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대신 주면 끝?…"'안 준 사람'에게 받아내야"[낮아진 양육비 문턱③]

기사등록 2026/09/30 07:01:00

최종수정 2026/09/30 07: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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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지급금 회수율 12.9%…국세청 등 연계해 강제징수 강화

근본 해결책은 양육비 이행…안 줘도 강제집행은 '하세월'

감치절차 6개월 만에 2000만원 받아…"강력한 규범 필요"

스페인 2개월 미지급도 처벌·미국은 급여서 직접 공제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해 7월 1일 서울 중구 양육비이행관리원 양육비선지급부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5.07.01.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해 7월 1일 서울 중구 양육비이행관리원 양육비선지급부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5.07.0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고홍주 염지윤 수습 기자 = 양육비를 받지 못한 미성년 자녀에게 국가가 먼저 돈을 지급하는 양육비 선지급제가 확대되고 있지만, 선지급금을 실제 양육비 채무자에게 돌려받은 비율은 아직 10%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의 양육 공백을 메우는 사회적 안전망과 별도로 양육비를 지급할 책임이 있는 비양육부모에게 실제 이행을 끌어내는 것이 근본적인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성평등가족부와 양육비이행관리원(이행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양육비 선지급제 시행 이후 현재까지 지급된 선지급금 중 양육비 채무자로부터 회수한 금액은 전체의 12.94%다. 건수 기준 회수율도 21.46%에 그쳤다.

정부도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채무자의 소득·재산을 조사해 국세 강제징수 방식으로 회수하고, 금융결제원·건강보험공단·국세청 등과 연계한 회수시스템을 구축했다. 회수인력도 8명 늘렸다.

다음 달 소득기준 폐지로 선지급 대상이 확대되면서 지급 규모도 커질 수 있는 만큼 회수 실효성 역시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감치명령 받아도 집행까지 '하세월'…"끝까지 받아낸다는 규범 만들어야"

현행법상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비양육부모를 상대로 이행명령과 감치명령은 물론 운전면허 정지, 출국금지, 명단공개와 형사처벌까지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법에 마련된 수단일 뿐, 현실은 간단하지 않다.

형사처벌은 법원의 감치명령을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1년 안에 양육비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야 가능하다. 처벌 수위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그친다. 양육비 채권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이기도 하다.

특히 감치명령이 내려져도 실제 집행과 양육비 지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있다.

뉴시스가 만난 B(42)씨가 전형적인 예다. B씨는 지난 2022년 이혼 당시 전 배우자로부터 자녀 1명당 월 20만원씩 4명 몫의 양육비 80만원을 받기로 했지만 단 한 번도 이를 받지 못했다. 미지급 양육비는 약 2800만원까지 쌓였다.

이행원의 도움으로 법적 절차에 나선 B씨는 올해 3월께부터 감치 절차를 진행했다. 하지만 전 배우자가 붙잡히지 않으면서 약 6개월간 실제 집행이 이뤄지지 않았고, 최근에서야 감치가 이뤄졌다. 그러자 전 배우자 측은 미지급 양육비 중 20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B씨는 "감치명령이 나왔다고 해도 잡히질 않으니 법이 대체 무슨 소용이 있나 싶었다"고 말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은 현재의 제재 수준만으로는 양육비 이행을 높이기 어렵다고 봤다.

허 연구관은 "우선 처벌이 약하다"며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사람들을 끝까지 추적해서 받아낸다는 규범이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는 제도 개선에 나섰다. 형사처벌을 현행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높이고, 감치명령 후 처벌까지의 기간도 1년에서 6개월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선지급금 회수는 국세청 체납관리단과 공조해 납부 독려와 체납정보 연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해 7월 1일 서울 중구 양육비이행관리원 양육비선지급부에 양육비 선지급 신청서가 놓여있다. 2025.07.01.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해 7월 1일 서울 중구 양육비이행관리원 양육비선지급부에 양육비 선지급 신청서가 놓여있다. 2025.07.01. [email protected]

다만 제재를 강화하더라도 실제 채무자의 지급 능력을 파악하고 숨긴 재산이나 소득을 찾아내는 데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지급 능력이 있으면서 고의로 주지 않는 경우와 실제 경제적 사정으로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도 문제다.

해외는 형사제재·급여공제…"소득 추적해 이행시켜야"

해외에서는 양육비 미지급에 강력한 형사제재를 하는 한편, 국가가 채무자의 소득이나 재산에서 직접 양육비를 징수하는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법제처 세계법제정보센터에 따르면 스페인은 법원 결정이나 법적으로 승인된 합의에 따른 양육비를 연속 2개월 또는 통산 4개월 지급하지 않으면 3개월 이상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독일은 고의로 부양의무를 회피해 자녀의 생계를 위태롭게 한 경우 최대 3년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다. 국가가 양육비를 선지급하면 해당 금액 범위에서 자녀의 양육비 청구권이 국가로 이전되고, 관할기관이 비양육부모를 상대로 구상권 청구와 강제집행에 나선다.

미국은 양육비 채무자의 급여에서 양육비를 공제해 주정부 기관이 징수한 뒤 채권자에게 지급한다. 주정부 단계에서도 미납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연방 재무부가 국세법에 따라 체납액을 징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단순히 처벌 수위를 높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채무자의 실제 지급 능력을 확인하고, 소득·재산을 지속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조사·징수체계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허 연구관은 "한부모는 생계부양자이면서 단독 돌봄자인데 2년씩 걸리는 소송을 계속하기 어렵다"며 "이행원에 국세청 수준의 권한을 줘 미지급 사실이 확인되면 행정절차로 바로 추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권한 강화에 앞서 채무자의 실제 지급 능력을 면밀하게 확인할 수 있는 조사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양육비를 고의로 안 주는지, 형편이 안 돼서 못 주는지를 제대로 조사한다는 게 전제가 된다면 처벌을 강화해도 된다"며 "이를 운영할 인력 구조나 전달체계가 돼 있는지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독일의 경우 기초지자체 단위에서 양육비 선지급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상담과 조사까지 한다"며 "우리도 광역 단위에 담당 공무원을 두거나 이행원 지방사무소를 설치하는 등 전달체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후 처벌에 앞서 채무자의 경제활동과 소득을 지속적으로 추적해 양육비 미지급 자체를 줄이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봤다.

최 연구위원은 "사후적으로 처벌하거나 제재하는 것보다 경제활동을 계속 추적해서 양육비를 이행하도록 만드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양육비 이행과 선지급금 환수 업무를 국세청에 위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전에 양육비 지급을 이행하도록 하지 않으면 선지급제를 통해 나가는 정부 예산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사후 환수가 잘 안 될 경우 정부 재정과도 관계가 된다"며 "사전적으로 양육비를 이행하도록 하는 것뿐 아니라 사후 환수도 국세청에 위탁할 필요성이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취업 후 학자금의 경우 취업을 하는 순간 소득이 발생하면 국세청은 이를 알 수 있다"며 "이처럼 본인이 스스로 납부하도록 하되, 그래도 이행하지 않으면 급여에서 원천징수하는 방식으로 강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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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대신 주면 끝?…"'안 준 사람'에게 받아내야"[낮아진 양육비 문턱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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