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예권의 슈만, 기교보다 빛난 ERSO와의 합[객석에서]

기사등록 2026/09/23 13:4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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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에스토니아 국립 오케스트라 첫 내한…창단 100주년

선우예권과 슈만 피아노 협주곡…서로의 소리에 귀기울여

자국 작곡가 쾨르비츠·베토벤 작품으로 악단 역량 과시

[서울=뉴시스]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에스토니아 국립 오케스트라 with 선우예권'이 열렸다. (사진=ⓒRowan Lee) 2026.09.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에스토니아 국립 오케스트라 with 선우예권'이 열렸다. (사진=ⓒRowan Lee) 2026.09.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협주곡에서는 독주 악기가 전면에 부각되는 경우가 많다. 무대 앞에서 주목받으며 화려한 기교를 선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은 슈만의 유일한 피아노 협주곡에서 오케스트라와의 조화를 앞세웠다.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에스토니아 국립 오케스트라 with 선우예권'이 열렸다. 공연은 피아노와 관현악이 서로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한 몸처럼 움직이는 슈만 특유의 협주가 돋보였다.

오케스트라는 이번 공연으로 처음 내한했다. 1926년 창단해 올해 100주년을 맞은 에스토니아 국립 오케스트라의 첫 한국 공연으로, 올해 한국·에스토니아 수교 35주년을 맞아 성사됐다.

포디움에는 2020년부터 악단을 이끌고 있는 지휘자 올라리 엘츠가 올랐다.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지휘자와 악단, 여기에 선우예권이 합류하면서 무대는 세 연주 주체의 유기적인 호흡으로 채워졌다.

특히 선우예권은 악단과 슈만의 유일한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했는데, 그가 국내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레퍼토리로 공연 전부터 기대감이 고조됐다.
[서울=뉴시스]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에스토니아 국립 오케스트라 with 선우예권'이 열렸다. (사진=ⓒRowan Lee) 2026.09.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에스토니아 국립 오케스트라 with 선우예권'이 열렸다. (사진=ⓒRowan Lee) 2026.09.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선우예권은 조화를 중시하는 작품의 성격을 끌어냈다. 화려한 기교를 과시하기보다 오케스트라의 음향에 귀를 기울이며 합을 맞춰나갔다. 지휘자와 시선을 지속해서 주고받으며 유기적인 조화를 이어갔다.

때로는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호흡이 미세하게 어긋나 연주의 흐름이 흔들리는 순간도 있었다. 대신 전체적인 흐름은 피아노와 악단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슈만 협주곡의 성격을 살렸다.

피아노가 제시한 선율을 악단이 이어가고, 다시 피아노가 이 흐름을 이어받는 과정이 두드러졌다. 선율을 내세워야 하는 대목에서는 선우예권 특유의 탄탄한 타건과 기교가 빛났다. 기교를 억누른 것이 아니라 필요한 순간에 꺼내 보이며 작품 전체의 균형을 맞췄다.

선우예권은 앙코르에서 브람스의 인터메조 A장조를 연주하며 서정성을 극대화했다. 앞선 곡에서 강렬한 타건을 좀 더 앞세웠다면, 이 작품으로 자신의 다른 면모를 보여줬다.
[서울=뉴시스]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에스토니아 국립 오케스트라 with 선우예권'이 열렸다. (사진=ⓒRowan Lee) 2026.09.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에스토니아 국립 오케스트라 with 선우예권'이 열렸다. (사진=ⓒRowan Lee) 2026.09.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악단 역시 자신의 색깔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1부 첫 곡에서 자국 대표 현대음악 작곡가 퇴누 쾨르비츠의 '오로라를 위한 찬가'를 연주하며 에스토니아의 음악 세계와 악단의 정체성을 소개했다. 현악은 긴장감을 서서히 끌어올리며 북유럽 특유의 신비로운 음향을 만들어냈다

2부에서는 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 '운명'을 연주했다. 클래식 역사상 가장 유명한 도입부를 강력하게 선보이며 악단의 연주력이 돋보였다. 강렬한 선율은 지속해서 흐름을 이어갔고, 객석을 압도했다.

특히 관악의 웅장함은 작품의 구조를 뒷받침했고, 이 위를 타는 현악의 연주로 섬세함을 놓치지 않았다. 엘츠는 각 파트의 소리를 하나로 어우러지게 묶으면서도 결코 뭉개지 않았다. 정교하고 힘찬 연주는 지난 6년 동안 쌓아온 지휘자와 악단의 호흡이 빛났다.

이번 내한 공연은 100년 역사를 지닌 오케스트라가 한국 관객에게 자신들의 음악성을 선명하게 각인한 무대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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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예권의 슈만, 기교보다 빛난 ERSO와의 합[객석에서]

기사등록 2026/09/23 13:48:42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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