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갈등·사업구조 복잡화…조합 전문성 요구 커져
사업성 검토부터 시공사 선정·관리처분까지 법정 업무
설계·시공·감정평가 아우르는 조합 측 'PM' 역할 부각
![[서울=뉴시스]도봉구 창동주공4단지아파트 전경. 2024.04.23. (사진=도봉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4/04/23/NISI20240423_0001533553_web.jpg?rnd=20240423151948)
[서울=뉴시스]도봉구 창동주공4단지아파트 전경. 2024.04.23. (사진=도봉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조합설립과 동의서 징구, 총회 준비, 인허가 서류 작성 등 행정 절차를 지원하는 역할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공사비와 설계, 권리배분 등 사업 전반을 관리할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어서다.
공사비 상승으로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이 빈번해지고 사업 구조가 갈수록 복잡해지면서 조합 자체 역량만으로 사업을 끌고 가기 어려워졌다는 게 정비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설계 변경이 공사비를 바꾸고, 공사비 증가는 다시 조합원 분담금과 권리배분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개별 용역을 따로 관리하는 방식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비사업전문관리업은 단순한 행정대행을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가 아니다. 도시정비법에 따라 정비업체는 사업성 검토를 비롯해 사업시행계획 작성, 설계자·시공자 선정 지원, 사업시행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지원 등 사업 전반에 걸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설계도서와 공사비 변동 내역 검토 역시 법정 업무에 포함된다. 조합이 설계와 공사비를 전문적으로 검토하기 어려운 만큼 정비업체가 사업 과정에서 조합을 보좌하도록 제도적 틀이 갖춰졌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정비업체의 역할이 제도 취지만큼 크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비업체 간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용역비가 낮아지고, 동의서 징구와 총회 준비, 인허가 서류 작성 등 절차적인 업무에 역량이 집중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자금력과 기술력을 갖춘 대형 건설사가 사업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면서 정비업체가 사업 전반을 조율하기도 쉽지 않았다.
최근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정비업체의 역할도 단순한 행정 지원에서 사업관리로 확대되고 있다.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크게 오르면서 시공사의 증액 요구가 조합원 추가분담금과 사업 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실제 분양가 상승세도 가파르다.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당 1500만원을 넘어섰다. 수도권 분양가가 ㎡당 1500만원을 돌파한 것은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21년 이후 처음이다. 서울 분양가 상승세가 두드러지면서 수도권 전체 분양가를 끌어올렸다.
리얼하우스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수도권 평균 분양가는 ㎡당 1505만원으로 전월(1487만원)보다 1.23% 상승했다. 1년 전(1252만원)과 비교하면 20.16% 올랐다.
수도권 분양가가 오르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 4월 ㎡당 1400만원을 처음 넘어선 뒤 불과 4개월 만에 1500만원선을 돌파했다. ㎡당 1200만원을 넘어선 2024년 10월 이후 1300만원을 돌파하기까지 13개월이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상승 구간이 크게 단축됐다.
서울의 상승세가 가장 가팔랐다. 서울 평균 분양가는 ㎡당 2468만원으로 전월보다 1.89% 올라 역대 최고치를 다시 썼다. 전년 동월(2007만원) 대비로는 22.98% 상승했다.
이에 따라 조합 입장에서는 시공사가 제시한 공사비를 검토하고 적정성을 검증하는 것뿐만 아니라 계약 단계부터 증액 가능성을 관리할 필요성이 커졌다.
공사비 관리는 시공사 선정 이후에만 시작되는 문제가 아니다. 최초 공사 범위와 계약 조건, 물가변동 기준을 정하고 설계 변경이나 물량 증가, 자재 변경 등이 발생할 때마다 비용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야 한다. 사업 초기부터 설계와 공사비를 함께 들여다볼 조합 측 전문조직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설계 역시 사업관리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에는 시공사 선정 이후 대안설계를 통해 상품성을 높이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설계자 선정 단계부터 조합이 원하는 상품 수준과 사업 방향을 구체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설계가 달라지면 공사비가 달라지고, 공사비가 바뀌면 사업성도 달라진다. 따라서 단순히 설계 품질을 관리하는 것을 넘어 사업성까지 함께 검토하면서 설계와 시공을 연결하는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권리배분도 마찬가지다. 일반분양 수익으로 공사비 등 비용 증가분을 흡수하기 어려워지면서 조합원별 분담금과 평형 배분, 개발이익을 어떻게 나눌지가 사업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감정평가 결과와 분양계획을 관리처분계획까지 연결해 조합원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작업이 중요해진 것이다.
설계·시공·감정평가 등 개별 용역을 따로 관리하는 것만으로는 사업 전반을 통제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설계 변경이 공사비에 영향을 주고 공사비 변화가 다시 조합원 분담금과 권리배분으로 이어지는 만큼 각 분야의 결과를 하나의 사업 구조 안에서 관리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정비업체가 조합 측 '프로젝트 매니저(PM)'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설계자와 감정평가업체 등 각 분야 전문가의 업무를 조율하고 사업성 변화를 점검하면서 시공사 선정과 공사비 관리, 관리처분까지 연결하는 방식이다.
실제 일선 사업장에서도 정비업체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서울 도봉구 창동주공4단지 추진위원회는 정비업체 선정 과정에서 단순한 행정업무 수행 능력뿐만 아니라 사업 전반을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검토할 계획이다.
창동주공4단지는 설계와 사업성, 권리배분 등 주요 사안을 개별 협력업체에만 맡기기보다 전체 사업 구조 안에서 검토할 방침이다. 특히 통상 관리처분 단계에서 구체화하는 조합원 권리배분 원칙을 조합설립 단계부터 검토하기로 하면서 정비업체에도 사업 초기부터 각 전문 분야를 연결하는 역할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비업체의 경쟁력 기준도 달라질 전망이다. 과거에는 조합설립이나 사업시행인가 등 각종 절차를 얼마나 원활하게 처리하느냐가 주요 평가 기준이었다면, 앞으로는 설계·시공·사업비·감정평가·권리배분을 하나의 사업으로 묶어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정비업체가 단순히 조합을 대신해 서류를 처리하는 수준을 넘어 사업 구조를 분석하고 각 단계의 의사결정이 사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검토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은 설계 하나가 바뀌어도 공사비와 조합원 분담금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 구조"라며 "앞으로 정비업체는 행정 절차를 대신 처리하는 역할을 넘어 각 전문업체를 조율하고 조합을 대신해 사업 전체를 관리하는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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