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전주박물관 특별전 '도량으로의 귀환'
1695년 조각승 성심 제작·백자 후령통 등 44건 126점 공개
진열 스승 계보·백자 후령통 등 학술적 가치 조명
![[전주=뉴시스] 15일 국립전국박물관 특별전 '도량으로의 귀환, 전주 사고사 나한' 언론공개회 현장 2026.09.15. suejeeq@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9/15/NISI20260915_0002239730_web.jpg?rnd=20260915141220)
[전주=뉴시스] 15일 국립전국박물관 특별전 '도량으로의 귀환, 전주 사고사 나한' 언론공개회 현장 2026.09.15. [email protected]
[전주=뉴시스]이수지 기자 = 서로 다른 표정과 자세를 취한 십육나한이 한 공간에 자리했다. 어떤 나한은 근엄한 표정으로, 어떤 나한은 해학적인 미소를 머금었다. 저마다 다른 모습이지만 16구가 한자리에 모이자 하나의 장엄한 장면이 연출됐다.
국립전주박물관이 대한불교조계종 서고사와 함께 16일 개막하는 특별전 '도량으로의 귀환, 전주 서고사 나한'에는 지난 2004년 절도범에 의해 도량(道場)을 떠나 방랑했던 나한상들이 22년 만에 마침내 온전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강건우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15일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 특별전 언론 공개회에서 "조선 후기 나한상이 대개 둔중하고 힘이 들어간 것과 달리 서고사 나한상은 세밀하고 정교하며 여성적인 유연한 선을 지닌 점이 특징"이라며 "조선 시대 복원 기록과 복서(복위 명문)의 순서(우1, 우2, 좌1, 좌2 등)에 맞춰 나한상들을 당시 배율대로 전시했다"고 밝혔다.
조계종 제17교구 본사 금산사의 지원 아래 추진된 이번 전시는 서고사 나한전(拏漢殿)을 지키던 나한상 16구 중 2004년 8구가 도난당한 후 2014년 1차 4구와 2020년 2차 4구 등 두 차례에 걸쳐 조사와 법적 절차 끝에 환수된 성보문화유산의 역사와 가치를 알리는 자리다. 지난 5년간 추진된 전북 사찰 문화유산 종합조사의 첫 결실이다.
![[전주=뉴시스] 15일 국립전국박물관 특별전 '도량으로의 귀환, 전주 사고사 나한' 언론공개회에 참석한 서고사 주지 진선 스님 2026.09.15. suejeeq@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9/15/NISI20260915_0002239741_web.jpg?rnd=20260915141634)
[전주=뉴시스] 15일 국립전국박물관 특별전 '도량으로의 귀환, 전주 사고사 나한' 언론공개회에 참석한 서고사 주지 진선 스님 2026.09.15. [email protected]
강 학예연구사는 "2004년 7월 서고사 나한전에서 나한상 8구와 관련 유물들이 도난당했고 2014년 옥션 경매에 출품된 유물 조사를 통해 서고사 나한상임을 확인해 경찰 조사와 법적 절차를 거쳐 2017년에 회수했다"며 "환수 후 금산사 성보박물관으로 이전돼 전라북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0년 경매 시장과 수장고 조사를 통해 추가로 2구를 환수해 이번 전시는 도난당했던 나한상들이 22년 만에 다시 모여 관람객들에게 전시되는 뜻깊은 자리"라고 강조했다.
나한은 산스크리트어 '아라한(Arhat)'에서 유래한 말로 깨달음을 얻은 성자를 뜻한다. 불교에서는 깨달음을 얻었지만 열반에 들기를 미루고 세상에 머물며 중생을 돕는 존재로 여겨진다.
유교를 중시했던 조선시대에도 왕실과 민간을 중심으로 나한 신앙은 이어졌고, 서고사 나한상 역시 이러한 신앙적 배경 속에서 조성됐다.
서고사 나한상은 조선 후기 불교조각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발원문을 통해 1695년 5월 23일 조각승 성심(性心) 등이 제작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전주=뉴시스] 15일 국립전국박물관 특별전 '도량으로의 귀환, 전주 사고사 나한'에 전시된 석불좌상 (왼쪽) 2026.09.15. suejeeq@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9/15/NISI20260915_0002239734_web.jpg?rnd=20260915141340)
[전주=뉴시스] 15일 국립전국박물관 특별전 '도량으로의 귀환, 전주 사고사 나한'에 전시된 석불좌상 (왼쪽) 2026.09.15. [email protected]
전시된 '신증동국여지승람', '완산지', '전주지도' 등 문헌들은 역사적으로 서고사 위치를 보여준다. 석불좌상과 독성도 등 관련 유물도 공개됐다.
