 뒤따르는 것 자체가 금융권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KB금융에서 나타난 변화가 금융권 지배구조의 진전으로 남을지, 또 다른 인사철의 한 장면으로 끝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누가 연임하냐, 교체되느냐가 아니라 독립적인 이사회가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CEO를 선택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공정한 인선이 이뤄지려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원칙과 기준부터 명확히 세우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금융권 지배구조 개혁이 아직 미완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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