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캐릭터가 뭐라고…이런 핍박 처음"
"'메인코'는 나의 터닝포인트"
"현장서 현빈은 아빠, 정우성은 따뜻한 사람"
"엔딩에서 방아쇠를 당기는 연기는 하지 않아"
"배우로서 흔들리는 시기…조언 아직 필요해"

[서울=뉴시스]박재민 인턴 기자 = "'(노력을) 갈아서 하겠다는 꼬라지가 그거냐'는 말을 제일 많이 들었어요. 제 캐릭터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핍박받을 수 있는가를 처음 느꼈습니다. 주변에서 계속 댓글 보지 말라고 했는데 괜찮다고 했죠. 저를 욕하는 게 아니라 '백기현'을 욕하는 거니까요."
배우 우도환(34)이 2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디즈니+오리지널 드라마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 2 인터뷰에서 종영 후 가장 많이 들은 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는 1970년대 격변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부와 권력의 정점을 향해 폭주하는 중앙정보부 요원 '백기태'(현빈)와 그를 쫓는 검사 '장건영'(정우성) 그리고 형과 다른 길을 걷는 '백기현'(우도환)의 엇갈린 욕망과 비극을 그린 시대극이다. 시즌 2는 9년의 시간이 흘러 백기태가 중앙정보부 부장 직무대행까지 오르고 더 큰 권력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우도환이 연기한 백기현은 육사 출신으로 원칙과 신념을 중시하는 인물이다. 학창 시절 형이 자신을 총기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될 위기에서 보호해 준 일 때문에 형에게 유독 약하다.
시간이 흘러 시즌2에서 백기현은 국군 보안사령부 과장이 된다. 합동수사본부에 합류하면서 신군부의 권력 장악 과정에 관여하게 된다. 형 또한 더 큰 권력을 향해 움직인다. 이 과정에서 형의 방식과 자신의 신념이 충돌한다.
결국 백기현은 유일한 가족인 누나와 조카를 지키기 위해 권력을 향해 나아가는 형에게 맞서고 끝내 그에게 총을 겨누는 인물로 변한다. 엔딩에서 백기현이 정말 형에게 총을 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총성만 들린 채 막을 내린 결말을 두고 시청자의 의견이 분분했다. 일부 팬들은 형에게 반기를 드는 백기현의 선택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우도환은 이런 반응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드렸다. 그는 "우리 형을 참 많은 분이 생각해 주셨구나 싶다. 그래서 (결말을) 더 아쉬워하는 것 같다.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 아쉬워하는 게 참 좋은 드라마였음을 증명한다고 생각한다. 현빈 선배의 매력이 너무 잘 담긴 드라마기 때문에 기현 편보다 기태 편이 많은 게 당연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백기현이라는 캐릭터가 이렇게 많은 질타를 받을 줄 몰랐다고 했다.
그는 "'진짜 악역은 기현이었다' '철없는 동생' '떠먹여 줘도 아무것도 못 하는 동생' 이런 말들을 들었다"며 웃음을 보였다.
"이런 작품에 참여함으로써 시청자분들이 가족이나 동료를 만났을 때 하실 이야깃거리가 많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드라마와 영화를 만드는 이유도 이와 같다고 생각하고요. 사실 제 주변 사람들 모두 기태 편이긴 해요. 저희 가족들도 저보고 '대체 왜 그러는거냐'고 하더라고요. 다 기태 편이에요."
우도환은 시즌2를 마친 뒤 이번 작품을 자신의 터닝포인트라고 표현했다. 그는 "제가 10년 넘게 메인 역할로 작품을 이끄는 포지션에 있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저를 한번 되돌아보고 선배님들에게 많이 배우는 시간이었다. 또 누군가에게 의지도 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동시에 나에게 필요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그동안 우도환은 드라마·영화 속 주연 위치에서 작품 활동을 꾸준히 이어왔다. 조연이었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 영화 '마스터'(2016)을 제외하고 2017년부터 드라마 '구해줘' '더 킹: 영원의 군주' '사냥개들' 'Mr. 플랑크톤' 등에서 주연 자리를 꿰찼다. 이러한 작품을 통해 좋은 성과를 거둔 것과는 별개로 오랜만에 대선배들과 함께 연기하며 배울 수 있는 시간도 필요했다고 털어놨다.
