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통합의 역설' 지역갈등 분출하는 전남광주특별시

기사등록 2026/09/27 08:05:27

구글에서 선호하는 매체로 추가

지역발전 절호의 기회서 소지역 이기주의

정치권과 공무원 조직, '불신의 골 깊게 해'

정치인 '조정능력·결단·설득·책임정치' 필요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16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 추진 범시도민협의회 발대식이 열리고 있다. 발대식에 참여한 내빈들이 퍼포먼스를 준비하며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26.01.16.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16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 추진 범시도민협의회 발대식이 열리고 있다. 발대식에 참여한 내빈들이 퍼포먼스를 준비하며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26.01.16. [email protected]

[무안=뉴시스]맹대환 기자 = 40년 만의 행정통합으로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흥망성쇠를 가늠할 수 있는 일대 전환기를 맞았으나 분열적인 소지역주의가 분출하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갈등 조정과 지역사회 화합에 나서야 할 정치권과 공무원 조직이 이기주의적 사고에 매몰돼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불신의 골을 깊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화 대열에서 소외된 전남·광주는 지난 7월1일 지역소멸 대응과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으로 40년 만에 통합했다. 규모의 경제를 이룬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전국 최초의 광역단체 통합 모델이다.
 
이재명 정부의 전폭적 지원으로 800조원대 반도체 산단을 품었고, 글로벌 인공지능(AI) 전쟁의 첨병 역할을 할 컴퓨팅센터 유관 기업까지 연이어 유치하는 등 전남광주는 그야발로 상전벽해의 기회를 맞았다. 12년 숙원사업이던 광주 군공항 이전도 반도체 산단과 맞물려 실행을 목 전에 두고 있다.

시대의 변화에 뒤쳐지면서 '대한민국의 아껴놓은 땅'이라는 자조적인 말을 들었던 전남광주는 거센 자본의 물결에 올라타야 하는 상황에서 자중지란을 겪고 있다.

36년 동안 준비해왔던 전남권 국립의과대 설립에 따른 동·서부권 갈등이 대표적이다. 우여곡절 끝에 동부권인 순천대로 후보대학이 선정됐으나, 탈락한 목포대와 서남권 지역이 심사가 불공정하다며 소송에 나서는 등 반발하고 있다.

원인은 정치권이다. 36년이 지나도록 의과대 설립 역량을 결집하지 못하다가 어느정도 가시화되자 동서부권 정치권이 나서 소지역주의에 불을 당겼다. 서로 지역 주민을 내세우지만 정치적 명분쌓기에 불과했고 뒷감당은 주민들이 감내해야 했다.
   
민형배 통합특별시장도 선거 기간 중 순천대와 목포대에 의대 정원을 각각 50명씩 배분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해 지금의 갈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치권의 섣부른 판단과 지역 이기주의는 행정통합의 시너지 효과도 반감시키고 있다. 두 달여 짧은 기간에 행정통합 특별법을 마련한 지역 국회의원들은 반대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광주·무안·동부 3개 청사를 균형있게 운영하며, 공무원의 종전 근무지를 보장한다는 내용을 특별법에 담았다.

이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통합행정은 3개 청사 운영이라는 기계적인 틀에 발목을 잡혀 비효율적인 시스템으로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종전 근무지 보장은 공무원의 인사이동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무늬만 통합'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출범 두 달이 넘어 첫 조직배치 윤곽이 나왔으나 '3개 청사 균형 운영'은 공무원 조직과 지방의원들이 언제든 불을 붙일 수 있는 화근으로 남았다.

행정통합 인센티브인 정부 지원금 20조원 사용처를 놓고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시각과 '27개 시·구·군에 골고루 배분해야 한다'는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4조원에 달하는 옛 광주시의 채무를 이제는 전남도가 함께 떠안아야 한다는 것도 통합에 따른 그늘이다.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는 전남권 주민들이 광주도시철도 채무 2조2000억원을 함께 갚아야 하는 것을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한다.
[광주=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9일 광주·전남 지역구 국회의원들과 강기정 광주시장, 김영록 전남지사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광주시·전남도 공동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9일 광주·전남 지역구 국회의원들과 강기정 광주시장, 김영록 전남지사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광주시·전남도 공동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속도보다 방향'이라는 지역사회의 우려가 제기됐으나, '정권의 의지', '800조원대 반도체 투자'라는 장밋빛 청사진에 묻혔다. 이제 그 우려의 청구서가 하나둘씩 도착하고 있다.

행정통합을 주도했던 강기정 전 광주시장은 지난 1월 공청회에서 "앞으로 누가 통합특별시장이 되든 4년 간 죽을 맛일 것이다"고 험로를 예고했다. 속도전이 내포하고 있는 다양한 행정통합의 문제를 사전 고지한 것이다.

공교롭게 행정통합에 발벗고 나섰던 강기전 전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 전남지사는 낙선하고, 논의 초기에 부정적인 뜻을 밝혔던 민형배 국회의원이 초대 통합특별시장에 당선됐다.

민 시장 앞에는 크게 두 가지 청구서가 있다. 전남광주 유사 이래 최대 규모인 800조원대 반도체 산단 성공과 행정통합에 따른 갈등 조정이다.

민 시장은 시정 철학으로 '시민주권정부'를 제시하며 시민의 뜻에 따라 행정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시민의 뜻을 내세우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의 결함을 보완할 수 있지만 수사적이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40년 만의 행정통합과 800조원대 반도체 산단 조성, 군공항 이전, 국립의과대 설립 등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조정 능력과 결단, 설득, 그에 대한 정치적 책임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남광주 행정통합의 성패는 예산의 규모 변화보다 광주 도시권 5개 구, 전남 농어촌 22개 시·군 주민의 행복지수가 얼마나 나아졌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행정통합의 역설' 지역갈등 분출하는 전남광주특별시

기사등록 2026/09/27 08:05:27 최초수정

이시간 핫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