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 호가 여기서 나왔다고?"…도담삼봉 설화 논란

기사등록 2026/09/30 07:10:00

구글에서 선호하는 매체로 추가

한국민족대백과사전 정도전 출생지 ‘단양→영주’ 수정

단양군, 관련 콘텐츠 두고 관계기관과 협의 중

전문가 “설화라면 명확히 밝혀야…역사적 사실과 구분 필요”

[단양=뉴시스] 이시현 인턴 기자 = 26일 충북 단양군 남한경변에 세워진 삼봉 정도전 동상 너머로 도담삼봉이 보이고 있다. 2026.09.28. *재판매 및 DB 금지
[단양=뉴시스] 이시현 인턴 기자 = 26일 충북 단양군 남한경변에 세워진 삼봉 정도전 동상 너머로 도담삼봉이 보이고 있다. 2026.09.28. *재판매 및 DB 금지

[단양=뉴시스]우은식 기자, 이시현 인턴기자 = "정도전의 ‘삼봉’이라는 호가 여기서 나온 것 아니었나요"

지난 26일 충북 단양군 도담삼봉을 찾은 유모(45)씨는 강 건너 솟은 세 봉우리를 바라보다 이렇게 되물었다.

도담삼봉 앞에는 조선 개국공신 삼봉 정도전의 동상이 서 있다. 단양군이 2000년 세운 동상이다. 동상 옆 비석에는 ‘삼봉 정도전 선생의 동상을 세우며’라는 글과 함께 정도전의 생애와 업적이 소개돼 있다.

현장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정도전과 도담삼봉의 연결은 낯선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날 도담삼봉을 처음 찾았다는 한 관광객도 “역사 공부를 하다 보면 삼봉 선생님 이야기가 나온다”며 “한번 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함께 온 일행은 “도담삼봉은 어렸을 때부터 워낙 유명한 곳으로 들어왔다”고 했다.

하지만 정도전과 도담삼봉을 연결해온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이라기보다 지역에서 전해진 설화에 가깝다는 게 최근 연구 결과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운영하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현재 ‘단양 도담삼봉’ 항목에서 정도전과 관련한 이야기를 구전 전설로 소개한 뒤 “최근 연구들은 도담삼봉과 정도전은 관계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정도전의 출생지를 둘러싼 설명도 최근 바뀌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이달 정도전의 출생지를 기존 충청도 단양에서 경상도 영주로 수정했다.

이에 따라 단양군도 그동안 관광 자원으로 활용해온 정도전 관련 콘텐츠를 어떻게 정리할지를 두고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다만 단양군청 홈페이지의 도담리 ‘산천 및 지명유래’에는 현재도 정도전이 이곳을 찾아와 놀며 ‘삼봉’이라는 호를 사용하게 됐다는 취지의 설명이 남아 있다.

단양군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문화관광 홈페이지의 정도전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 사이 일부 수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군 문화유산 담당 부서도 정도전 출생지 변경과 관련해 관계 부서와 기관이 향후 대응 방향을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상과 안내문, 홈페이지 등 기존 정도전 관련 콘텐츠를 수정할지 여부 역시 아직 협의 중이라고 했다.
단양 도담삼봉 *재판매 및 DB 금지
단양 도담삼봉 *재판매 및 DB 금지

강문식 숭실대 사학과 교수는 도담삼봉과 정도전을 직접 연결할 사료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뉴시스에 “현재까지 정도전 연구에서 정도전과 단양의 관계가 사료를 통해 입증된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도담삼봉에서 정도전의 호가 유래했다는 것도 지역의 전설에 근거한 것으로, 사료를 통해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도전의 호 ‘삼봉’에 대해서는 다른 해석이 유력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강 교수는 “정도전이 1375년 나주에 유배됐다가 풀려난 뒤 삼각산 아래 집을 짓고 제자들을 가르쳤고, 그 집을 ‘삼봉재’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며 “이를 근거로 삼각산에서 ‘삼봉’이라는 호가 유래했다고 보는 견해가 훨씬 유력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각산은 오늘날 북한산 일대로 추정된다.

단양과 정도전이 연결된 배경에는 그의 외가와 지역 전설이 함께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 교수는 정도전의 어머니를 ‘단양 우씨’로 보고 외가가 단양이라고 여긴 데다, 고려시대 외가에서 아이가 태어나고 성장하는 관행을 적용하면서 정도전이 단양에서 태어나 자랐다는 이야기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지역 설화가 더해지면서 ‘삼봉’이라는 호 역시 도담삼봉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가 퍼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도전이 직접 작성한 부친 정운경의 기록에는 그의 어머니가 영주 지역 사족 우연의 딸로 기록돼 있다고 강 교수는 설명했다. 현재로서는 정도전이 단양에서 태어나거나 성장했을 가능성은 낮게 본다는 것이다.

[단양=뉴시스] 이시현 인턴기자 = 26일 충북 단양군 도담삼봉을 찾은 관광객들이 남한강 한가운데 솟은 도담삼봉을 바라보고 있다. 2026.09.28.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단양=뉴시스] 이시현 인턴기자 = 26일 충북 단양군 도담삼봉을 찾은 관광객들이 남한강 한가운데 솟은 도담삼봉을 바라보고 있다. 2026.09.28.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강 교수는 지역의 이야기를 관광 콘텐츠로 활용하는 것 자체보다 설화와 역사적 사실이 구분되지 않은 채 전달되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설화나 전승에 기반한 설명은 관광객들에게 역사적 사실에 관한 오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설화와 전승에 근거한 내용이라면 그 사실을 분명히 밝히고, 실제 역사적 사실과 어떻게 다른지 구분해서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기존 연구 성과를 충분히 검토하고 관련 분야 전문 연구자의 자문을 받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현재 사용 중인 콘텐츠들도 역사적 사실에 맞게 내용을 수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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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 호가 여기서 나왔다고?"…도담삼봉 설화 논란

기사등록 2026/09/30 07:1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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