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사치와 군사적 야망 지탱 위해
주민들, 목숨 걸고 할당량 채워야 하고
해외 파견 노동자 휴일 없이 14시간 노동
![[서울=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와 함께 지난 3월11일 제2경제위원회 산하 중요군수공장을 참관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각) 사실상 핵보유국이 된 북한 김정은 체제는 여전히 철저한 주민 착취 체제라고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6.09.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3/12/NISI20260312_0021205430_web.jpg?rnd=20260312094914)
[서울=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와 함께 지난 3월11일 제2경제위원회 산하 중요군수공장을 참관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각) 사실상 핵보유국이 된 북한 김정은 체제는 여전히 철저한 주민 착취 체제라고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6.09.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사실상 핵보유국이 된 북한의 경제가 수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중국, 러시아, 미국의 지도자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앞 다퉈 상대하고 있다.
이처럼 김정은이 승자로 부상했으나 북한의 체제는 여전히 중국과 러시아의 도움 아래 국민들을 체계적으로 착취하는데 기반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김정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병력과 탄약을 제공하면서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는 첨단 군사기술과 밀가루, 돼지고기, 석유 같은 핵심 물자를 평양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그러나 그 대가는 북한 안팎의 주민들에게 엄청나다.
수천 명의 북한 군인들이 머나먼 전장에서 전사하거나 부상했다.
러시아에서 전사한 북한군의 한 소대장은 일기에서 “매일 보고를 기다리며 몸을 떤다. 몇 명의 군인이 희생됐는지, 용맹을 추구하다 무모한 희생을 치른 것은 아닌지, 두려움에 굴복했거나 적에게 포로로 잡힌 것은 아닌지 생각한다”고 썼다.
더 많은 북한 주민들이 전선 뒤에서 일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이 설정한 수입 할당량을 충족하기 위해 군용 드론 공장에서 일하고,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도시를 복구하고, 러시아 전역에서 아파트를 건설한다.
러시아가 제재를 피하기 위해 많은 북한 노동자들을 학생 비자로 받아들인다. 이들은 학교는 구경도 못하며 대신 화물 컨테이너에서 숙식하면서 거의 쉬는 날도 없이 하루 14시간씩 일한다.
중국은 유엔 제재를 위반하면서 북한산 석탄을 공개적으로 수입하고 있다. 이 석탄은 북한 중부와 북부에서 강제노동에 갇힌 노동자들에 의해 채굴된다.
북한의 가장 큰 공식 수출품인 가발과 인조 속눈썹 같은 모발 제품은 잔혹한 생산 과정을 거친다.
이런 제품의 상당 부분은 노동교화소에서 생산되며, 수감자들은 매일 할당량을 채우도록 강요받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굶어 죽을 위험에 처한다.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평양이 2024년 한 해에만 중국에 이 제품을 판매해 벌어들인 돈은 1억8800만 달러였다.
명목상 북한은 주민들에게 무상으로 물자를 제공하는 사회주의 국가지만 실제로는 할당량의 국가다.
모든 사람이 김정은의 사치스러운 생활과 군사적 야망을 유지하는 지하경제에 기여해야 한다. 호화로운 만찬과 장갑차, 고급 요트, 해변 휴양지, 핵미사일을 유지하는 경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북한 경제는 지난 3년 동안 각각 3% 넘게 성장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의 경제 위축에서 극적으로 반전한 것이다.
가발 제작자들
자동차 2대 크기의 차고만한 감방 하나에 100명이 넘는 여성들이 수용돼 있었다.
씻지 않은 몸에서 나는 악취를 견디지 못한 교도관들은 수감자를 부를 때 3m 떨어진 곳에 무릎을 꿇으라고 명령했다. 빈대가 죽그릇 안으로 떨어졌다.
일은 새벽부터 시작됐다. 시력이 좋은 젊은 여성들이 가발과 인조 속눈썹을 꿰맸다. 중국어로 표시된 원자재를 싣고 온 트럭들이 완성품을 싣고 떠났다. 교도소 당국자들은 그 물품이 인근 도시 라선을 거쳐 중국으로 보내진다고 수감자들에게 밝혔다.
백혜옥은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얻어 맞았고 배급량이 줄었다”면서 할당량을 채우는데 목숨이 달렸다고 회상했다.
