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준비됐다'던 러시아…2029년까지 드론 기체 2만8000대분 더 찍는다

기사등록 2026/09/21 10:17:47

최종수정 2026/09/21 10:34:24

구글에서 선호하는 매체로 추가

PAN 원료까지 러시아 안에서 생산 추진…中 의존 축소

[오데사=AP/뉴시스] 29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오데사주에서 러시아의 드론 공격을 받은 주거용 건물이 불에 타고 있다. 2026.04.29.
[오데사=AP/뉴시스] 29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오데사주에서 러시아의 드론 공격을 받은 주거용 건물이 불에 타고 있다. 2026.04.29.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하는 자폭 드론의 핵심 소재인 군용 탄소섬유 생산능력을 늘리는 공장 증설에 들어갔다. 2029년까지 연간 500t의 생산능력이 추가된다. 이란 샤헤드-136 계열 드론 기체 골격 약 2만8000대분에 해당한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0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 로사톰 산하 알라부가-볼로크노 공장의 사업·설계·구조 계획 문건을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문건은 우크라이나 정부와 가까운 키이우 소재 싱크탱크 우크라이나안보협력센터(USCC)가 러시아 내부 출처에서 확보했다. 익명의 미국·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미 하원 미·중 전략경쟁특별위원회와 우크라이나 정부가 문건을 검토해 진본으로 판단했다고 폴리티코에 전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5월 타타르스탄공화국 알라부가-볼로크노 공장에 연간 최대 500t의 탄소섬유를 생산할 수 있는 신규 생산라인을 건설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5~7월 위성사진에는 기존 공장 옆 부지가 정리되는 모습이 포착됐고, 8월 위성사진을 별도로 확보한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공장 기초공사가 준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새 생산능력을 샤헤드-136 기체 골격으로 환산하면 연간 약 2만8000대분에 해당한다고 추산했다. 이는 탄소섬유로 만들 수 있는 기체 골격의 물량을 계산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가 현재 게란 계열 공격 드론을 연간 3만6000대 이상 생산할 능력을 갖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2만8000대분의 추가 생산능력을 현재 추정치와 비교하면 약 78%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전했다.

탄소섬유는 드론의 무게를 억제하면서 날개와 내부 구조물을 단단하게 만드는 소재다. 연료탱크와 엔진 주변 구조를 보강하는 데도 쓰인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탄소섬유가 없으면 게란 계열 드론의 가벼운 기체 구조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키이우=AP/뉴시스]이란이 저가 양산형 드론을 대규모로 발사해 고가의 미군 방공 무기체계를 소진시키는 전략을 펼치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2022년 10월17일, 러시아가 발사한 이란제 샤헤드 드론이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공습하는 모습. 2026.03.03.
[키이우=AP/뉴시스]이란이 저가 양산형 드론을 대규모로 발사해 고가의 미군 방공 무기체계를 소진시키는 전략을 펼치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2022년 10월17일, 러시아가 발사한 이란제 샤헤드 드론이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공습하는 모습. 2026.03.03.
러시아가 공장을 키우는 또 다른 목적은 핵심 원료의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데 있다. 로사톰 문건은 공장 확장의 주요 이유로 이중용도 제품의 '수입 대체'와 항공·방위산업 등 전략 분야의 탄소섬유 수요 충족을 들었다.

러시아는 고성능 탄소섬유의 원료인 폴리아크릴로니트릴(PAN) 섬유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올브라이트 소장은 분석했다. 로사톰 내부 계획에는 알라부가 경제특구 안에 새 PAN 생산공장을 짓고 항공우주용 탄소섬유를 생산하는 방안도 담겼다.

이는 중국산 원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이기도 하다. 폴리티코는 앞서 올해 중국 국영 지린화학섬유그룹이 PAN 계열 원료 46t을 알라부가-볼로크노에 보냈으며, 해당 화물이 일반 민수용 합성섬유에 쓰이는 세관 코드로 신고됐다고 내부 운송·통관 문서를 토대로 보도했다.

알라부가-볼로크노와 모기업인 로사톰 첨단소재 부문 우마텍스(UMATEX)는 미국과 영국 등 서방의 제재 대상이다. 로사톰은 이전 보도 당시 회사와 자회사들이 관련 법과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이번 증설 문건에 대해서는 논평을 거부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러시아의 움직임은 한 공장의 증설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분석한 러시아의 무인항공 전략에 따르면 러시아는 2030년 무인항공 시스템 약 13만대, 2035년에는 35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수치는 게란 같은 공격 드론만이 아니라 민수·이중용도 무인기까지 아우르는 전체 무인항공 산업 목표다.

[우크라이나=AP/뉴시스] 14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의 한 비공개 연구소에서 우크라이나 장교가 러시아가 발사한 샤헤드 드론의 잔해에서 나온 열 압력탄을 보여주고 있다. 2024.11.15.
[우크라이나=AP/뉴시스] 14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의 한 비공개 연구소에서 우크라이나 장교가 러시아가 발사한 샤헤드 드론의 잔해에서 나온 열 압력탄을 보여주고 있다. 2024.11.15.
알라부가 경제특구는 이미 러시아의 게란 계열 드론 생산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게란-2는 이란의 샤헤드-136 설계를 바탕으로 러시아가 현지 생산하는 공격 드론이다. 러시아는 값싼 드론을 한꺼번에 대량 투입해 우크라이나 방공망이 여러 지역의 표적을 동시에 상대하도록 압박하는 방식으로 사용해 왔다.

이 같은 공격은 우크라이나 서부와 유럽 국경 가까이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 13일 러시아 드론은 폴란드 국경에서 약 2㎞ 떨어진 우크라이나 야호딘 인근에서 키이우와 바르샤바를 잇는 여객열차를 공격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폴란드는 이후 우크라이나와 맞닿은 국경 시설의 방호를 강화했다.

펜턴 부소장은 러시아가 공중전에서 생산능력을 계속 늘리고 드론 체계를 빠르게 개량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러시아가 탄소섬유 원료에서 완성 기체까지 공급망을 자국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뿐 아니라 유럽이 상대해야 할 드론 물량 자체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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