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자(들)' 사회부장 김재환
"가진 기질로 할 수 있는 연기 고민"
"이민호 믿었고 유해진에게 배웠다"
"이민호, 70년대 리얼리티 가진 배우"
"유해진, 배우로서 장수 비결 늘 궁금"
"후반부 연기 무중력 상태 경험했다"
"한국영화 새 장르로 다가가고 싶어"
![[서울=뉴시스] 박해일. (사진=하이프미디어코프 제공) 2026.09.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9/15/NISI20260915_0002240203_web.jpg?rnd=20260915173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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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재민 인턴 기자 = 배우 박해일(49)은 2000년 데뷔해 올해 연기 27년차에 접어들었다. 오랜 시간 연기했지만 매번 새로운 캐릭터를 만날 때마다 자신이 가진 기질로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하며 작업에 임한다고 했다. 그는 "어떤 영화에 어떤 배우의 연기는 제가 두손 두발 다 들게 될 때가 있다. 보통 저와 기질이 다른 배우가 멋진 연기를 했을 때 그렇다. 그런데 그걸 따라한다고 되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라는 기질의 자연인이 가진 배우로서 할 수 있는게 무엇인가를 매번 고민한다"고 했다.
박해일은 영화 '암살자(들)'에서 동성일보 사회부 부장 '김재환'을 연기했다. 김재환은 1974년 8월15일 광복절 기념식에서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살 사건 배후를 쫓고 이를 세상에 알리는 인물이다.
그 시절 대한민국엔 급격한 경제 성장과 삼엄한 정치적 통제가 공존했다. 기사는 검열됐고 사내에는 정권 압박에 순응하려는 경영진과 진실을 보도하려는 기자들 사이 긴장감이 팽배했다. 언론사가 언론사로서 기능 하지 못하던 상황에서 김재환은 사회부장이자 팀 수장으로서 소임을 다한다. 중요 취재를 신입 기자에 맡겨 경험을 쌓을 기회를 주고 중앙정보부 탄압을 받아도 끝내 제자리로 돌아와 기사를 써 내려간다. 그리고 끝내 힘을 모아 자유언론 실천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연출을 맡은 허진호 감독은 김재환에 대해 "당대에 보기 드문 언론인 김재환의 모습은 배우 박해일이 직접 만들어냈다"고 했다.
박해일은 "신문사에서도 그렇듯 저도 과거 연극할 때 '선배' 이런 말들을 많이 썼다. 이런 호칭 덕에 그 시대엔 그만큼 단결과 단합이 잘 됐다고 생각한다"며 "나이의 격차보다는 기사를 쓰는 본질에 집중하는 태도가 좋겠다고 생각했다. 편집국장에게 '형'이라고도 한다. 언론사는 다른 직종의 조직이 갖는 태도와 미세하게 다른데 저는 오히려 이걸 되게 좋은 측면으로 생각하는 기질의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김재환이 본질에 집중하기 위해 팀의 단결과 단합을 중요하게 여겼듯 박해일 역시 이번 작품에서 함께하는 배우들과 앙상블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는 후배 이민호와 선배 유해진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박해일은 화면에서 자신만 돋보이기보단 한 화면에 함께 등장하는 배우들과 앙상블을 만들어내는 데 더 큰 가치를 뒀다. "제가 해야 될 어느 순간만을 잘하자 주의가 아니고 같이 잘 녹아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사실은 더 좋은 연기이고 괜찮은 작품이 나올 수 있는 여지가 될 수 있는 태도 아닌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작업하는 게 더 재밌기도 하고요."
![[서울=뉴시스] 박해일. (사진=하이프미디어코프 제공) 2026.09.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9/15/NISI20260915_0002240214_web.jpg?rnd=20260915173924)
[서울=뉴시스] 박해일. (사진=하이프미디어코프 제공) 2026.09.15.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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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일은 이번 작품에서 섣부른 확신을 가지고 연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감독·스태프·배우들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대화를 나누며 창작의 세계에 빠져보고자 했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며 가는 느낌 있잖아요. '이렇게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가는 게 맞는 걸까' 그런 기분으로 계속 감독님과 대화도 하고 메인 스태프들 그리고 배우분들과 소통했습니다. 제가 연기해야 될 부분들이 그 시대적 느낌으로 지금 가고 있는가 그런 질문들을 꽤 많이 했습니다."
김재환이 타자기 앞에 앉아 진실을 기록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며 진실을 추적하는 이들이 필요했다. 유해진이 연기한 형사 '철구'와 이민호가 맡은 신입기자 '영일'이 바로 그 역할을 맡는다. 특히 재환은 영일을 팀원으로서의 신뢰하고 일본 출장을 맡긴다. 피살 사건의 진짜 배후를 찾아보라는 임무였다. 영일은 취재를 통해 피살의 배후로 지목된 문태광이 작전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며 진짜 배후가 따로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다가간다.
이민호가 영일 역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반응은 엇갈렸다. 백마 탄 왕자님 이미지가 강한 이민호가 패기와 열정 넘치는 신입 기자 역에 어울리느냐는 의문도 나왔다. 하지만 영화 속 김재환이 영일을 신뢰했듯 박해일 역시 후배 이민호가 배우로서 가진 장점이 이번 작품에 필요한 요소였다고 봤다. 이민호가 가진 선명한 얼굴선과 남성적인 이미지가 197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과 맞아 떨어지면서 캐릭터의 현실감을 더했다는 것이다.
