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매칭부터 인쇄물 제출도…규제 회피 수법 진화
대교협 상담 주 250명 '바늘구멍'…공교육 대안 역부족
![[서울=뉴시스]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의 상업적 판매와 유통을 전면 금지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법망을 피한 신종 대입 컨설팅 서비스가 횡행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1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 2026.03.12.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3/12/NISI20260312_0021206250_web.jpg?rnd=20260312152532)
[서울=뉴시스]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의 상업적 판매와 유통을 전면 금지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법망을 피한 신종 대입 컨설팅 서비스가 횡행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1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 2026.03.1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이은서 인턴기자 = "컨설팅 비용으로 700만원 쓴 친구도 있어요."(고3 수험생 김모(18)양)
"1회 상담에 55만원, 이후 추가로 25만원을 더 써 총 80만원을 컨설팅 비용으로 썼어요. 진짜 비싼 곳은 한 번에 100만원까지 받는 경우도 봤죠."(서울 외고 재학생 B(19)씨)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의 거래를 금지하는 법 개정이 시행됐지만, 대학 입시를 둘러싼 고가 사교육 시장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생기부 자체를 사고파는 대신 대학생 멘토링이나 생기부 분석 등 신종 대입 컨설팅 서비스가 등장하면서다.
특히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교과 성적만으로 합격 가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불안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수십~수백만원의 비용을 들여 민간 컨설팅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대치동과 목동 등 주요 학원가를 중심으로 '생기부 거래 금지' 이후 새로운 형태의 고액 대입 컨설팅 서비스가 판매되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 7월29일부터 생기부 매매 및 제3자 제공을 금지하자, 입시 업체들은 상담과 멘토링을 결합하거나 분리한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특히 대학교 선배를 활용한 1대1 멘토링 방식이 대표적이다. 사설 업체가 수험생에게 상담료나 학원비를 받고, 희망 대학·학과에 합격한 대학생을 연결해 주는 구조다. 업체가 직접 생기부를 분석하는 대신, 선배가 생기부를 보고 조언을 건네는 '비영리 멘토링' 형태로 운영된다.
서울의 대학생 A씨도 이런 멘토링에 참여했다. A(21)씨는 "1대1로 하다 보니 직접 생기부를 보면서 세특 방향성을 알려줬다"며 "시급이 높아 소개 받고 시작했는데 이러한 방식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고 말했다.
수험생들 사이에서 맞춤형 멘토링 선호도가 높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고등학교 2학년 임모(17)양은 "같은 고등학교 출신의 명문대 선배에게 멘토링을 받고 있다"며 "동일한 환경에서 선배가 어떤 생기부를 만들었는지 보고, 직접 참고할 수 있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온라인 플랫폼과 입시 애플리케이션에서는 AI를 활용한 생기부 분석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수험생이 자신의 생기부를 입력하면 AI가 내용을 분석해 강점과 보완점 등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컨설팅 서비스 가격은 회당 수십만원에 육박한다. 고3 수험생 학부모 안미숙(55)씨는 "컨설팅 비용이 적게는 수만원에서 수십만원, 많게는 수백만원에 이른다"며 "정부가 거래를 금지했지만, 결국 정보력과 경제력을 갖춘 이들만 음성적으로 정보를 얻는 깜깜이 입시가 됐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고3 수험생 C(18)씨는 "친구들이 전부 전문 컨설팅을 받는데, 혼자만 안 받으면 뒤처질까봐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 특성상 진학 상담 수요는 여전히 높지만, 이를 충분히 뒷받침할 공공 상담 인프라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B씨는 '어디가 AI 챗봇' 이용 경험을 바탕으로 "수험생의 학교별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같은 2등급이라도 일반고인지 특목고인지에 따라 대학 원서 라인이 달라지는데, 개인별 특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내 무료 대입 컨설팅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고3 수험생 박모(18)양은 "성적 분석을 '좋다', '나쁘다' 등 추상적으로 해주는 면이 있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어 "사설 업체는 공공기관보다 직설적으로 짚어줘 합격 예측이 더 객관적이라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수십만명에 이르는 전체 수험생 규모를 고려하면 공공 상담만으로 개별적인 진학 상담 수요를 모두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대교협 관계자는 "상담 신청 후 완료까지 통상 2주 정도 소요된다"며 "더 많은 학생들이 공공 상담을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고액의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사설 컨설팅 업체에 눈을 돌리는 실정이다.
목동 학원가의 한 사설 컨설팅 관계자는 "수시 원서 접수 시즌 생기부 상담 예약이 예년보다 크게 늘었다"며 "정부 규제 발표 이후 불안감을 느낀 학부모들의 문의가 빗발쳤다"고 전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정성평가 중심의 학종 전형 특성을 고려하면, 금지·규제만으로는 시장 수요를 억누를 수 없다고 지적한다.
입학사정관 출신 조원기 단국대 교수는 "학종은 내신 등급과 같은 정량 정보만으로는 합격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렵다"며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자신의 학생부가 대학에서 어떻게 평가될지 정확히 알기 어려운데, 이런 불확실성과 정보 부족이 외부 컨설팅을 찾게 만드는 근본적인 수요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대학이 학종에서 무엇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더 구체적으로 공개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고교 단계에서 학생들이 충분한 진학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공교육의 상담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현진 서울교대 교수는 "정보가 특정 임계점을 넘어 많아질수록 오히려 의사결정의 질이 떨어진다는 '정보 과부하' 이론처럼, 입시에서 선택지가 늘어날수록 학생과 학부모는 결정을 유예하거나 극심한 불안에 시달리게 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그 불안이 결국 가장 비싼 사교육 컨설팅에 의지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공교육 부문의 진학 상담이 질적·양적으로 충족돼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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