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캠퍼스·대학가 직접 찾아 '혼플' 풍경 확인
학생식당·카페·식당가까지 1인 공간 곳곳에
"혼자 있는 게 편해"…'함께'가 당연하지 않은 대학생활
![[서울=뉴시스] 김하은·진민아 인턴기자 = 11일 서울 성북구 소재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의 모습. 혼자 광장을 찾은 학생들이 자유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6.09.11.](https://img1.newsis.com/2026/09/14/NISI20260914_0002238835_web.jpg?rnd=20260914161400)
[서울=뉴시스] 김하은·진민아 인턴기자 = 11일 서울 성북구 소재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의 모습. 혼자 광장을 찾은 학생들이 자유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6.09.11.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김하은 인턴기자, 진민아 인턴기자 = "혼자가 최고예요. 외롭다고 느껴본 적은 딱히 없어요.”
요즘 대학생들에게 혼자 밥을 먹고, 혼자 공부하고, 혼자 공강을 보내는 건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친구가 없어서가 아니라 굳이 다른 사람의 시간에 자신을 맞추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대학가에서 ‘혼플(혼자서 플레이)’이 얼마나 일상화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 11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를 찾았다. 광장과 라운지, 도서관, 학생식당, 카페 등을 돌며 혼자 있는 학생들의 모습을 살폈다. 이날 확인한 모습을 바탕으로 ‘혼플 밀도 지도’도 만들어봤다.
광장부터 식당까지…곳곳에 '혼플' 풍경
라운지로 들어서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자리는 제법 차 있었지만 말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이어폰을 낀 채 과제를 하거나 태블릿PC로 영상을 보는 학생, 긴 의자에 기대 잠을 청하는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4인용 테이블에도 학생들이 두 명씩 앉아 있었지만 서로 마주보지 않았다. 대각선 끝에 떨어져 각자의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도서관은 혼자 공부하는 학생들로 가득했다. 대부분 각자의 책과 노트북 앞에 앉아 공부에 집중하고 있었다.
낮 12시 학생식당에서도 혼밥은 특별한 풍경이 아니었다. 다인용 테이블에 혼자 앉아 휴대전화로 영상을 보며 식사하는 학생들이 절반 이상으로 보였다.
정모씨(21·영어교육과 25학번)는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는 혼자 밥을 먹는다”며 “1학년 때는 같이 듣는 전공수업이 많아 자연스럽게 몰려다니지만 2학년부터는 각자 듣고 싶은 수업이 달라져 점심시간을 맞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자격증이나 대외활동처럼 할 일이 있으면 점심은 혼자 간단히 먹고 공강에 공부하기도 한다”며 “혼자 먹는다고 딱히 외롭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김하은·진민아 인턴기자 = 11일 고려대학교 인근 카페 매장 내부. 1인 전용 좌석에 학생들이 줄지어 앉아있다. 2026.09.11.](https://img1.newsis.com/2026/09/14/NISI20260914_0002238837_web.jpg?rnd=20260914161524)
[서울=뉴시스] 김하은·진민아 인턴기자 = 11일 고려대학교 인근 카페 매장 내부. 1인 전용 좌석에 학생들이 줄지어 앉아있다. 2026.09.11.
카페도 식당도 '1인용'…대학가 풍경도 바뀌었다
2층에는 대부분 혼자 노트북을 켜거나 책을 펼쳐놓고 있었다. 벽면에는 칸막이로 분리된 1인석이 줄지어 있었고, 학생들은 각자의 공간에 파묻혀 공부하거나 잠시 엎드려 쉬고 있었다. 카페라기보다 독서실에 가까웠다.
학교 밖 식당가도 달라지고 있었다. 2인용 테이블을 혼자 차지한 학생부터 벽을 보고 먹는 1인석, '1인 밥상'을 내건 식당까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인근에는 1인 샤브샤브와 덮밥집, 1인분 상차림을 제공하는 삼겹살집도 자리 잡고 있었다.