특히 서고사 나한상은 정확한 제작 연대와 조각승이 확인된다는 점에서 조선 후기 불교조각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강 학예연구사는 "서고사 나한상은 발원문을 통해 조선 숙종 21년(1695년 5월 23일), 수조각승 성심(性心)과 그의 제자들이 조성해 흥덕현 소요산 백년사에 봉안했던 기년명(紀年銘) 불상임이 명확히 밝혀졌다"며 "이번 복장 발원문 조사를 통해 18세기를 대표하는 거장 조각승 '진열(振悅)'의 스승이 '성심(性心)'이었음이 새롭게 밝혀져, 조선 후기 불교 조각승의 계보를 규명하는 결정적 단서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전주=뉴시스] 15일 국립전국박물관 특별전 '도량으로의 귀환, 전주 사고사 나한'에 공개된 후령통(왼쪽) 2026.09.15. suejeeq@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9/15/NISI20260915_0002239735_web.jpg?rnd=20260915141400)
[전주=뉴시스] 15일 국립전국박물관 특별전 '도량으로의 귀환, 전주 사고사 나한'에 공개된 후령통(왼쪽) 2026.09.15. [email protected]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제14존자 벌나파사상에서 나온 백자 후령통이다. 불상에 봉안된 복장물 가운데 후령통은 중요한 의례적 의미를 지닌다. 이번에 공개된 후령통은 백자로 제작된 사례로 학술적 가치가 크다.
강 학예연구사는 "후령통을 감싸고 있던 황초복자(노란 비단 보자) 안에서 백자로 만든 후령통이 발견됐다"며 "기존의 금, 은, 동, 종이 후령통과 달리 백자로 된 불복장 후령통은 유례가 없는 최초 사례"라고 강조했다.
발원문과 경전, 다라니, 후령통 등이 전시되며, 컴퓨터단층촬영(CT)과 엑스선형광분석(XRF) 등을 활용한 과학적 조사 결과도 소개됐다.
![[전주=뉴시스] 15일 국립전국박물관 특별전 '도량으로의 귀환, 전주 사고사 나한' 언론공개회에 참석한 박경도 국립전주박물관장 2026.09.15. suejeeq@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9/15/NISI20260915_0002239732_web.jpg?rnd=20260915141306)
[전주=뉴시스] 15일 국립전국박물관 특별전 '도량으로의 귀환, 전주 사고사 나한' 언론공개회에 참석한 박경도 국립전주박물관장 2026.09.15. [email protected]
박경도 국립전주박물관장은 "전시 제목 '귀환'은 도난당했다가 회수된 역사적 상황과 본래의 신성한 도량으로 돌아온 의미를 담고 있다"며 "CT 촬영과 정밀 학술 조사를 통해 도난 이전의 모습을 복원하고 규명해낸 성과를 국민과 공유하게 되어 뜻깊다"고 밝혔다.
서고사 주지 진성 스님 역시 "수년간 흩어져 있던 나한님들이 온전히 돌아오신 것은 사부대중과 전주 시민들의 정성이 모여 이뤄낸 기적"이라며 "엄숙함과 해학적인 미소를 동시에 지닌 나한님들의 안락함 속에서 지친 현대인들이 마음의 위로와 고향을 찾길 발원한다"고 전했다.
![[전주=뉴시스] 15일 국립전국박물관 특별전 '도량으로의 귀환, 전주 사고사 나한' 언론공개회에 공개된 촉각 체험물 2026.09.15. suejeeq@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9/15/NISI20260915_0002239744_web.jpg?rnd=20260915141714)
[전주=뉴시스] 15일 국립전국박물관 특별전 '도량으로의 귀환, 전주 사고사 나한' 언론공개회에 공개된 촉각 체험물 2026.09.15. [email protected]
박물관은 촉지도 등 시각·문화 취약계층을 위한 촉각 체험물과 '나만의 나한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관람객의 접근성을 높였다.
내달 15일에는 박물관 강당에서 연계 학술대회 '전주 서고사와 나한상'을 개최하여 미술사적·과학적 조사 성과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어 오는 12월에는 그동안의 정밀 조사 결과와 연구 성과를 한데 모은 종합 보고서를 발간한다.
전시는 오는 11월 29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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