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알면서 SNS에 "재워줄 분 구해요"…시설 피하는 가정 밖 청소년들, 왜?

기사등록 2026/09/27 07:00:00

최종수정 2026/09/27 07:04:11

구글에서 선호하는 매체로 추가

SNS서 숙식·도움 구하다 성범죄 등 표적돼

"보호자에 연락 갈까봐"…쉼터 이용률 저조

'가정폭력 땐 통보 금지' 개정에도 홍보 부족

"환경·접근성 개선해 이용률 높여야" 지적

[서울=뉴시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가출'을 검색하면 숙식이나 도움을 구하는 게시글과 관련 온라인 모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X(옛 트위터), 페이스북 캡처) 2026.09.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가출'을 검색하면 숙식이나 도움을 구하는 게시글과 관련 온라인 모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X(옛 트위터), 페이스북 캡처) 2026.09.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염지윤 수습 기자 = "집 나왔는데 재워주실 분 구해요." "○○에서 같이 가출하실 분 계신가요?" "오늘 잘 장소 필요한 사람? 연락 주세요!"

가정불화, 폭력, 학대 등의 이유로 거리로 나선 가정 밖 청소년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낯선 이들에게 숙식 등 생활에 필요한 도움을 구하고 있다.

청소년쉼터 등 복지 체계가 마련돼 있지만, 부모에게 연락이 닿을 것을 우려하거나 공동 생활 규칙을 부담스러워해 이용을 꺼리는 청소년들이 적지 않다. 결국 SNS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이들과 접촉하면서 성범죄 등 범죄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SNS로 숙식 구하는 청소년들…성범죄 위험 노출

SNS 'X'(옛 트위터)에는 '가출팸(가출 청소년들이 모여 함께 생활하는 집단)에서 나와 떠돌이 생활 중인데 밥 사줄 사람 있느냐' '08년생인데 가출했다. 재워줄 사람 구한다'는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7일 뉴시스가 SNS를 통해 접촉한 가정 밖 청소년들은 위험성을 알면서도 온라인으로 거처를 구하는 것이 익숙하고 편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월 계모의 가정폭력으로 집을 나왔다는 A(18)군은 "처음엔 공원 화장실이나 PC방, 24시간 무인카페, 빨래방을 전전했다"며 "SNS에 가출 청소년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도움을 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도움을 구하는 과정에서 범죄 위험에 노출되기도 했다. 그는 "SNS에서 알게 된 사람이 잘 곳을 제공해주겠다고 해 집을 찾았는데, 성폭행을 당할 뻔해 도망치듯 뛰쳐나온 적이 있다"고 했다.

A군은 "지역에서 운영하는 일시청소년쉼터를 이용한 적도 있었지만, 부모님에게 위치가 통보된다는 말을 듣고는 다시 찾지 않았다"고 했다.

아버지의 음주와 폭력으로 3개월 전 집을 나온 B(17)양 역시 온라인을 통해 도움을 구했다. B양은 "잠을 재워주는 대가로 성관계를 요구하거나 신체를 만지려 드는 사람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B양은 쉼터에 대해서도 "들어가면 결국 부모님께 연락이 간다고 알고 있다"며 "그러면 부모님이 찾아올 텐데, 결국 집에 돌아가 다시 매를 맞으라는 소리밖에 더 되겠느냐"고 되물었다.

쉼터 내 엄격한 생활 규칙에 부담을 느낀다는 청소년도 많았다. 한 청소년은 "쉼터는 통제가 너무 심해 외출조차 마음대로 못 하게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청소년도 "통제가 이렇게 심한데 누가 제 발로 찾아가겠느냐"며 쉼터를 멀리하는 이유를 밝혔다.

