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한수원은 '상징적 최소 지분'…민간기업 참여도 추진
1200억弗 중 미사용 예비비 200억弗도 투자 이행액에 포함
APR1400 기술·역무·핵연료 대가 협상…EPC 참여 범위 변수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문신학 차관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미투자 보고에 앞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26.09.22. jhope@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9/22/NISI20260922_0021450574_web.jpg?rnd=20260922120507)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문신학 차관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미투자 보고에 앞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26.09.22.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임소현 손차민 기자 = 한국과 미국이 최대 1200억 달러의 한미 전략투자 기금을 활용해 미국에 원전 8기를 건설하는 협력의 틀을 마련했지만,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와 국내 기업의 구체적인 사업 참여 조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한국 기업이 웨스팅하우스 지분을 인수하더라도 이사회 참여 등 경영에 관여할 권한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형 원전 APR1400의 미국 진출을 위한 기술·역무·핵연료 대가와 미국 원전 건설에 참여하는 국내 기업의 사업 범위도 후속 협상을 통해 정해질 예정이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1일 한미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에 따른 '프로젝트 파워'로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측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했다.
정부가 검토하는 웨스팅하우스 인수 지분은 5~10%다. 그러나 웨스팅하우스 측이 한국 기업의 이사회 참여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 지분 투자에 상응하는 경영 참여 권한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공식 발표에 앞서 지난달 22일 기자들과 만나 "웨스팅하우스는 5~10%를 생각하고 있다"며 "최종 숫자는 협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기업들이 10% 이상을 투자할 의향도 있지만 웨스팅하우스 측은 한국 기업이 이사회에 참여하는 데 현재로서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웨스팅하우스 이사회는 대주주인 브룩필드와 카메코가 각각 3명씩 총 6명의 이사를 지명하는 구조다. 한국 기업이 지분을 인수하더라도 이사 지명권이나 주요 의사결정 참여 권한을 확보하지 못하면 단순 재무투자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과 한수원의 재무 부담도 고려 대상이다. 정부는 한전·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에 참여하되 상징적인 수준의 최소 지분만 보유하도록 할 방침이다. 나머지 지분 투자에는 국내 민간기업의 참여를 추진한다.
김 장관은 "한전과 한수원은 필요 최소한의 상징적인 수준의 투자만 한다"며 "현재 검토하는 지분 투자 수준에서 한전과 한수원의 재무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웨스팅하우스 지분 51%를 보유한 브룩필드와 여러 차례 지분 인수 협상을 진행했다. 브룩필드는 당초 보유 지분을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최근에는 기업가치 상승에 따라 상당한 지분을 계속 보유하는 방향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웨스팅하우스는 원전 관련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과 제3국에서 원전을 실제 건설할 EPC와 기자재 공급망이 부족해 한국 기업과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 기업 역시 웨스팅하우스와 협력하면 미국뿐 아니라 유럽 등 제3국의 AP1000 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 기업이 웨스팅하우스 지분을 인수하지 않더라도 EPC와 기자재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만큼 지분 투자가 이사회 진입이나 공급망 참여 확대 등 추가 권리로 연결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APR1400의 미국 진출에도 별도의 비용이 뒤따른다. 한전·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는 지난해 체결한 지식재산권 분쟁 타협협정을 개정해 미국에서 APR1400 2기를 건설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한전·한수원은 웨스팅하우스와 기술과 역무, 핵연료 등 3개 분야에 대한 대가를 협의한다. 구체적인 지급 규모와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에 건설을 추진하는 원전 8기 가운데 APR1400은 2기이고 웨스팅하우스의 AP1000은 6기다. AP1000 건설에 국내 시공사와 기자재 업체가 참여하지만 기업별 EPC 범위와 한국산 기자재 조달 규모 등은 앞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특히 첫 사업인 AP1000 2기에서 국내 기업이 어느 수준까지 참여하는지가 이후 APR1400 건설과 웨스팅하우스 공급망 진입 가능성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비용 초과 위험도 남아 있다. 원전 8기에 투입할 수 있는 최대 1200억 달러 가운데 200억 달러는 공사비 증가에 대비한 예비비다. 예비비를 실제 사용하지 않아도 한국의 총 2000억 달러 전략투자 이행액으로 인정된다.
정부는 예비비 200억 달러를 최대한 사용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비가 배정액을 넘으면 초과 원인과 개발사·EPC 업체 간 계약상 귀책 사유를 따져 부담 주체를 정하게 된다.
김 장관은 미국 원전 사업에서 인허가 지연과 공급망 부족으로 대규모 비용 초과가 발생한 전례가 있지만, 이번 사업에는 미국 에너지부가 직접 참여하고 한국 EPC·기자재 업체도 공급망에 합류하는 만큼 관련 위험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원전 8기 건설은 아직 최종 확정된 사업이 아니다. 미국 측이 제시할 부지와 사업구조, 건설 일정이 구체화되면 지반과 냉각용수, 전력 수요처, 송전망 건설 비용 등을 따져 상업적 합리성을 다시 판단해야 한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한국이 제공하는 투자금과 산업 역량을 협상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며 "자금만 공급하고 사업 결정이나 경영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지 못하면 대미투자의 실익이 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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