우도환은 "이렇게 선배님들이 많은 현장에서 촬영하는 게 정말 오랜만이었다. '마스터' 이후로 처음이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현장에서 선배들의 노하우를 보고 배울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메인 역할을 하다 보면 선배님들 많은 현장에 있기 쉽지 않다. 항상 제가 극을 이끌어가다 보니 부담감이 있었던 것도 되게 많았다"며 "이번 현장에선 특히 형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현빈 선배여서 더 좋았다"고 했다.

극 중 형제인 현빈과 우도환은 실제로 10살 차이다. 정우성과는 20살 차이다. 우도환은 현빈이 현장에서 아빠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우도환은 "뭐랄까. 진짜 아빠 같았다. 형 같기도 하고. 촬영만 들어가면 그때만 어렵고 무서운 형이었다. 현장에선 장난도 많이 쳤다. 물론 중요한 장면이 아니거나 촬영 끝났을 때만. 드라마 자체가 톤이 무겁다 보니 그런 감정선까지 깰 순 없었다"고 했다.
이어 함께 연기한 정우성에 대해선 따듯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정우성 선배님은 시사회에서 만나서 말을 나눈 정도였다. 현장에서 가장 새로웠던 건 정우성 선배"라며 "사석에서 만났을 때보다 현장이 더 편했다. 제 입장에선 사람이 훨씬 더 따뜻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우도환은 현빈에게는 배우로서 작품에 대해 궁금한 것도 스스럼없이 물어보고 조언을 구한다고 했다. 그는 "현빈 선배는 주무실 때 빼고는 항상 대본을 보려고 한다. 이번에는 '어떤 작품이 좋은 작품일까'에 대한 도움을 좀 받았다"고 했다.
그는 "현빈 선배에게 물었다. '모두가 좋아하는 엔딩을 꼭 만들어야 하는지' '우리 작품이 담고 있는 지조와 분위기를 지켜야 하는지' 혹은 '내가 구박받고 드라마의 호불호가 갈린다고 해서 이 작품 자체에 대해서 고민하는 게 맞는지' 난 이게 궁금했다. 현빈 선배를 통해 질문에 답은 들었다. 답에 대해선 노코멘트하겠지만 여전히 어려운 질문"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현빈에게 던진 질문은 이번 작품의 엔딩을 두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 결말에서 백기현은 형과 장건영 사이에서 자신의 신념을 선택한다. 결국 형에게 총을 겨누며 형과 다른 길을 택하는 모습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우도환은 엔딩에 대한 구체적인 해석은 아끼면서도 자신의 연기와 캐릭터의 감정을 설명했다.
우도환은 "저는 방아쇠를 당기는 연기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형을) 죽일 각오까지는 했다. 표정도 쏴야 하나 말아야 하나까지 갔던 것 같다. 얼마 전에 릴스에서 봤는데 영화 '세븐'(1995)에서 브래드 피트가 마지막에 범죄자를 죽이냐 마냐 하는 것처럼 기현도 비슷했던 것 같다"며 "기현이가 정말 형을 죽여야 했다면 그렇게 서 있지는 않았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엔딩에서 백기현이 마지막 선택을 앞두고 흔들렸던 것 처럼 우도환 역시 배우로서 자신의 선택에 대해 끊임없어 질문을 던지며 흔들리는 시기를 지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용기가 많이 줄었어요. 배우로서 아직 많이 흔들리는 시기인 거 같아요. 신인 땐 뭘 모르니까 용기가 훨씬 있었죠. 그때 비교하면 지금은 생각이 많아졌어요. '여태 한 작품과는 또 다르게 해볼까' 혹은 '그럼 너무 힘드니까 그대로 할까'와 같은 생각을 해요. 무턱대고 '그냥 하면 되는 거 아니야' 하고 멋있게 달려 나갈 수 없죠. 이번 작품에서 워낙 오랫동안 한 역할을 맡다가 새 캐릭터를 하려고 해서 그런 것 같아요. 무엇보다 선배들이 캐릭터를 구축하는 걸 옆에서 지켜봤는데 제가 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게 하는 게 보여서 더 흔들려요. 뭐가 맞는지, 내가 하던 대로 해야 하는지 여전히 많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아직 많은 조언과 자문이 필요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