실제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가정 밖 청소년이 머문 장소로는 '거리·남의 집 옥상·건물 안 계단 등 노숙'이 48.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알고 지내던 친구·선후배 집'(34%), '24시간 상점'(12.9%) 순이었다. 청소년복지시설과 아동복지시설을 이용했다는 응답은 각각 1.1%, 1.6%에 그쳤다.
[서울=뉴시스] 강원 춘천의 한 청소년 쉼터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원 춘천의 한 청소년 쉼터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뉴시스DB) [email protected]

보호자 통보 걱정에 규칙 부담까지…쉼터 이용 문턱 높아

가정 밖 청소년들이 쉼터 이용을 꺼리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보호자 통보에 대한 불안이다.

경기의 한 쉼터 관계자는 "아이들이 입소를 문의할 때 가장 먼저 묻는 것이 '부모님에게 연락이 가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성년자인 가정 밖 청소년이 쉼터에 입소하면 원칙적으로 보호자에게 입소 사실을 알려야 한다. 다만 지난 7월 1일 개정 청소년복지 지원법이 시행되면서 가정폭력이나 친족 성폭력, 아동학대를 사유로 입소한 경우 보호자에게 입소 사실을 통보하지 않을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가해자인 보호자로부터 가정 밖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제도적 한계를 호소한다. 경찰 신고나 관련 기관의 확인 등 객관적 자료가 없는 단순 가정불화의 경우 쉼터가 가정폭력 여부를 자체적으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C 쉼터 관계자는 "법 시행 전에도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된 경우 부모에게 연락하지 않았지만, 이젠 법적 근거가 명확해져 보호자가 항의할 경우 대응할 수 있는 방패막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도영 제주국제대 상담복지학과 교수는 "경찰을 통해 인계된 경우는 아동학대 사실이 서류상 드러나지만, 청소년의 구두 진술만 듣고는 시설 입장에서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고 판단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보호자 통보에 대한 불안뿐 아니라 쉼터의 엄격한 생활 규칙도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대부분의 쉼터는 외출 및 귀가 시간, 취침 시간 등 생활 수칙을 두고 있다. 서울의 한 쉼터의 경우 외출은 당일 오후 6시 이전까지, 취침은 오후 10시부터로 규정하고 있다.

남부권의 한 쉼터 소장은 "가정 밖 청소년 중 상당수는 규율에 얽매이는 것을 견디지 못해 쉼터를 꺼린다"며 "입소하더라도 엄격한 규칙을 버거워해 자진 퇴소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동생활 시설인 만큼 귀가 시간이나 흡연 금지 등 최소한의 규칙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성장기의 청소년들이 규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절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시스] 지난 2023년 7월 7일 오후 경기 의정부역 6번 출구 앞에서 한 일시청소년쉼터 관계자들이 아웃리치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2023.07.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 2023년 7월 7일 오후 경기 의정부역 6번 출구 앞에서 한 일시청소년쉼터 관계자들이 아웃리치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2023.07.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쉼터까지 갈 교통비도 없어"…접근성 높이고 시설 개선해야

전문가들은 쉼터의 이용률을 높이려면 보호자 통보 문제뿐 아니라 접근성과 생활환경까지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A군은 "쉼터에 가면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당장 교통비조차 없어 이동할 때마다 걸어 다니는 것이 일상"이라며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비대면 지원책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 쉼터 관계자는 "위기 상황에 놓인 청소년이 부담 없이 찾아오려면 대중교통 이용이 편한 곳에 위치해야 한다"며 "이동 수단이 마땅치 않은 청소년에게는 쉼터 위치부터가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쉼터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고질적인 '님비현상'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이전하면 좋겠지만 쉼터가 들어오는 데 대한 지역사회의 반발이 있어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생활환경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교수는 "요즘 청소년들은 가정에서 혼자 방을 쓰는 환경에 익숙한데 쉼터에서는 여러 명이 함께 생활해야 한다는 점을 크게 불편해한다"며 "여건상 1인 1실을 운영하기 어렵고 4인 1실을 사용하는 등 구조적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노후화된 시설을 보수하는 등 전반적인 쉼터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지자체가 더 문제 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도 필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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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알면서 SNS에 "재워줄 분 구해요"…시설 피하는 가정 밖 청소년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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