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예은 "사이비 종교는 외피일 뿐…결국 쓰고 싶었던 건 '믿음'"

기사등록 2026/09/29 09:18:04

최종수정 2026/09/29 09:4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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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의 장편소설 '녹색 절벽의 신자들' 펴내

조예은, 출간 기념 북토크에서 독자들과 대화

사이비 종교 넘어 믿음의 균열 그려낸 작품

"현실과 현실 아닌 경계에 선 인물 이야기"

[서울=뉴시스]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교보생명 대산홀에서 조예은 작가의 장편소설 '녹색 절벽의 신자들' 북토크가 열렸다. (사진=kt 밀리의서재 제공) 2026.09.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교보생명 대산홀에서 조예은 작가의 장편소설 '녹색 절벽의 신자들' 북토크가 열렸다. (사진=kt 밀리의서재 제공) 2026.09.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사이비 종교는 소설의 외피로 배경 설정으로 사용하고, 소재에 불과해요. 그 안에서 인물 개개인과 작가가 만든 세계에 관한 믿음이 뒤집히고 교차하는 구조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소설가 조예은이 3년 만의 장편소설 '녹색 절벽의 신자들'(오리지널스) 로 독자 곁에 돌아왔다.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교보생명 대산홀에서 열린 '녹색 절벽의 신자들' 출간 기념 북토크에서 작가는 사이비 종교를 소재로 활용하지만, 궁극적으로 천착한 주제는 '믿음'이라고 강조했다.

호러·스릴러·오컬트 등 여러 장르를 오가며 자신만의 문학적 문체로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는 조예은은 집필 과정과 작품의 구조, 영감의 출발점 등을 독자들과 함께 나눴다.

북토크에 앞서 소설은 밀리로드 연재 당시 역대 최고 조회수를 기록하고, 출간 이후 2주만에 3쇄를 돌파하며 베스트셀러에 올라 독자 사이에서 작가의 신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이날 북토크에 120여명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어하는 독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작품은 외계인이 세상을 종말시킨다고 믿는 사이비 종교 '녹색 절벽'을 소재로 한다. 종교 교주 정환영과 그에게 입양돼 신자로 성장한 오연, 오연의 오랜 친구 제언을 중심으로 전개한다.

소설 구성도 각각 인물의 이름으로 장(章)을 이루며 이들을 둘러싼 이야기가 소개된다. 조예은은 작품에 대해 "믿음에 관한 이야기이자 현실과 현실이 아닌 경계에 선 모든 주인공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녹색 절벽의 신자들' (사진=오리지널스 제공) 2026.09.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녹색 절벽의 신자들' (사진=오리지널스 제공) 2026.09.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작품은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 진실인지, 무엇을 진실로 믿어야할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런 모습은 성장기부터 종교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가진 오연이 점차 의심을 품는 점과 정작 종교를 믿지 않았던 제언이 점점 광신도가 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조예은은 두 인물 설정에 대해 "퍼즐 조각처럼 대칭적으로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을 구상했을 때도 구조에 가장 큰 공을 들였다고 한다.

"세계가 뒤집히는 이야기"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는 작가는 "각 장마다 믿음이 한 번씩 뒤집히고, 마지막에는 처음과 끝이 이어지는 구조를 가장 오래 고민했다"고 말했다. '녹색 절벽'은 인물을 공통 분모로 묶는 소재였고, 이를 중심으로 각각의 인물이 감각하는 점에서 믿음이란 주제에 대해 천착한 것이 그의 설명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외계인과 UFO란 소재는 종교를 취재하던 도중 우연히 알고리즘에서 1960년대 충남 보령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UFO가 나타났다는 영상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특히 이번 소설도 근미래적 소재를 다루지만 현재보다 과거인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작가는 "지금이었다면 휴대폰과 AI 영상으로 재현됐을 이야기지만, 그 시절에는 증거가 없어 구전으로만 떠돌 수 있었다"며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만들기에 가장 적절한 시대"라고 했다.

이날 북토크에서 조예은은 최근 추석 연휴에서 작품을 관통하는 '믿음'이란 주제를 경험한 일화를 공유했다. 평소 명절 음식 중에서 새우전을 가장 좋아한다는 작가는 단 한 장 남은 새우전을 아껴두고 있었는데 이를 아버지가 먹은 후 끝까지 "동태전을 먹었다"고 주장해 서로의 믿음이 흔들리지 않는 경험을 했다고.

조예은은 "제가 목격한 진실과 아버지가 믿는 감각이 달랐다"며 "이번 소설을 압축하는 메시지 같은 일을 겪었다"며 웃었다.
[서울=뉴시스]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교보생명 대산홀에서 조예은 작가의 장편소설 '녹색 절벽의 신자들' 북토크가 열렸다. (사진=kt 밀리의서재 제공) 2026.09.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교보생명 대산홀에서 조예은 작가의 장편소설 '녹색 절벽의 신자들' 북토크가 열렸다. (사진=kt 밀리의서재 제공) 2026.09.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믿음이란 주제에 한동안 천착했던 조예은에게 집필 이후 무엇을 더 믿게 됐는지도 밝혔다.

작가는 "예전보다 더 믿게 된 것은 내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이라고 공유했다. 정보가 넘쳐나는 오늘날 무엇을 믿을지를 선택하는 것은 본인의 몫이란 점도 깨달았다고 한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없는 것을 보며 피로감을 느꼈어요. 그러면서 무엇이 필요한 이야기인지 고민했습니다. 그런 고민은 결국 저라는 존재를 너무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더라고요. 모든 것을 제가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소설은 저 자신을 믿는 동시에 (마음을) 조금 내려놓는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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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은 "사이비 종교는 외피일 뿐…결국 쓰고 싶었던 건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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