3년째 인근에서 일식당을 운영하는 신모씨(45)는 "혼밥하는 학생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며 “2인용 테이블을 혼밥용으로 만든 건 아니지만 혼자 온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그렇게 사용한다”고 말했다.
20년 가까이 고려대 인근에서 분식집을 운영한 이모씨(60대)도 “10년 전만 해도 학생들이 여러 명씩 몰려와 같이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혼자 먹으러 오는 학생들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다”고 했다.
식당은 늘어나는 혼밥 손님을 고려해 5년 전 매장을 이전하면서 벽을 마주 보고 먹는 혼밥석도 마련했다.
![[서울=뉴시스] 김하은·진민아 인턴기자 = '혼플' 학생들의 비율을 나타내 만든 '혼플 밀도 지도'](https://img1.newsis.com/2026/09/14/NISI20260914_0002238841_web.jpg?rnd=20260914161630)
[서울=뉴시스] 김하은·진민아 인턴기자 = '혼플' 학생들의 비율을 나타내 만든 '혼플 밀도 지도'
‘혼플 밀도 지도’ 그려보니…캠퍼스가 온통 빨간색
지도를 완성하니 공부하는 공간뿐 아니라 식당과 카페, 휴식 공간까지 곳곳이 빨간색으로 칠해졌다. ‘혼플’이 특정 공간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캠퍼스 전반에 퍼져 있는 셈이다.
더 흥미로운 점은 학생들이 이런 풍경을 그다지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들에게 혼플은 이미 익숙한 일상이었다.
정모씨(22·노어노문학과 24학번)는 “같이 먹든 혼자 먹든 상관없지만 굳이 친구를 찾아서 밥을 먹을 정도는 아니다”라며 “친구와 일부러 일정을 맞춰 식사하는 것도 3~4주에 한 번 정도”라고 말했다.
김모씨(23·보건정책관리학부 23학번)는 “같이 먹으려면 메뉴도 맞추고 서로 스케줄도 맞춰야 한다”며 “혼자서도 할 수 있는데 굳이 매번 같이 해야 하나 싶은 것”이라고 했다.
오히려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긴다는 학생도 있었다.
![[서울=뉴시스] 김하은·진민아 인턴기자 = 11일 고려대학교 학생회관 1층 식당에서 학생들이 혼자 테이블에 앉아 밥을 먹고 있다. 2026.09.11.](https://img1.newsis.com/2026/09/14/NISI20260914_0002238844_web.jpg?rnd=20260914161729)
[서울=뉴시스] 김하은·진민아 인턴기자 = 11일 고려대학교 학생회관 1층 식당에서 학생들이 혼자 테이블에 앉아 밥을 먹고 있다. 2026.09.11.
오모씨(23·독어독문학과 24학번)는 "저학년 때는 친구들과 똘똘 뭉쳐 자투리 시간에도 광장에서 만났는데, 학년이 올라가며 혼자 다녀보니 지금이 훨씬 편하다"며 "밥을 먹으면서 계속 이야기하는 것도 에너지다. 혼자 생각을 정리하면서 먹는 시간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정보도 많이 쏟아지고 대외활동이나 취업 준비처럼 신경 쓸 것도 많다"며 "혼자 있으면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계속 몰려다니는 것보다 혼자 자기 할 일을 하면서 스펙을 쌓는 게 더 멋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지금의 대학생들에게 혼자는 고립이라기보다 선택에 가까웠다. 친구가 없어서 혼자 지내는 것이 아니라, 매 끼니와 공강까지 다른 사람의 시간에 맞출 필요를 느끼지 않는 것이다.
이날 ‘혼플 밀도 지도’에 나타난 빨간색은 단순히 혼자 있는 학생이 많다는 의미만은 아니었다. ‘함께’가 더 이상 대학생활의 유일한 기본값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풍경이었다. 다른 사람의 시간에 자신을 맞추기보다 자신의 속도대로 밥을 먹고, 공부하고, 쉬는 학생들의 모습이 캠퍼스 곳곳에서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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