청우리 노동교화소 수감자 출신으로 탈북한 이영주는 매년 수감자 10명 중 대략 1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먹을 것이 부족해 국경을 넘었다가 붙잡힌 사람들이 많이 수감돼 있었다. 밀반입된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처벌받은 사람들도 있었다.
배고품을 이기지 못한 일부 수감자들이 시신의 구데기를 먹기도 했다.
이영주는 “그곳은 살아 있는 지옥이었다”고 말했다.
특권층
마을 주민들은 중국으로 수출할 열매를 찾기 위해 산을 샅샅이 뒤진다. 학생들은 군인들의 장갑에 쓰일 토끼 가죽을 공급한다. 트랙터 공장에서는 생산 라인이 두 갈래로 나뉜다. 한쪽에서는 농기계를 만들고 다른 쪽에서는 탱크를 만든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130만 명 규모의 군대는 건설 현장에 투입되는 무상 노동력으로도 활용된다.
반면 특권층은 김정은의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금도금 동상에 자금을 대고, 그들의 방부 처리된 시신이 안치된 평양의 묘역을 관리한다.
외화 벌이를 위한 특권층의 경쟁도 치열하다.
노동당 39호실 전 책임자의 사위인 류현우 전 쿠웨이트주재 북한 대사 대리는 외교관들이 김정은을 위한 “충성자금”을 마련하거나 그의 가족이 러시아산 킹크랩과 아라비아산 과자, 금촉 몽블랑 펜을 선호하는 취향을 충족시키기 위해 외교행낭에 쿠바산 시가와 아프리카산 코뿔소 뿔을 몰래 넣어 운반한다고 전했다.
북한의 주요 정보기관인 정찰총국조차 부업으로 사업을 한다. 류현우에 따르면 한때 정찰총국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해커와 정보기술 노동자 19명으로 구성된 팀을 두기도 했다. 이들은 암호화폐를 훔치거나 도난당한 신원을 이용해 프리랜서 코딩 일감을 따냈다.
평양은 수학과 과학에 재능이 있는 어린 학생들을 선발해 어린 나이부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나 해커가 되도록 훈련한다. 이후 이들을 중국과 러시아, 중동에 파견한다. 그곳에서 이들은 기숙사 생활을 하고 비밀경찰의 감시를 받으면서 정권의 금고를 채우는 일을 돕는다.
분석업체 트롬 랩스에 따르면 올해 첫 4개월 동안 이들이 탈취된 전 세계 암호화폐의 76%를 차지했다.
광부들
광산은 가장 낮은 계층으로 분류된 사람들을 내다 버리는 곳으로 활용된다. 여기에는 손명화의 아버지와 형제 자매들처럼 1950년대 한국인 전쟁포로들과 그 후손들이 포함된다.
석탄과 철광석 수출은 오랫동안 북한 경제의 생명줄이었다. 하지만 유엔 제재가 약 10년 전부터 이 거래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밀수는 번성했다. 선박들은 위치 발신기를 끄고 공해상에서 화물을 환적했다.
런던에 기반을 둔 오픈소스센터가 지난해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산 석탄과 철광석을 중국 항구로 운송한 상습 위반 선박 6척이 확인됐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이 지난 2024년 대북 제재 이행을 감시하던 유엔 전문가 패널을 해체한 뒤로는 북한 광물 수입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의 지난 7월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주요 석탄·석유 터미널인 남포를 대형 화물선이 방문한 횟수가 2019년 이후 5배로 급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제재 대상 선박들은 더 이상 숨어 있지 않고 중국의 터미널에 “공개적으로” 정박하고 있다.
‘학생들’
그는 2017년 정권을 위해 돈을 벌라는 명령을 받고 러시아로 갔다. 그는 자신과 동료 33명이 “나라의 핵무력 건설을 선도하는 전사들”이라고 칭송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모스크바에서 오전 7시부터 자정 넘을 때까지 일해야 했다.
남자들은 공사 중인 건물의 먼지투성이 바닥에서 잠을 자거나 화물 컨테이너 안에 빽빽하게 들어가 지냈으며, 매달 600달러의 의무 수입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일했다.
서류상 그는 모스크바의 유럽 저스토대학교에 재학 중이었지만 실제로는 벽돌을 쌓고 콘크리트 판을 만들고 벽에 미장을 하는 일을 했다.
