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가려면 연차써야?"…영업시간 단축에 직장인·고령층 불편 어쩌나

기사등록 2026/09/29 10:51:10

최종수정 2026/09/29 11: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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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영업점 개점시간 오전 9시 30분으로" 노사 합의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한 시중은행 영업점. 2026.01.02.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한 시중은행 영업점. 2026.01.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금융노사가 은행 영업점 개점시간을 오전 9시에서 9시30분으로 늦추는 방안에 잠정 합의하면서  영업시간 단축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노사는 비대면 거래가 일상화된 금융환경의 변화를 반영하고, 은행원의 실질적인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반면 은행 점포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영업시간까지 단축될 경우 고령층과 디지털 취약계층 등 대면 금융서비스가 필요한 소비자를 중심으로 불편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금산협)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전날 은행 영업점 개점 시간을 현행 오전 9시에서 오전 9시30분으로 늦추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 폐점 시간은 오후 4시로 그대로 유지한다.

노사 합의안이 최종 확정되면 내년 4월부터 새로운 영업시간이 적용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은행의 하루 영업시간은 현재 7시간에서 6시간 30분으로 30분 줄어들게 된다. 은행 정규 영업시간이 변경되면 코로나 팬데믹 때를 제외하고 지난 2009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 된다.

"디지털 금융 확산 고려…정부 실노동시간 단축 취지 반영"

이번 영업시간 조정은 디지털 금융 확산에 따라 달라진 금융 환경과 고객의 이용 행태를 반영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노사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인 실노동시간 단축의 취지를 고려하고, 금융산업의 특수성과 소비자 이용 편의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현행 주5일 근무체계 하에서 근무·영업체계를 개선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모바일·인터넷뱅킹 등 디지털 금융이 보편화되면서 송금과 입출금 등 단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직접 영업점을 찾는 고객이 과거보다 크게 줄어든 만큼 기존 영업시간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은행원의 실질적인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한 취지도 있다. 현재 은행원들은 오전 9시 개점에 맞춰 전산 시스템 점검, 시재 준비 등을 위해 영업 시간보다 통상 30분~1시간 가량 일찍 출근한다. 개점 시간을 늦추면 조기 출근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영업시간 단축은 금융노조가 추진해 온 '주 4.5일제' 도입과도 맞닿아있다. 노조는 과거 금융권이 '주 5일제'를 선도적으로 도입할 당시에도 국민 불편과 경쟁력 저하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이후 주 5일제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였다는 입장이다. 이번 노동시간 단축도 금융권을 시작으로 다른 산업까지 확산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금융노사는 총액 임금 3% 인상, 주 1시간 이내 자율 출근, 금요일 1시간 조기 퇴근제 정착을 위한 '라스트콜(고객마감제도)' 신설 등에 잠정 합의했다.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금융노조 총파업 대회가 열리고 있다. 2026.09.04.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금융노조 총파업 대회가 열리고 있다. 2026.09.04. [email protected]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은 "이번 합의를 통해 임금 3.0% 인상을 비롯해 건국 이래 최초의 은행 영업시간 30분 단축, 주 1시간 이내 출근 시간을 늦출 수 있도록 했다"며 "노동시간 단축과 일·생활 균형을 위한 의미 있는 성과를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 금융 접근성 저해 우려도

하지만 은행원들의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담을 금융 소비자의 몫으로 돌리는게 맞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비대면 거래가 크게 늘었지만 고령층을 비롯한 디지털 취약계층은 여전히 영업점 창구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대출이나 외환 등 비대면 처리가 어려운 금융 업무를 볼 경우 영업점을 직접 방문해야 하는 만큼 영업시간 단축에 따른 불편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비대면 금융 확산으로 은행들이 영업점을 지속 줄여온 상황에서 영업시간까지 줄어들면 대면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16개 은행의 점포 수는 올 2분기 말 기준 5505곳으로, 3년새 235곳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영업시간 단축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은행권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인 지난 2021년 7월에도 기존 오전 9시~오후 4시였던 영업시간을 오전 9시30분~오후 3시30분으로 1시간 줄인 바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에도 단축 영업을 지속하면서 소비자단체와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정상 영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결국 1년 반 만인 2023년 1월 말부터 영업시간을 정상화했다.

이번에는 오후 4시 폐점 시간은 그대로 둔 채 개점 시간만 30분 늦추기로 하면서 직장인 등을 중심으로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오고 있다. 오전 9시 개점 직후 출근길에 영업점을 찾아 은행 업무를 처리해 온 소비자에게는 이용 가능한 선택지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
[서울=뉴시스] 내년 4월부터 은행 영업점의 개점 시간을 오전 9시에서 9시30분으로 늦추는 방안에 금융노사가 잠정 합의하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 강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사진출처=유토이미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내년 4월부터 은행 영업점의 개점 시간을 오전 9시에서 9시30분으로 늦추는 방안에 금융노사가 잠정 합의하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 강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사진출처=유토이미지) *재판매 및 DB 금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퇴근할 때도 갈 수 없는데, 출근할 때도 갈 수 없게 됐다", "은행에 가려면 연차를 쓰라는 것이냐"는 등의 불만이 나온다. 개점 시간이 늦춰지면 주로 오전 시간에 은행을 이용하던 자영업자나 고령층 등의 불편이 커지고, 오전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소비자 불편을 줄이기 위해 주말이나 야간에도 운영하는 탄력점포를 확대하는 등 보완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노조는 이날 오후 지부대표자회의를 열어 잠정합의안 세부 내용을 공유하고 의견 수렴에 나설 예정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사측과 잠정 합의한 단계로 앞으로 교섭 과정에서 최종 합의안을 도출해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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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가려면 연차써야?"…영업시간 단축에 직장인·고령층 불편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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