박해일은 "왜 민호씨가 이 영화에 나와야 하는지, 보신 분들은 알 거다. 민호씨가 실제로 봐도 되게 남성미가 있다. 얼굴선이 굵고 선명한 느낌이 있어서 70년대 신성일 선생님 느낌도 든다. 낯선 이미지가 아니었다. 74년도에 있을 법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리얼리티를 보여줄 수 있는 배우인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민호 씨는 허 감독님이 필요했을 법한 어떤 면면을 다 갖추고 있는 배우였다"고 했다. 박해일은 이민호의 촬영 현장에서 태도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본인 촬영이 없는데도 몇 번을 그렇게 촬영 현장에 왔다. 와서 궁금한 건 배우고 응원도 해줬다. 촬영 때는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임하더라"고 말했다.
박해일은 후배 이민호를 배우로서 존중하고 신뢰하며 사회부 선후배로서 앙상블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선배 유해진과 호흡도 더해졌다. 박해일은 유해진의 연기 방식을 직접 보고 배우고 싶었다고 했다.
박해일은 "바로 직전에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정점을 찍었고 기운이 너무 좋으시다. 현장에서 도대체 어떻게 한 장면 한 장면 찍어나가시며 어떻게 준비를 하시는가가 너무 궁금했다"고 했다. 이어 "시나리오를 몰래 봤는데 빼곡하게 매 장면 매 장수에 메모를 하고 계셨다. 그 선배의 아이디어, 이 작품을 생각하는 의견과 생각 모든 것들이 담긴 진짜 지도 같은 거였다. 그걸 항상 갖고 다니신다. 현장에서 그때 그때 그 카드를 꺼내 놓으시는 거다. 저는 그런 타입의 배우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박해일은 촬영하는 작품의 분위기에 맞춰 일상의 루틴까지 바꾸는 유해진의 모습에 주목했다. 박해일은 "촬영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해진 선배 차가 도로가에 멈추더라. 그런데 선배가 갑자기 러닝 복장으로 갈아입고 도로 중간에 내려서 한 5~7킬로 남았는데 뛰어가시겠다 하시고 매니저를 보내더라"고 했다. 그는 "그걸 보며 무릎을 쳤다. 스트레스는 그날 그 순간에 푸시는구나. 긴 호흡으로 촬영이 끝날 때까지 가져갈 수 있는 체력과 마인드를 저런 식으로 푸는구나. 제가 그걸 따라 했다. 그런 식으로 선배한테 배우게 된 게 있다"고 했다.
이번 영화에서 박해일이 가장 중요하게 꼽은 장면 중 하나는 자유언론 실천선언을 외치는 장면이었다. 그는 선언문을 읽는 순간 현실의 자신을 잠시 잊고 김재환 그 자체가 되는 일종의 무중력 상태를 경험했다고 했다. 박해일은 "'정신없이 판이 펼쳐지는 신문사 공간 안에서 무언가를 선언하면서 읽는 게 될까'라는 부분에서 연기적으로 고민이 시작됐다"고 했다.
그는 "'헤어질 결심' 때는 맨 마지막에 바닷가에서 혼자 핸드폰을 듣는 장면에서 한 두 번 나올까 말까 하는 무중력 상태였는데, 이번에 자유언론 실천선언문을 읽는 그 신이 저한테는 좀 다행스럽게도 (무중력 상태가) 그때 쯤 한 번 와줬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앞에 비극적인 상황들이 벌어지니 완벽하게 외워서 대사를 하는 것도 좀 그랬다. 앞에 상황을 같이 느끼면서 해야 되다 보니까 조금 발음이 틀려도 그 감정을 그냥 쭉 밀고 나가 보자고 했던 기억이 있다"며 "제가 우려했던 것보다는 그래도 이 정도면 저는 만족한다"고 했다.
결국 박해일이 연기한 김재환은 실제 박해일과 여러 면에서 닮아 있다. 김재환이 영일을 신뢰하고 취재를 맡겼듯 박해일은 후배 이민호가 배우로서 가진 장점을 발견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끌어냈다. 김재환이 동료들과 함께 진실을 좇았듯 박해일은 선배 유해진과 호흡하며 그에게서 배우고자 했다. 무엇보다 김재환이 자유언론 실천선언을 온몸으로 외쳤듯, 박해일 역시 자신을 무중력 상태에 밀어 넣고 김재환이라는 인물 자체가 되는 순간을 만들어냈다. 인터뷰에서 박해일은 이번 작품을 통해 한국 영화의 장르적 가능성을 확장하고 싶었다는 마음도 드러냈다.
"시나리오를 받고 감독님에게 물었습니다. '혹시 저라는 캐릭터를 일부분이라도 가져가면서 관객에게 한국영화가 이런 장르도 우리가 만들어 낼 수 있다, 라는 식으로 가볼 수 있을까요' 라고 했더니 감독님도 좋아하셨던 기억이 있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영화 장르에 있어 저는 새로운 한국영화로 다가가고 싶었던 마음이 제일 컸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