그는 한국으로 탈북한 뒤 “우리는 학교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다”고 회상했다.
김정은 집권 아래 노동자 수출은 거의 모든 국가기관의 부업이 됐다.
2019년 유엔의 본국 송환 시한을 무시한 채 약 10만 명의 북한 노동자가 중국에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정부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해 북한인에게 3만6000건이 넘는 입국 비자를 발급했다. 2024년보다 4배 증가한 수치이며, 거의 모두 교육을 목적으로 한 비자였다.
이주 노동자들
오늘날 러시아의 인력 알선업체들은 방직공장과 식당, 농장에서 장시간 일할 북한 노동자들을 공개적으로 모집하고 있다. 러시아의 한 시장은 “로봇처럼 일하는” 북한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너무 높아 자신의 도시가 거리 청소부로 고용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한 인력 알선업체의 구인 광고에는 “우리는 규율을 보장한다. 직원들은 담배를 피우는 휴식 시간이나 결근 없이 정해진 일정에 따라 엄격하게 일한다”고 적혀 있다.
모스크바 인근의 또 다른 구인 공고는 북한 여성 40명을 고용할 수 있다고 제시하면서, 앞으로 고용하는 사람이 이들을 모두 함께 숙소에 살게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는 탈북을 막기 위해 북한 측 감독자들이 요구하는 조건이다.
네덜란드 글로벌 라이츠 컴플라이언스의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의 북한 노동자들은 평균 하루 14시간씩 일하며, 일부는 1년에 고작 이틀만 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평양에서 파견된 보안요원들의 숨 막힐 듯한 감시 아래 생활한다. 러시아에서 탈출한 북한 노동자들은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 아르메니아 출신 동료들이 가족에게 자유롭게 전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자신들은 그렇게 할 수 없었던 것이 가장 고통스러웠다고 회상했다.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져 버려진 옷을 찾아야 했다고 말했다.
2022년 러시아를 떠나 한국으로 탈북한 한 북한 노동자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평양은 국가가 겪고 있던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할당량을 높이고 러시아의 노동자들에게 계속 일하라고 명령했다.
그 노동자는 “우리는 짐을 나르는 동물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전장에 투입된 군인들
그의 시신에서 회수된 문서는 김정은이 러시아에 파견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군 약 1만6000명이 처한 상황을 드러냈다.
이들은 사실상 총알받이였다. 한국 정보당국은 이 가운데 최대 2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
미국의 인권재단이 확보한 문서에는 북한군의 파견 계획과 지시사항, 전장 경험이 기록돼 있었다. 2쪽 분량의 문서에는 일부 북한군이 “적의 포격이 빗발치고 벌떼처럼 몰려드는 자살 드론에 휩싸이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적혀 있었다.
군인들이 쓰러지면 동료들은 적의 포화를 무시하고 그들을 구하기 위해 달려가는 경우가 많았으며, 그 과정에서 추가 사상자가 발생했다. 러시아의 후송 차량이 부상자에게 도착하는 데는 통상 10시간이 넘게 걸렸다.
“부상자를 제때 후송하지 못했기 때문에 전투원들이 후송 과정에서 희생됐다”고 적힌 문서도 있었다.
이런 기록은 북한의 공식 서사와 극명하게 대조된다. 북한에서는 전사자들을 순교자로 미화하고 있으며, 부상한 상태에서 포로가 될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많은 군인들이 수류탄을 터뜨리는 것을 선택했다고 주장한다.
전사한 소대장의 일기는 그런 압박이 초래한 인간적 대가를 드러냈다.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사망한 군인의 일기를 회수해 인권재단에 전달했다. 그 일기에서 이 장교는 “전투에서 비할 데 없는 용맹을 보여” “조국과 당에 가장 큰 기쁨과 만족을 주어야 한다”는 의무와, 자신의 야망이 결국 부하들의 목숨을 대가로 치르게 할 것이라는 개인적인 두려움 사이에서 겪는 갈등을 암시했다.
2024년 12월 그는 전사한 동료들을 위해 마지막 기도를 적었다. 같은 달 그는 고향에 있는 자신의 “공주님”에게 편지를 쓰며 자신이 돌아오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약속을 남겼다.
그는 자신이 죽는다면 “나비가 되어 너를 찾아가겠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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